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업] 이혼부모 둔 10살 소녀의 주의산만증 [LA중앙일보] 03.16.15 21:09 10살 소녀 리나의 부모는 5년 전 이혼을 하고 따로 살고 있다. 최근 엄마와 갈등이 많다기에 부모를 모두 병원으로 불렀다. 양육권이 반반으로 나눠져 있어 리나는 첫째주에는 엄마와 닷새, 아빠와 주말 이틀을 보내고, 그 다음 주에는 아빠와 닷새, 엄마와는 이틀을 같이 산다. 어른들인 부모나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공평할지 모르지만 갓 초등학교를 시작했던 어린 소녀에게 너무나 혼동스러운 생활이었다. 갈아 입을 옷이 엄마 집에만 있거나 숙제해 놓은
[오픈 업] 엄마의 전쟁 이야기 [LA중앙일보] 03.10.15 21:18 "아주머니, 그 아기 울지않게 하세요. 만일에 아이 울음 소리가 들리면 우리 모두가 죽습니다." 19살의 엄마가 한 살된 나를 데리고 이남으로 피란 올 때의 이야기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쪽배를 타고서 황해도를 벗어나, 인천으로 몰래오는 데 만일 사람 소리가 들리면 무조건 공산군의 총알이 날아오는 형편이었단다. 다행히 내가 자 주는 바람에 쪽배 안의 가족들은 물론 이제 88세가 되신 어머니와 나도 살 수 있었다. 육지에 다다른 사공이 실
[오픈 업] 영어 못하는 환자 [LA중앙일보] 03.06.15 19:04 "아버지는 다섯 번이나 병원에 왔는데 어떻게 폐암 4기를 이제야 찾아냈단 말입니까?" 환자의 아들은 화를 참으면서 침착하게 나에게 대들고 있었다. 나를 찾은 중국 본토 출신 70대의 환자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날 통역 역할을 하던 아들 외에도 아내 딸 사위 그리고 또 다른 아들이 함께 왔다. 분노와 근심이 팽팽하게 엇갈리는 진료실 분위기를 환자 자신은 초월한 것 같이 보였다. 환자는 두 달 전 허리가 아파서 응급실을 방문했던 것을 시
[오픈 업] 미국 전문의 시험의 악몽 [LA중앙일보] 02.24.15 22:28 나에게는 악몽같은 시험 기억이 하나 있다. 미국 정신과 전문의 자격증 취득을 위해 치렀던 구두시험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이 아닌 외국에서 의과대학을 수료하고 이곳에서 수련을 마친 의사들을 IMG(International Medical Graduate)라 부른다. 이들에게 필기시험은 걱정이 없다. 레지던트 훈련을 규정대로 마치고 그간의 지식을 총정리했다면 말이다. 필기 시험에 합격한 의사는 구두 시험에 합격해야만 전문의 자격증을 받는다. 정
[오픈 업] 알면서도 못 고치는 '미국 병' [LA중앙일보] 02.06.15 20:48 '오늘 하루도 숨 쉬기가 참 힘들겠다.' 새벽 달이 무척이나 밝다. 엄숙할 정도로 아름다운 정적 속에서 부질없게 보일 수도 있는 생각에 빠졌다. 부당하게 이루어지는 일들, 잔인하게 마구 다루어지는 생명들, 목숨을 빼앗기고 뺏는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생각하며 내가 속으로 뇌인 말이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무런 연습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없이 죽는다.'(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 '두번은 없다') 그렇
[오픈 업] 여성 의원들의 '따뜻한 정치' [LA중앙일보] 01.29.15 20:43 지난해 10월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부가 폐쇄(Shut down)된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나라가 동요하던 어느 날, 한 여성 연방상원의원이 강단에 올라 섰다. 메인주 출신 공화당 수잔 콜린스 의원이었다. 그는 정부의 위기상태를 끝내야 한다며 "민주당, 그리고 공화당의 동료 여러분, 우리는 믿음을 갖고 책임있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옆에 있던 메릴랜드주 출신 민주당 바버러 미컬스키 상원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저는 협
[오픈 업] 한글의 추억과 2세 한국어 교육 [LA중앙일보] 01.26.15 20:09 어린 시절 겨울밤은 유난히 길고 추웠다. 서울의 겨울 햇볕 또한 너그럽지 못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겨울 체육종목으로 스케이트가 필수였다. 실내 스케이트장이 없던 가난했던 때라 스케이트 시험을 무사히 치르려면 한강변에 만든 노천 스케이트장에서 연습했어야 했다. 교복 이외에는 목도리나 코트를 덧 입어서는 안 되는 교칙이 있어 방과 후에 스케이트 연습을 갈 때도 교복을 입었다. 스케이트 연습으로 꽁꽁 얼어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면 작지만 따스한
[오픈 업] 60년이 지나도 동생에게 못한 말 [LA중앙일보] 01.07.15 22:25 부모님이 읍내로 세배 가신 어느 새해 첫날이었다. 아홉살된 나는 두살 아래 동생 인숙이를 보며 집에 있었다. 그런데 부모님이 떠나신 지 얼마 안 돼 동생은 배가 아프다고 방에 누워있겠다며 꼼짝하지 않았다. 대문 밖에서 친구들과 놀던 나는 미안해서 물어보았다. "언니는 나가서 놀아도 돼?" "응." 아프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동생의 대답에 나는 다시 뛰어 나갔다. 점심 때가 되어 들어와보니 동생은 여전히 누워 있었다. 평소에 좋아하
[오픈 업] 환자와 의사의 '행복한 동행' [LA중앙일보] 12.19.14 19:49 오늘은 환자와 의사 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생각하며 함께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한 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나는 동료의사들과 가끔 이런 농담을 한다. 환자는 의사가 모두 마치 '마커스 웰비'인 것으로 착각한다고. 마커스 웰비는 ABC TV 시리즈로 1969년부터 1976년까지 방영된 프로그램이다. 중년에 접어든 가정주치의 닥터 웰비는 친절한 성품의 신사로 다양한 임상 경험과 지식을 갖고 병마의 퍼즐을 푸는 마술사였다. 물론 언제라도
[오픈 업] 딸의 친구가 마음에 안들어요 [LA중앙일보] 12.09.14 21:40 15세 소녀와 엄마가 나를 찾아왔다. 얼핏 보기에 모녀라기보다 자매이거나 친구같이 보이는 젊은 엄마와 성숙한 딸이다. 엄마에게 찾아온 이유를 물으니 "애가 좋지않은 친구와 사귀기 때문"이란다. 그 친구는 동성애자일 뿐더러 집안 배경도 좋지 않다면서. 소녀에게 물으니 "친구는 동성애자가 아니라 양성애자이고 마음이 따뜻해서 좋다"고 했다. 엄마는 멕시코에서 태어나 일곱살까지 살다가 부모와 함께 미국에 왔단다. 15살에 현재의 딸을 임신해 출산했
[오픈 업] 환자가 싫어하는 의사 [LA중앙일보] 12.01.14 20:03 얼마 전 중앙일보 오피니언 면에서 '아직도 이런 의사가 한인타운에 있다니'라는 제목으로 밸리에 사는 한 독자가 쓰신 글을 읽었다. 글의 내용으로 보아 그 독자는 시니어이고 한국어를 구사하는 의사를 주로 찾으시는 것 같았다. 한 시간이나 걸리는 한인타운까지 가서 전문의사를 찾았는데 의사는 환자의 질문에는 대답하지도 않았고 면박을 주었으며 의사의 말이 거의 반말에 가까웠다고 했다. 또 병원도 일종의 서비스 업종이므로 환자가 '갑'이 되고 의사는
[오픈 업] 동양식 엄마와 서양식 딸 [LA중앙일보] 11.26.14 19:44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에 대해 다른 부모에게 가르치는 입장에 자주 서지만 나 자신도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딸들의 결혼식 때, 딸들은 자신들이 허락한 숫자만큼의 하객만 초청하라고 했다. 그 이유는 결혼이 자신들의 결혼이지 엄마의 결혼이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동양식 사고방식은 집단자아가 개인보다 우선이다. 즉 가족 전체의 경사이니 부모의 지인들도 자녀 친구에 못지않게 중요한 하객이 된다. 그러나 딸들은 서양문화에서 태어났고
[오픈 업] 지구촌 주민으로 살아가기 [LA중앙일보] 11.24.14 22:33 "어~서 왔능교?" 한 한국 아주머니가 나의 등을 다독이면서 강한 경상도 사투리로 말을 걸어왔다. 지난 달 터키 여행을 갔을 때 이스탄불에 있는 돌마바흐체 궁전 화장실에서 만난 분이었다. "아이고, 고향 떠나 얼마나 힘드요" 하며 내 등을 쓸어 주고는 마치 옛 친구처럼 '건강하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돌마바흐체 궁전을 방문한 10월 29일은 터키 독립기념일이었다. 가을 비 내리던 돌마바흐체 궁전의 잘 가꾸어진 정원은 아름다웠고 방
[오픈 업]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 [LA중앙일보] 10.30.14 21:02 "예전에는 제가 고국을 방문할 때마다 많은 분들이 '내 동생도 LA에 살고 있다'거나 '내년에는 나도 미국여행을 떠날거야'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런데 요즈음에는 화제가 바뀌었어요. 이제는 '오랫동안 살았던 미국을 떠나 고향에 오니까 마음이 편하다'거나 '과거에 미국에서 살았는데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등으로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국은 한국이 아니다. 글렌데일 주민들에게 배달되는 동네신문에 실린 어느 여기자의 글이다. 그녀는 아르메니안
[오픈 업] 7~8시간 잠이 최고 보약 [LA중앙일보] 10.21.14 21:56 20여년 전 자장영상기(MRI)가 나타난 이후 인간은 자신의 두뇌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됐고 많은 것을 알아냈다. 두뇌는 더 이상 육체와는 무관한 알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이 아닌,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는 영역이 됐다. 그런 두뇌를 대할 때마다 정신과 의사로서 한 올 한 올 실타래를 풀어가는, 마치 탐험가나 탐정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 등에 대해서는 연구가 그토록 활발해진 것에 비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오픈 업]북가주에 사는 손자 '세종' [LA중앙일보] 10.08.14 20:03 북가주에 살고 있는 큰 딸 집을 다녀왔다. 첫 손자, 세종의 열번째 생일을 축하해 주려 LA에 사는 두 손녀와 함께 갔다. 세종이는 영어 이름이 따로 없다. 한국을 좋아하는 나의 백인 사위가 자랑스레 지어준 이름이다. 나의 딸과 버클리 대학에서 만나, 공학 전공을 하는 동안 새벽마다 한글 공부를 하며 그는 세종대왕을 알게됐다. 게다가 세종이는 10월 8일생이다. 한국의 10월 9일이니 바로 한글날에 태어난 셈이다. 북가주에 살다보니 유치원
[오픈업]디지털이 되살린 우정 [LA중앙일보] 10.05.14 18:16 4층짜리 과학관 건물이었나 싶다. 포르말린 냄새가 나는 그 건물은 과학계통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었고 강의실 외에도 여러 개의 실험실이 있었다. 의예과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봄날, 화학 실험을 하다가 창문을 내려다 보았다. 봄날 오후의 교정은 화려했다. 어떤 꽃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꽃들이 만발했고 하늘은 푸르고 맑았다. 일찍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교정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꽃과 인파의 흐름은 내가 참여할 수 없는 화려한
[오픈 업] '제주의 혼'을 만나다 [LA중앙일보] 08.20.14 22:20 "아름다움을 통해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한 지금, 나의 하루는 평화롭다." 루게릭병으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인생의 말기에, 자신이 일생 동안 찍은 제주도 풍경을 보며 어느 사진 작가가 한 말이다. 20대부터 시작하여 중년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파도 부딪치는 제주 해안과 한라산, 고즈넉한 언덕들(그는 오름이라 불렀다), 그 사이를 무섭도록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과 바람의 외침들을 사진에 담았다. 지난 5
[오픈 업] 게을러 빠진 우리 아들 [LA중앙일보] 08.06.14 21:47 한 엄마가 10세 소년을 데리고 찾아왔다. "한마디로 게으르기 짝이 없어요. 친구들이 놀자 해도 나가지도 않고 방에만 있지를 않나, 가족들이 게임을 할 때에도 저만 빠진답니다. 적어도 1년은 그랬어요." 아이의 과거력을 물어보니 정상 분만으로 태어났고, 걷기 말하기 등 모두 정상적으로 발육이 되었단다. 다만 잠자는 것이나 먹는 것은 좀 예민했다고 한다. 그런데 4살때 유아학교에 들어가고나서부터 자주 배가 아프고 머리도 아파해서 소아과 의사를
[오픈 업] 한국으로 살러 간 아들 [LA중앙일보] 07.25.14 21:47 내 아들은 1년 전에 한국으로 살러 나갔다. 4년간의 준비 끝에 대학 졸업 후 8년 동안 일해 오던 회사를 그만 뒀다. 30세인 아들은 사직 후 용감하게 배낭여행을 떠났다. 유럽 국가들을 샅샅이 거쳐가면서 유명한 성당과 조각, 건축물의 사진을 블로그를 통해 보내왔다. 마치 나도 같이 여행을 다니는 느낌이었다. 전쟁이 그치지 않는 중동에서도 각 고장에서 만난 젊은이들과 밤새도록 파티를 즐기는 듯 했다. 이스라엘에 가서는 키부츠에 들어가 현지인
[오픈 업] 옐로 저널리즘에 휘둘린 한국 [LA중앙일보] 07.08.14 21:38 '옐로 저널리즘 (황색언론)'이 한국을 우롱하고 흔들었다. 얼마 전 총리로 지명되었던 문창극씨에 대한 '미디어 사건'이 그것이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전문성을 잃은, 비윤리적으로 각색된 뉴스 처리를 '황색언론'이라고 부른다. '옐로 저널리즘' 이라는 말이 생긴 것은 19세기 말이니까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넘는 셈이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들- 퓰리처 상의 주인공 퓰리처와 관광지 허스트 캐슬의 주인이었던 허스트 사이의 이득권 싸움 때문
[오픈 업] 주의산만증에 맞선 아버지 [LA중앙일보] 06.10.14 19:54 "딸들이 가보라고 해서 왔는데요." 53세의 백인 남성이 찾아왔다. 응급이 아닌 상태에서 말이다. 워낙 소아 및 청소년 정신과 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응급 상황이 아닌 경우에 나는 성인환자를 보는 경우가 드물다. A라는 이 중년 남성은 내가 치료하는 두 명 대학생의 아버지였다. 그는 두 딸이 모두 UC버클리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딸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주의산만증세가 아빠에게도 있는 듯하니 치료를 받으시라"며 오랫동안 권했다
[오픈 업]자녀의 방학을 맞는 젋은 엄마들에게 [LA중앙일보] 06.09.14 20:44 여름이 온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여름방학은 무려 3개월이나 된다. 여름방학이 긴 것은 초창기 미국이 농업국가였기 때문에 자식들이 농사일을 도울 수 있게 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방학 외에도 학교가 쉬는 날은 많다. 심지어 유대인 명절에도 학교가 문을 받는다. 보호가 필요한 초등학교 아이들을 둔 부모들, 특히 맞벌이 하는 가정은 이런 때 아이들을 맡아 줄 사람 또는 기관을 찾아야 한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큰딸과 사위는 어느 한 시간
[오픈 업] 대통령 탓만 할 것인가 [LA중앙일보] 05.18.14 16:59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다. 매일 보도되는 세월호 경영진의 탐욕과 그들 공동체 및 사업체의 비리, 공공기관의 부정 등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절망스러움에 암울하다. 이제 우리는 서로에게 손가락질 하며 서로를 질책하는 무력함에서 벗어나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이 참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의 책임인가? 아니다. 세월호는 바다에서 침몰했지만 책임자와 범인은 어느 칼럼니스트의 말대로 육지에 있
[오픈 업] 엄마가 물려준 '원죄' [LA중앙일보] 05.05.14 19:59 나는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원죄'에 대해 인간이 태어나는 것 자체로 갖게되는 수동적인 죄라는 정도로만 이해해 왔다. 당연히 그것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신학적 내지 철학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지금도 이 생각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 한 환자를 보면서 '원죄'라는 것에 생각이 머물게 됐다. 37세의 이 여인은 성대에 혹이 생겨 목소리가 쉬고, 가끔 숨쉬는 소리도 쇳소리처럼 들려 의사를 처음 찾았던 것이 20여 년 전이었다
[오픈 업] 부모보다 교사가 더 잘 안다 [LA중앙일보] 04.08.14 20:19 교회 안의 작은 사무실에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를 목적으로 정신과 환자를 보기 시작한 것이 거의 15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한인타운 근처에 교회가 있어서인지 갓 이민온 분들이 많이 찾아 왔다. 그러다가 몇년 전 버뱅크로 이사온 후부터는 환자의 분포가 재미있게 변했다. 주위에서 잘 아는 분들로부터 '정신과에 데려가 보세요'라고 하는 조언을 듣고 자녀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과거에 많이 들리던 '정신과는 미친 사람만 간다' '창피해
[오픈 업] 나는 행복한 정신과 의사 [LA중앙일보] 03.26.14 20:29 의대 졸업 후 나는 2년간 내과 수련을 받았다. 그리고 27세 되는 해 미국으로 와 내과를 계속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민온 지 2년만에 월남전이 끝나면서 전장에서 돌아온 미국내 의학도들에 의해 내과 레지던트 자리는 채워졌다. 반면에 정신과 레지던트 자리는 많았다. 1965년 케네디 대통령이 서명한 '지역사회 정신건강법'에 의해 정신과 병원 등에 입원해 있던 많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들이 외래로 치료 받으면서 지역
[오픈 업] 나는 행복한 정신과 의사 [LA중앙일보] 03.26.14 20:28 의대 졸업 후 나는 2년간 내과 수련을 받았다. 그리고 27세 되는 해 미국으로 와 내과를 계속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민온 지 2년만에 월남전이 끝나면서 전장에서 돌아온 미국내 의학도들에 의해 내과 레지던트 자리는 채워졌다. 반면에 정신과 레지던트 자리는 많았다. 1965년 케네디 대통령이 서명한 '지역사회 정신건강법'에 의해 정신과 병원 등에 입원해 있던 많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들이 외래로 치료 받으면서 지역
[오픈 업] '존엄사' 법안 유감 [LA중앙일보] 03.18.14 19:38 두 주 전 아침, 뒷마당에 나갔더니 죽은 토끼 한마리가 눈을 뜬 채 수영장에 떠 있었다. 밤 사이 수영장에 빠졌던 모양이다. 목숨이 끝날 때까지 힘들었을 것에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어수선하고 아팠다. 죽는다는 것, 우리는 이에 대해 자주 그리고 너무 쉽게 이야기한다. '죽는다는 개인적인 사건'을 죽어본 적이 없는 우리가 죽은 이들이 말로 표현하지 않았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나는 죽는다는 것을 개인적(이고 무척이나 사
[오픈 업] 인도인 '사티아 나델라' [LA중앙일보] 03.11.14 17:26 한달 전 LA타임스의 비즈니스면 첫 장에는 안경을 쓴 마른 체격의 인도인 신사가 환하게 웃으며 서 있는 사진이 실렸다. 그 오른쪽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왼쪽에는 이 회사에서 33년간 사장을 했던 스티브 볼머가 서 있었다. 인도계 이민자인 사티아 나델라가 세계적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CEO로 임명된 순간의 사진이다. 펩시콜라 사장인 누이 여사나 매스터카드 사장인 반가도 인도인이지만 이 두 회사의 자산을 합친다 해도 작년 한
[오픈 업] 눈물젖은 1세들의 삶 [LA중앙일보] 02.26.14 17:51 법대 공부를 하던 둘째 딸 카니가 어느 날 두툼한 책을 보내왔다. 조지타운 법대를 방문한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창래씨의 처녀작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라는 책이었다. 소설 속에는 뉴욕에서 청과물 사업을 하는 한인 이민자들의 땀과 눈물섞인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세 살 때 부모와 함께 뉴욕으로 이민왔던 저자 자신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폭동 때문에 힘없이 희생되는 뉴욕 이민자들의 이야기는 훗날 LA에서 내가 두 눈 뜨고
[오픈 업] 넘지 못할 장애는 없다 [LA중앙일보] 02.12.14 18:03 키가 크고 몸무게가 200파운드에 가까운 J가 싱긋이 웃으며 내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불쑥 종이 한 장을 내민다. 간호보조사(CNA)자격증이다. 그간 고교 졸업에 필요한 학점 때문에 고생하던 J가 아닌가. 소년은 어린 시절부터 간질 발작 증세가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며 그 빈도는 차차 줄어들었다. 다른 많은 질병들처럼 두뇌 질환도 한가지 이상의 문제가 동시에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자폐증 환자 중에 주의산만 증세나 정서불안증이 합병으
퇴임 후 처음 입 연 트럼프 "뭔가 하겠지만 아직은 아냐"
동양선교교회 임시공동회의 또 충돌…TRO 두차례 승인한 법원
中전문가 '바이든 백신 접종계획 실패 시 내년까지 팬데믹'
백신접종 '예약 대란' 시니어들 속탄다
‘위안부 피해자 1억 배상’ 판결 확정…日 정부 항소 안 해
'후각 상실' 코로나 후유증 美가족, 안 걸린 딸 덕에 화마 피해
"美 전설적인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 코로나19로 별세"
'중국연계 학자' 색출했던 미국 정부, 일제 사면 검토
손상된 백신약병 빼내 가족에 먼저 맞힌 의사 절도죄 기소
골프 즐기던 호주 남성의 '비운'…떨어진 나뭇가지에 '비명횡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