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캘리포니아, 왜 쪼개려고 하나 [LA중앙일보] 07.28.14 21:45 태양과 바다, 산과 계곡, 자동차와 와인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 캘리포니아에 오기 전 가졌던 환상이다. 그러나 8년여를 살면서 그런 환상은 상당 부분 깨졌다. 대신 그 자리엔 재정적자, 부실교육, 취업난, 다민족 갈등 같은 것 들이 비집고 들어왔다. 그래도 여전히 캘리포니아는 기쁨과 감사의 땅이다. 캘리포니아는 텍사스, 뉴욕, 플로리다와 함께 미국 50개주 중 수퍼파워 4개 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캘리포니아는 여러 면에서 압도적이다.
[풍향계] 내 입맛 사로잡은 LA 맛집 27곳 [LA중앙일보] 07.21.14 21:01 과거 이민자들에게 가장 아쉽고 그리운 세 가지는 우리 말과 글, 그리고 한국음식이었다. 요즘 한인밀집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설마 그랬을까 싶겠지만 70~80대 어르신들 말씀을 들어보면 정말 그랬다. 한국말 하는 사람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한글 신문을 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었으며, 얼치기 한국음식이라도 먹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향수에 젖곤 했다는 것이다. 뉴욕 뉴저지 외곽만 해도 2000년대 초반까진 그랬다. 가족이 한식으로 외식 한 번 하
[풍향계] 사람이 고향이다 [LA중앙일보] 07.14.14 21:41 먼저 한시부터 한 수 감상해 보자. 중국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고향집 매화'라는 유명한 시다. '君自故鄕來(군자고향래, 그대가 고향에서 왔다니) 應知故鄕事(응지고향사, 고향 소식 잘 알겠군요) 來日綺窓前(내일기창전, 떠나오던 날 우리 집 비단창문 앞) 寒梅着花未(한매착화미, 추위 겪던 매화는 아직 안 피었던가요?') 객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 고향 소식을 묻는 장면을 이렇게 절창으로 읊었다. 고향을 떠난 이에게는 고향의 꽃소식조차도
[풍향계] 나는 어쩌다 미국에 사는 걸까 [LA중앙일보] 06.30.14 22:16 60대 이상 되신 분들 중엔 꽤 많은 분들이 역이민에 관심을 보인다. 최근 한국을 한 번이라도 다녀온 분들은 더 구체적이다. "굳이 서울이 아니라도 좋을 것 같아. 강원도 바닷가 혹은 서해안, 아니면 제주도. 얼마나 잘 해 놓았는지 몰라. 도로도 너무 잘 닦여 있어. 전국이 그야말로 1일생활권이야." 한국 정치가 짜증이 나고 갈가리 찢긴 갈등과 분열의 소용돌이가 싫긴 하지만 그것은 그냥 눈 감고 귀 막으면 되는 일. 먹고 보고 마음 편하게 즐기
[풍향계] 문창극과 '친일'의 덫 [LA중앙일보] 06.23.14 23:01 #. 오랜 논란 끝에 2009년 마침내 친일인명사전(민족문제연구소)이 발간됐다. 거기엔 4389명의 반민족 친일 행위자의 이름이 올라 있다. 그 중엔 '시일야방성대곡'으로 민족의 울분을 토로했던 위암 장지연,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음악가 홍난파 등이 포함돼 있다. 또 들으면 알만한 유명 학자, 문인, 예술인, 사상가, 기업인, 언론인도 망라되어 있다. 압권은 장면 전 국무총리와 대통령 박정희다. 이것이 대한민국 현대사의 딜레마다. 민족의
[풍향계] 난 홍명보 스타일이 좋다 [LA중앙일보] 06.16.14 23:43 그래도 월드컵이다. 시큰둥할 것만 같던 잔치가 초반부터 화끈한 명승부가 이어지면서 점점 열기를 더하고 있다. 진원지는 브라질. 한국으로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8번째 연속 본선 진출이다. 8회 이상 본선에 연속 진출한 나라는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 5개국뿐. 우승 아니면 준우승을 밥 먹듯 하는 나라들이다. 2002년 빼고는 늘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는 우리지만 그래도 이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풍향계]은퇴 후 최고의 소일거리 [LA중앙일보] 06.09.14 20:40 한국 여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84.6세, 세계 8위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 통계다. 1위는 87세의 일본이다. 스페인-스위스-싱가포르가 85.1세 전후로 2-3-4위다. 남자 최장수국은 81세의 아이슬란드다. 스위스-호주-이스라엘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 남성은 78세. 톱10엔 들지 못했다. 그렇지만 불과 14년 만에 10년이나 늘었다. 100세 시대가 정말 눈앞에 왔다. 그러나 장수가 과연 축복이기만 할까. 은퇴를 하고도 20~3
[풍향계] 오바마 대통령은 잘 하고 있나 [LA중앙일보] 06.03.14 16:57 오바마 대통령은 말을 잘 한다. 한마디 한마디가 감동일 때가 많다. 엊그제 아프간에서 붙잡힌 미군 병사 한 명을 수감 중인 탈레반 지도자 5명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구출했다는 발표를 할 때도 그랬다. "전장엔 어떤 병사도 남겨두고 나오지 않는다는 미국의 변치 않는 의무를 재확인한 것일 뿐이다." 이런 한 마디가 국민들의 애국심에 불을 지핀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은 그 자체로 역사다. 미국의 흐름을 바꾼 첫 소수계 출신 대통령이어서다. 그의 인생
[풍향계] 백을 얻은들, 천을 가진들 [LA중앙일보] 05.19.14 20:33 #. 나는 농사를 모른다. 그래도 시골 언저리에서 자란 탓에 때맞춰 씨 뿌리고 김매고 가을걷이 하는 과정은 꽤나 보고 들었다. 그 때 동네 어른들이 늘 하시던 말씀이 "농사는 때가 있어. 너무 서둘러도 안 되고 게을러서도 안 되지"라는 것이었다. "농사는 음력이야"라며 24절기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24절기란 입춘(立春)부터 대한(大寒)까지 보름 간격으로 이어지는 전통적 계절 구분 단위다. 그런데 음력은 아니다. 지구는 1년에 한 바퀴 태
[풍향계] 삶은 달걀은 왜 맛있을까 [LA중앙일보] 05.06.14 20:59 60~70년대, 한국은 발전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가난이 일상인 시절이었다. 많은 어머니들은 고단하게 일을 해야 했고 그런 어머니를 기다리며 아이들은 자랐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 시장에 간 우리 엄마 /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 엄마 안 오시네, /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
[풍향계] 대통령이 바이러스인가 [LA중앙일보] 04.29.14 21:27 신문사로 보내오는 독자투고가 서너 배는 늘었다.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얼마나 분통이 터졌으면 그랬을까.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나 보다. 이메일도 쏟아지고 우표 붙여 보내온 손 글씨 편지도 수북히 쌓였다. 모두가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부조리에 분노하며 모국을 걱정하는 소중한 마음들이다. 그런데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조금 다른 느낌이다. 댓글은 점점 편 가르기 양상이 되고 있다. 내 생각만 옳고 네 생각은 100% 틀렸다는 날 선 공
[풍향계] 미국이 좋은 이유 10가지 (2) [LA중앙일보] 04.22.14 21:51 #. 아무 말도 못했다. 억장 무너지는 참담함 앞에 가슴만 쓸어내렸다. 이제 일주일. 희망은 절망이 되고 기대는 좌절로 변했다. 가라앉은 것이 어찌 세월호만일까. 한 시사주간지는 작금의 사태를 '고장난 나라-비겁한 선장, 무능한 정부, 한심한 언론'이라고 압축해 표현했다. 정말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호는 속수무책이다. 승선한 국민들은 집단 멀미에 어지러워하고 있다. 나 역시 언론 종사자로서 그동안 무책임한 말들, 분노를 부추기는 말들을 열심
[풍향계] 글쓰는 대통령이 보고 싶다 [LA중앙일보] 04.14.14 21:51 #. 박근혜 대통령은 수필가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 (2013년 9월 문예지 '현대문학'은 오래된 그의 수필 4편을 실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1993)' 등 몇 권의 수필집도 냈다. 아픈 가족사를 가진 그에게 글은 치유와 위안의 도구였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금도 계속 글을 쓴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은 더 많은 글을 썼다. 고난의 세월을 살면서도 고졸 학력의 한계를 치열한 독
[풍향계] 마음으로 꽃구경하는 사람들 [LA중앙일보] 04.07.14 20:30 봄이다. 삭막했던 야산엔 초록빛이 감돌고 형형색색 꽃들 또한 지천이다. 그냥 있을 수 없었다. 훌쩍 칼스배드 꽃단지를 다녀왔다. LA서 샌디에이고 쪽으로 두 시간쯤 내려가면 나오는 아담한 바닷가 도시다. 작은 아웃렛이 있고 놀이동산 레고랜드가 있어 한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기대대로 꽃잔치가 한창이었다. 삼삼오오 상춘객들의 표정은 화사했고 꽃길을 메운 발걸음들은 발랄했다. 노랑, 분홍, 진홍, 순백의 흐드러짐 속에 몸을 담갔다. 눈도 마음
[풍향계] '규제 천국' 미국은 왜 조용할까 [LA중앙일보] 03.24.14 18:50 암세포도 생명이니 내 맘대로 죽일 수는 없다며 암 치료를 거부한 사람이 있었다. 드라마 속 황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상식적으로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반드시 없애버려야 할 대상이 암세포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규제를 암 덩어리에 비유해 화제가 됐다. 청와대 주도의 '규제개혁 끝장토론'은 그런 암 덩어리 성토장이었다. 미주 한인 입장에서도 공감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공인인증서니 액티브X니 하는 것들로 인해 온라인 결제에 여러 번
[풍향계] 헛똑똑이들만 모르는 부부의 비밀 [LA중앙일보] 03.17.14 18:16 요즘 온라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머는 '아내 시리즈'다. 하늘 천(天)자를 아내 처(妻)자로 바꾼 한자성어들인데 몇 개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인명재처(人命在妻-사람의 운명은 아내에게 있다) ▶진인사 대처명(盡人事 待妻命-최선을 다한 후 아내의 명령을 기다려라) ▶지성이면 감처(至誠 感妻-정성을 다하면 아내도 감동한다) ▶처하태평(妻下泰平-아내 밑에 있을 때 모든 것이 평안하다) ▶순처자는 흥하고 역처자는 망한다(順妻者興 逆妻者亡-아
[풍향계] 북한이 최고의 은퇴지라고? [LA중앙일보] 03.10.14 20:55 #. "북한에 가서 살면 어떨까?" 통일운동에 관심이 많은 한 친구가 불쑥 꺼낸 얘기다. "갑자기 웬 북한?"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더니 이렇게 말한다. "지금 말고 나중에, 통일이 되면 말이야. 아무래도 10년쯤 뒤에는 통일이 될 것 같거든. 생각해 보라고. 북한같이 오염 덜 된 청정지역도 없을 거야. 거기다 우리말 통하지, 물가도 엄청나게 쌀 거고. 같은 민족을 위해서 무엇인가 보람된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미주 한인들이 노후에 가서
[풍향계] '연줄·빽줄'에 이기고 지는 세상 [LA중앙일보] 02.24.14 18:36 주말 내내 이어졌던 아쉬운 마음이 아직도 가시질 않는다. 김연아 선수 얘기다. 네가 진정한 챔피언이다, 고맙다, 네가 있어 행복했었다는, 위로와 칭찬의 말들은 넘쳤다. 그렇다고 빼앗긴(?) 금메달에 대한 억울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는 우리가 이런데 정작 본인은 얼마나 더 분통이 터졌을까. 완벽한 경기를 펼치고도 러시아 관중의 텃세와 심판진의 석연찮은 판정에 올림픽 2연패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래도 김연아는 의연했다. 마치 도인같은
[풍향계] 요즘 도서관에 가보셨나요 [LA중앙일보] 02.14.14 23:20 한국에서의 도서관에 대한 기억은 빈곤하다. 고 1 겨울방학 때였다. 공부를 좀 해야겠다 싶어 버스를 타고 꽤 먼 구립도서관을 다녔는데 새벽부터 벌벌 떨며 줄을 섰던 기억만 남아있다. 열람실 칸막이의 조잡한 낙서를 찾아 읽던 재미와 엉성한 매점에서 불어터진 라면을 먹던 기억도 추억이라면 추억이다. 대학 도서관의 기억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책을 읽기보다는 주로 시험공부를 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시험기간이면 피 터지게 자리잡기 경쟁을 벌이던
[풍향계] 깜박증인가 무성의인가 [LA중앙일보] 02.10.14 17:47 20~30대 젊은이들이 알까? 늘 입에 달고 살던 단어도, 매일 같이 보는 사람 이름도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 입에만 뱅뱅 돌 때의 난감한 경험을. 어머니 아버지들이 무엇인가를 말할 때 왜 꼭 집어 말하지 못하고 '거기' '그때' '그 사람' 혹은 '그것 있잖아 그것' 하면서 자꾸만 대명사로 얘기하는 지를. 노화는 서럽다. 소설가 박완서 같은 이는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어 좋다"며 편한 노년을 예찬했다지만 그것은 달
[풍향계] 한국의 역사 교과서 채택 논란 [LA중앙일보] 02.03.14 18:37 #. 한일 양국의 역사 교과서가 동시에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은 검정 교과서 채택 문제로, 일본은 과거사 왜곡과 관련해서다. 위안부 문제, 난징대학살 등 전쟁 범죄의 축소 은폐에 이골이 난 일본의 행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렇다면 한국의 역사 교과서는 무엇이 문제일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 교과서 내용, 특히 현대사 부분의 기술이 바뀌어 온 것이 최근 십 수 년의 현실이다. 거기에 필수냐 선택이냐, 대입 시험에 들어가느냐 아니
[풍향계] 데스밸리에서 별을 보다 [LA중앙일보] 01.20.14 14:28 데스밸리에서 세모의 밤을 맞았다. 미국에서 가장 낮고 가장 뜨거우며 가장 메말랐다는 땅이다. LA에서 대여섯 시간 거리, 해수면 보다 낮은 배드워터 소금밭에서 30분 쯤 떨어진 길섶에 차를 세웠다. 헤드라이트를 껐다. 칠흑같은 어둠속, 계곡의 밤은 적막했다. 하늘을 봤다. 빼곡하게 박힌 별들이 와르르 쏟아질 듯했다. 낮은 동쪽 하늘엔 방패연 모양의 별자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익숙한 오리온자리다. W자 모양의 카시오페이아, 국자 모양의
[풍향계] 이민교회를 향한 한국 목사의 쓴소리 [LA중앙일보] 08.05.13 17:37 지난 주말 LA에서는 소리 소문 없이 큰 행사가 하나 있었다. 한국의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인도한 나성영락교회 40주년 기념 부흥성회였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진행된 집회는 만석의 예배당으로도 모자라 복도, 로비까지 가득 채우며 매회 2000명 가까운 사람들로 넘쳐났다. 평소 인터넷이나 CD로 그의 설교를 듣는다는 다른 교회 사람들까지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50대 초반의 이찬수 목사는 파워 넘치는 설교로, 또 위기의 한국
[풍향계] 1달러 지폐 속의 이집트 [LA중앙일보] 07.08.13 18:01 이집트는 가보지 않았어도 가본듯한 나라다. 피라미드, 나일강, 파라오, 미라, 파피루스, 클레오파트라…. 이집트 하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이런 이름들은 이집트가 아득한 고대 역사가 아니라 그냥 가까운 요즘 이웃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상고사가 거의 전설과 전승과 얕은 몇몇 기록에 의지하는 것에 비해 뚜렷이 남아있는 무수한 유물 유적들 또한 우리에겐 경이로움이고 부러움이다. 미국 속에도 이집트는 알게 모르
[풍향계] 어퍼머티브 액션의 딜레마 [LA중앙일보] 06.24.13 20:20 한 지인으로부터 아이가 올해 가주 최고 명문 주립대에 합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축하인사를 건넸다. 돌아온 반응이 뜻밖이었다. 축하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부는 난다 긴다했고 과외 활동도 특별했던 아이였다. 아이비리그 어디든 골라가겠거니 했다. 그런데 기대와는 완전 다른 결과에 아이도 부모도 무척 속상해 했다는 얘기였다. 똑똑한 아시안끼리 경쟁하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며 지인은 미국 대학의 선발 방식을 성토했다. 어퍼머티브 액션(af
[풍향계] 조선 선비를 흉내내다 [LA중앙일보] 05.27.13 14:33 시 낭송회를 했다 모두 열심히 준비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조선은 선비의 나라였다. 선비란 단순히 유교적 교양을 갖춘 양반들이 아니라 인격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을 닦고 덕성을 도야하는 학인(學人)을 지칭했다. 풍류와 낭만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으로 수시로 벗들을 불러 시회(詩會)를 즐겼다. 시회란 글자 그대로 시모임이었다. 그냥 시를 암송하거나 낭독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제에 대해 누가 빨리 잘 짓는가를 견
[풍향계] 문화도시 서울의 비문화적인 사람들 [LA중앙일보] 05.09.13 18:46 서울 사대문 안에는 4개의 산이 있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북쪽에 백악(북악).남쪽에 목멱(남산).동쪽에 타락(낙산) 그리고 서쪽의 인왕산이 그것이다. 이 네 개의 산을 연결해 쌓은 성이 서울성곽이다. 총길이는 약 18km 정도. 일제 때 대부분 훼손되었던 것을 최근 성문과 성벽 등 상당부분을 복원시켜 놓았다. 지난 주 한국을 다녀오면서 복원된 숭례문도 둘러 보고 도심의 성곽 자취도 더듬어 봤다. 성곽 길을 따라 걸으며 인왕산에도 올랐다.
[풍향계] '차별'에서 '평등'으로의 긴 여정 [LA중앙일보] 04.15.13 17:59 1948년 유엔 제정 세계인권선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누구에게나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가 있다.' 다음 장은 또 이렇게 이어진다. '사람은 누구나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입장이나 여타의 견해 국적이나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등의 차별로부터 벗어나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여기에 전 인류가 인식을 같이하기까지에는 수천 년의
[풍향계] 85세 최 박사의 삶과 꿈 [LA중앙일보] 04.01.13 17:37 영혼이 늙으면 젊어도 늙음이요 영혼이 젊으면 늙어도 젊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 중에도 여전히 젊은 영혼을 가진 분들이 많다. 한국 최초의 심장수술을 주도한 85세 의사 최영수 박사도 그 중의 한 분이다. 1970년에 미국에 왔으니 벌써 43년째다. 켄터키주 재향군인병원 등에서 30여년을 일했다. 2001년 은퇴한 후 가주로 이사 와서 지금은 LA북쪽 발렌시아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는 만주 용정 출신이다. 시인 윤동주도 잠시 다녔던 광명
[풍향계] '빛나는 첫 문장'의 어려움 [LA중앙일보] 03.18.13 17:39 영어만 울렁증이 있는 것이 아니다. 평생 써 온 한국말도 대중 앞에 서면 울렁증이 생기고 글을 한 편 쓸 때도 매번 울렁증이 도진다. 처음 시작을 뭐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끝은 어떻게 맺어야 하나.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얘기일 것이다. 처음이 버겁기는 작가라고 해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의 유명한 첫 문장이다. 하지만 처음엔 '꽃이 피었다'가 아니라
[풍향계] 누가 김종훈의 뒷다리를 잡았나 [LA중앙일보] 03.04.13 17:56 옛날 신라인과 백제인은 서로 말이 통했을까. 고구려인은 또 어땠을까. 학교 때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음직한 의문일 것이다. 신라가 당나라와 동맹을 맺어 백제를 멸망시킨 것이 서기 660년이고 고구려까지 아울러 삼국을 통일한 것이 668년이었으니 벌써 천 몇백년도 더 된 옛날이다. 지금과 달리 교통 통신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교류 또한 쉽지 않았을 때였다. 그러니 삼국의 언어는 지금의 지역 사투리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이질적
[풍향계] '감사의 10대 뉴스'를 꼽아보자 [LA중앙일보] 12.26.12 18:43 #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2012년 12월 4일 저녁 무렵이었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통화가 되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비보호 좌회전 차량에 치였다고 했다. "아이는 괜찮나요?" 다급하게 물었다. "의사가 아니라서 나는 모르겠다. 어서 병원으로 가보라." 물기 없는 마른 대답만 돌아왔다.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30여분 아내는 거의 정신을 잃고 있었다. 다리가 떨려 나도 제대로 운전을 할 수 없었다. 병원 응급실. 아이는 여기저기
트럼프, '배신자들' 복수 계획…상원 탄핵심리 앞두고 공화 분열
WP "트럼프 4년간 허위 주장 3만건…절반은 마지막 해 집중"
대통령 된 바이든의 첫 일요일…성당 나들이에 시민들 '와!'
'그 밥값 제가 낼게요' 워싱턴DC 지켜준 군인에 감사표한 시민들
1년에 20조씩 벌어들였다, 10년만에 붙잡힌 '아시아 마약왕'
베이글 가게 앞에 멈춘 바이든 행렬…'트럼프 땐 없던 일'(종합)
트럼프 탄핵으로 치고받는 공화당…'멍청한 일'·'탄핵사안'
김종철 성추행 사퇴… "피해자 실명 공개는 장혜영 의원 뜻"
가주 '지역 자택격리' 해제, LA카운티 조치에 초관심
온라인 쇼핑에 눈 뜬 베이비부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