[오픈 업] 미리 준비하는 '세상과의 이별' [LA중앙일보] 01.21.16 23:42 나의 아버지는 5년 전에 90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어느날 우연히 머리 뒤쪽에서 발견된 부스럼이 몇 달 사이에 점점 커졌고 조직 검사 결과 혈관벽 세포에서 생긴 악성 종양이 원인이었다. 40여년간 의사생활을 한 큰 딸인 나, 외과 의사로 일생을 보낸 사위, 수십년을 간호사로 일해온 둘째딸과 맏며느리 모두가 쇼크에 빠진 기분이었다. 주치의는 희소하지만 일본 노인 몇 명이 이 병에 걸린 후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는 학술 논문을 소개하며 즉각 항암
[오픈업] 환자가 선물한 연주곡 '샤콘느' [LA중앙일보] 01.06.16 23:12 새해라서 그런지 자꾸 지난 날을 되돌아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분주하기만 했고 안정되지 못했던 전문의 초창기가 생각나 때로는 불편하다. 그때 나는 설익은 과일처럼 성숙하지 못했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알아 보지 못했고,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적도 많았다. 그뿐이 아니다. 자식으로, 엄마로, 아내로서 실수도 많았다. 물론 실수를 통해서 배웠지만. 그래도 놀랍고 고마운 것은 주위의 사람들이 나를 참아 주었다는 사실이다. 이
[오픈 업] 32세 젊은이의 가슴앓이 [LA중앙일보] 12.20.15 18:00 32세의 건장한 청년이 내과 의사의 권유로 나를 찾아왔다. 열흘 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며 숨쉬기가 힘들어 응급실을 찾았단다. 심장질환과 관련된 각종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다며 응급실 의사가 처방한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더니 30분도 안돼 증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후 10일 동안 3차례에 걸쳐 비슷한 증상이 생겼다. 그는 과거에 정신과 의사를 만난 적도 없고 자신에게 정신병적인 증세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그는 젊은
[오픈 업] 기내 응급상황과 의사의 역할 [LA중앙일보] 12.03.15 21:17 "이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중에 의사가 있으면 즉시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런 방송을 비행기 여행 중 듣고 반가워할 의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연착된 비행기, 짜증스럽게 길었던 탑승 수속, 까다로운 보안 검열을 뒤로 하고 비로소 긴장을 풀고 한 잔의 와인을 주문했을지도 모르는 시점이다. 나 같은 경우는 응급환자 치료에 자신이 없어 선뜻 나서지 못한다. 평생 암 환자만을 치료해 응급상황에 대한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최
[오픈 업] 불안증 환자 '제니'의 약물중독 [LA중앙일보] 11.30.15 18:44 깨끗한 유니폼을 입고 찾아온 제니를 처음 본 것은 3~4년 전이었다. 심장 박동이 너무 빨라져 응급실에 갔더니 의사가 심한 불안증세 때문이라면서 정신과를 권유했다고 한다. 제니는 엘살바도르에서 태어나, 변변히 학교를 다닌 적이 없지만 영어를 잘하는 영리한 여자였다. 알코올 중독자 남편과 이혼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데리고 미국에 왔다. 미국에서 중고책을 파는 대형 서점에 취직한 제니는 시간이 나는 대로 비치된 책을 읽어가며 영어는 물
[오픈 업] 남성 자살률이 여자보다 높은 이유 [LA중앙일보] 11.12.15 21:12 최근 10년간 미국 군인의 자살률이 높아졌다. 자살률 통계는 1년간 인구 10만명 중 몇명이 자살했나로 집계한다. 일반인 자살률이 28.7명인 것에 비해 군인은 32.1명이다. 특히 18~29세 사이는 군인이 일반인에 비해 자살률이 11배나 높다. 미국 군인의 10% 정도는 여성이다. 여군도 자살률이 일반 주민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본래 남성에 비해서 여성들에게서 우울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그만큼 자살을 많이
[오픈 업] 내가 만드는 '노년 생활' 지침서 [LA중앙일보] 10.27.15 22:12 손주가 태어날 무렵 둘째 사위가 육아책을 많이 사왔다. 그 중의 한 책의 서두는 이렇다. '개나 고양이를 기르려 해도 지침서가 필요한데 인간을 기르려면 당연히 설명서가 있어야 한다.' 만약 인간의 일생에 대한 지침서가 있다면 어땠을까. 내겐 서럽고 어려웠던 사춘기, 무모했던 젊은 시절, 상실의 중년기를 보내며 어려움을 겪을 때 바른 길로 이끌어 줄 마땅한 지침서가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 제3의 인생(노년기)을 맞이하면서 내 스스로가
[오픈 업] 내가 정신과 전공을 포기한 이유 [LA중앙일보] 10.26.15 19:30 오래 전, 초창기 미국 생활 이야기이다. 마음 잡고 정신과 수련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수련을 마치기 전에 프로그램이 폐쇄될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정신과 공부가 내게 맞지 않아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그만 둘 결심을 했다. 그리고 정신과 과장을 만났다. "경청하지 말고 그냥 흘려 들으세요." 과장의 말이었다. 그는 환자가 겪는 정신적.정서적 어려움은 이해하되 자신의 문제로 만들지 말라며 객관적인 입
[오픈 업] 완벽한 '성인'은 언제 될까 [LA중앙일보] 10.13.15 18:35 Joy(기쁨)라는 소녀는 늘 예쁜 옷을 입고 잘 웃으며 행복한 쪽으로 생각을 한다. 그녀와 친한 Sadness(슬픔)라는 소녀는 슬픔에 잠겨서 늘 기운이 없고 울기를 잘해 다른 사람들까지 슬프게 한다. Anger(분노)는 화를 잘 내고 자주 파괴적인 행동을 한다. Fear(불안)라는 말라깽이는 일이 생기면 불안해서 벌벌 떤다. Disgust(혐오)라는 소녀는 남의 말을 비꼬기 잘하고 다른 사람의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 다섯 인물들은
[오픈 업] 알프스 산록에서 띄운 편지 [LA중앙일보] 09.28.15 17:48 직장에서 반쯤 물러나 있는 '반은퇴'의 삶이 싫지는 않다. 이전의 날들을 멀찌감치에서 돌아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나이가 허락하는 정신적, 정서적인 혜택인가 보다. 반쯤 은퇴를 했지만 일정은 예전과 다름 없이 빼꼭히 차 있다. 지금도 환자들의 삶에 어느 정도 관련돼 있는 나에게 가끔 환자들은 관심을 보내온다. 여행은 다니는지, 과외활동은 하는지, 진료 외에 음악이나 미술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최근에 알프스와 그 산을 둘러 싼 나
[오픈 업] 동성결혼 가정의 입양 소녀 [LA중앙일보] 09.23.15 20:49 "저는 친부모를 찾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요. 아빠가 엄마를 때리던 장면이 자꾸 생각나는 걸요." 18세된 백인 소녀의 고백이다. 그녀는 네살 때 현재 부모에게 입양됐는데 이전의 일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양녀로 받아들인 현재의 '두 아버지'가 고맙기 그지 없다고 했다. 그녀와 여동생을 늘 약속시간에 맞추어 나에게 데려오는 아버지 마이크는 집에서 주부의 일을 맡아 한다. 음식 만들고 빨래하고 집안 청소를 한다. 그는 무척 감
[오픈업] 암고 싸우는 환자들의 '오늘' [LA중앙일보] 08.30.15 18:07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신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 정채봉 시인의 '오늘'이라는 시이다. 뒤 돌아보면 내가 지나 온 나날이 시인이 노래하듯 그랬던 것 같다. 나의 하루를 차지했던 환자들이 나에게 꽃과 새, 별이 되어 주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또 내가 환자들에게 꽃과 새, 별이 되어 주었
[오픈 업] '노년 맞이' 공부를 시작했다 [LA중앙일보] 08.12.15 21:19 나도 이제 노년기에 들어섰다. 다가오는 삶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내 인생은 시간이라는 물결을 따라서 가끔은 느리게, 그러나 대부분은 빠르게 줄달음쳐 오느라 미리 예습해 볼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내 앞에 닥쳐올 젊은 날의 고뇌나 중년기의 아픔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아마 가르쳐 주었더라도 귀담아 듣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내 삶의 마지막 계절, 겨울을 맞으면서 허둥대지도 서두르지도 않으려고 공부를 해보기로
[오픈 업] 휴가대신 봉사활동 가는 사람들 [LA중앙일보] 07.22.15 21:36 각급 학교의 긴 여름방학이 계속되고 있다. 문득 초.중학교 학생을 둔 미국의 노동 연령층, 특히 부부가 일을 하고 있는 가정은 아이들과 얼마나 휴가를 보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또 아이들을 위해 긴 여름 시간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내 젊은 시절의 어려움을 딸들이 겪고 있는 것을 보면서 새삼 젊은 부부들의 여름방학을 생각해 본다. 손녀들은 여름학교에 간다. 여름학교는 보통 6주간이고 정규시간은 오전 8시 반에서 오후 3시까지
[오픈 업] 아이의 '양심'은 어떻게 생겨날까 [LA중앙일보] 07.06.15 21:51 병원에 찾아오는 부모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다. 지금 부모가 보고 있는 말썽쟁이 아이는 아직 완성품이 아닌, 초기 단계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포유동물의 감정뇌(번연계)는 배고픔, 통증, 그리고 응급시 '도망가거나 싸우는 반응'을 하도록 해서 생존을 가능케 한다. 갓난 아기도 이 원시적인 두뇌 덕분에 살아남게 된다. 아기가 배고프거나, 몸이 아플 때 우는 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기저귀가 젖어 있어 기분이 나쁘다거나, 아무도 놀아주
[오픈 업] 약점을 장점으로 만든 사람들 [LA중앙일보] 07.02.15 08:53 지난 주 LA에서 차세대 한인 여성들의 성공적인 커리어 개발을 위한 컨퍼런스(주제: Dare to Dream)가 열렸다. 정치, 법률, 의학, 비영리단체, 미학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연사들이 초청됐다.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졸업을 앞둔 고교생부터 대학생, 대학원생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컨퍼런스의 연사가 되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잠시 주저했다. 연단에 서서 말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강연 주제 자체가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기
[오픈 업] 왜 내 이야기를 신문에 썼나요? [LA중앙일보] 06.19.15 22:47 20여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신문에 글을 실을 때마다 떠오르는 일이 있다. 당시 독신이었던 내 친구에게 멋진 남성으로부터 결혼 신청이 들어왔다. 금방 대답을 못한 채 그녀는 내 의견을 물었다. 친구는 45살이었는데 그 남자는 40밖에 안됐었다. 그 남자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친구는 나이 차이 때문에 사랑이 빨리 식어버리지는 않을지,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25년 전이라 지
[오픈 업] 다른 애들은 피아노 배우는데… [LA중앙일보] 06.05.15 18:06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손녀는 무대에 서서 스커트 자락을 만지작거리거나 머리카락을 꽈배기 만들더니, 올해는 똑바른 자세를 하고 지휘자 선생님을 바라보며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1년 사이 많이 컸다. 가끔 청중 가운데 식구들이 있는지 둘러보느라 한눈을 팔기는 했지만. '서머 타임, 그리고 산다는 것은 쉬워/ 물고기들은 튀어 오르고 목화는 키가 크네/ 오, 네 아빠는 부자이고 엄마는 멋있어/ 그러니 쉬~아가야, 울지마.' 조지 거슈인이 1934
[오픈 업] 진료실에서 만난 107세 할머니 [LA중앙일보] 05.11.15 21:57 한 달 전 내 생애 처음으로 107세 어른을 만났다. 그 어른은 전신에 퍼진 피부암 환자였는데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이었다. 왠지 종일 기뻤다. 육신이 태내 시간까지 합쳐 108년 동안이나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랴? 심장을 한 예로 생각해 본다. 이 할머니의 심장이 1분에 70번 수축하고 팽창하기를 108년 동안 했다는 것을 계산해 보면 참 하느님의 조화가 신비하게 생각된다. 자식이 없는
[오픈 업] 파크스·간디·큐리·에디슨의 공통점 [LA중앙일보] 05.07.15 21:48 1955년 12월 1일 저녁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40대 중년 여인이 시내버스에 올랐다. 그녀는 백화점 지하 양복점에서 하루 종일 다림질을 했다. 그녀는 '흑인석'이라고 쓰인 의자의 첫줄에 앉았다. 곧 버스는 손님으로 만원이 됐다. 앉아 있는 그녀에게 버스 기사가 백인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하라고 명령했다. 그녀는 거부했고 기사가 부른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그녀의 재판이 있던 날, 5000여명의 옹호자들이 교회에 모였다. 그후 이
[오픈 업] 인터넷 중독 1위는 '젊은 아시안 남성' [LA중앙일보] 04.22.15 21:53 전세계를 비교했을 때 아시안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병이 있다. 유럽인은 100명 중 4명이 걸리고, 미국인은 1명 미만인데 아시아인은 최고 18명까지 걸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수년 전 통계라 지금은 더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이 병이 바로 인터넷 중독이다. 중독이 되면 두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첫째는 금단현상이다. 매일 술을 마시던 사람이 갑자기 끊으면 불안해지고 몸이 떨리며 심하면 거미나 곤충들이 날아다니는 환시현상까지 경험한다. 인터넷에
[오픈 업] 외국어 한글 표기에 대한 제언 [LA중앙일보] 04.17.15 18:42 "영어를 원숭이 같이 하는 게 뭐가 좋아?" 중학교 다닐 때, 나의 똘똘이 친구가 내뱉던 말이다. 친구는 견해가 많았다. 당시 우리는 사대사상에 대한 역사적 반성을 하고 있었다. 그 똘똘이는 처음으로 배우는 외국어인 영어를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것은 지조가 없는 일이라고 피력했다. 그 친구도 나도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 나는 어휘 부족으로 애초에 고생했는데 친구는 영어 발음이 매끄럽지 못해 힘 들었을 것이다. 나는 영문책, 논
[오픈 업] 러시아 출신 택시기사의 '우울증' [LA중앙일보] 04.02.15 20:37 체력이 우람하고 인상이 거칠어 보이는 중년 남성을 응급으로 진료하게 됐다. 증세는 이미 오래 전 시작됐지만 이제라도 빨리 약물치료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심리학자가 그 남성을 급히 보내왔다. 러시아 출신인 그는 40이 되던 해에 미국으로 이민와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 4~5년 전부터 이유없이 몸이 피곤하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언제일지 모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뿐 아니라 30여년간 결혼해 살고 있는 아내
[오픈 업] 자살이라는 합병증 [LA중앙일보] 03.24.15 22:23 미국에 도착한 1973년부터 정신과 수련의 과정을 시작했으니 정신과 의사의 길을 42년간 걸어왔다. 그동안 내가 치료하던 환자 중 세 명이 자살을 하는 아픔을 나는 경험했다. 세 명 모두 남자였다. 통계적으로 자살 기도를 하는 빈도수는 3대 1로 여성이 많다. 반면 자살 기도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남자가 3배나 높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에 비해 쉽게 감정 표현을 못하고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으니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준비를
[오픈 업] 입양 고양이 '네로' [LA중앙일보] 03.17.15 19:40 '네로'가 갔다. 네로는 내가 입양했던 고양이 중 하나인데 작고 까매서 네로라고 불렀다. 어려서 듣던 이탈리아 동요 '검은 고양이 네로'에서 따온 이름이다. 나는 한 동안 고양이 구조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어느 날 오피스 근방에 있는 홈디포에 갔다가 집 없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을 우연히 만났다. 그 때 이런 고양이들을 개인적으로 구조하는 사람과 또 그런 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모두 인도
[오픈 업] 이혼부모 둔 10살 소녀의 주의산만증 [LA중앙일보] 03.16.15 21:09 10살 소녀 리나의 부모는 5년 전 이혼을 하고 따로 살고 있다. 최근 엄마와 갈등이 많다기에 부모를 모두 병원으로 불렀다. 양육권이 반반으로 나눠져 있어 리나는 첫째주에는 엄마와 닷새, 아빠와 주말 이틀을 보내고, 그 다음 주에는 아빠와 닷새, 엄마와는 이틀을 같이 산다. 어른들인 부모나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공평할지 모르지만 갓 초등학교를 시작했던 어린 소녀에게 너무나 혼동스러운 생활이었다. 갈아 입을 옷이 엄마 집에만 있거나 숙제해 놓은
[오픈 업] 엄마의 전쟁 이야기 [LA중앙일보] 03.10.15 21:18 "아주머니, 그 아기 울지않게 하세요. 만일에 아이 울음 소리가 들리면 우리 모두가 죽습니다." 19살의 엄마가 한 살된 나를 데리고 이남으로 피란 올 때의 이야기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쪽배를 타고서 황해도를 벗어나, 인천으로 몰래오는 데 만일 사람 소리가 들리면 무조건 공산군의 총알이 날아오는 형편이었단다. 다행히 내가 자 주는 바람에 쪽배 안의 가족들은 물론 이제 88세가 되신 어머니와 나도 살 수 있었다. 육지에 다다른 사공이 실
[오픈 업] 영어 못하는 환자 [LA중앙일보] 03.06.15 19:04 "아버지는 다섯 번이나 병원에 왔는데 어떻게 폐암 4기를 이제야 찾아냈단 말입니까?" 환자의 아들은 화를 참으면서 침착하게 나에게 대들고 있었다. 나를 찾은 중국 본토 출신 70대의 환자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날 통역 역할을 하던 아들 외에도 아내 딸 사위 그리고 또 다른 아들이 함께 왔다. 분노와 근심이 팽팽하게 엇갈리는 진료실 분위기를 환자 자신은 초월한 것 같이 보였다. 환자는 두 달 전 허리가 아파서 응급실을 방문했던 것을 시
[오픈 업] 미국 전문의 시험의 악몽 [LA중앙일보] 02.24.15 22:28 나에게는 악몽같은 시험 기억이 하나 있다. 미국 정신과 전문의 자격증 취득을 위해 치렀던 구두시험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이 아닌 외국에서 의과대학을 수료하고 이곳에서 수련을 마친 의사들을 IMG(International Medical Graduate)라 부른다. 이들에게 필기시험은 걱정이 없다. 레지던트 훈련을 규정대로 마치고 그간의 지식을 총정리했다면 말이다. 필기 시험에 합격한 의사는 구두 시험에 합격해야만 전문의 자격증을 받는다. 정
[오픈 업] 알면서도 못 고치는 '미국 병' [LA중앙일보] 02.06.15 20:48 '오늘 하루도 숨 쉬기가 참 힘들겠다.' 새벽 달이 무척이나 밝다. 엄숙할 정도로 아름다운 정적 속에서 부질없게 보일 수도 있는 생각에 빠졌다. 부당하게 이루어지는 일들, 잔인하게 마구 다루어지는 생명들, 목숨을 빼앗기고 뺏는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생각하며 내가 속으로 뇌인 말이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무런 연습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없이 죽는다.'(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 '두번은 없다') 그렇
[오픈 업] 여성 의원들의 '따뜻한 정치' [LA중앙일보] 01.29.15 20:43 지난해 10월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부가 폐쇄(Shut down)된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나라가 동요하던 어느 날, 한 여성 연방상원의원이 강단에 올라 섰다. 메인주 출신 공화당 수잔 콜린스 의원이었다. 그는 정부의 위기상태를 끝내야 한다며 "민주당, 그리고 공화당의 동료 여러분, 우리는 믿음을 갖고 책임있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옆에 있던 메릴랜드주 출신 민주당 바버러 미컬스키 상원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저는 협
[오픈 업] 한글의 추억과 2세 한국어 교육 [LA중앙일보] 01.26.15 20:09 어린 시절 겨울밤은 유난히 길고 추웠다. 서울의 겨울 햇볕 또한 너그럽지 못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겨울 체육종목으로 스케이트가 필수였다. 실내 스케이트장이 없던 가난했던 때라 스케이트 시험을 무사히 치르려면 한강변에 만든 노천 스케이트장에서 연습했어야 했다. 교복 이외에는 목도리나 코트를 덧 입어서는 안 되는 교칙이 있어 방과 후에 스케이트 연습을 갈 때도 교복을 입었다. 스케이트 연습으로 꽁꽁 얼어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면 작지만 따스한
'유승준 비자소송' 또 대법으로…LA총영사관 불복 재상고
“트럼프가 링컨보다 위대한 대통령”
'탄핵 정국' 속 트럼프 인기 절정으로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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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서울 北에 가까이 있어…주민들 이사해야” 과거 발언 조명
황교안 “주52시간 과도…대한민국은 좀 더 일해야 하는 나라”
트럼프쪽 탄핵조사 참여는 없던 일로…법사위 요청에 불응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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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왔나…테슬라 사이버트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