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업] 현충원의 오빠와 종북논란 [LA중앙일보] 06.08.12 18:28 큰 오빠 지난 6일은 한국의 현충일이었어. 미국의 현충일은 그전에 5월 28일 월요일에 지났어. 오빠의 '헛무덤'이 있는 동작구 현충원엔 올해 아무도 갈 수 없었어. 새언니는 큰 오빠 있는 곳에 가 있고 오빠의 두 딸들 나를 포함한 남은 형제들도 이젠 한국에 살지 않거든. 오빠의 이름이 새겨진 초라한 오빠의 묘비가 있는 곳은 오빠의 유품을 묻은 곳이래. 오빠랑 우리가 자랐던 후암동 집을 줄여 이사할 때 우리 가족이 제일 힘들어 했던 것이 오
[오픈 업] 아이들의 화 다스리기 [LA중앙일보] 05.24.12 17:40 에밀리는 35세 된 엄마를 둔 9살짜리 여자 아이다. 유치원 가기 이전부터 항상 부산하고 화가 나면 땅바닥이나 교실 바닥에 누워서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성적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쓰기나 읽기에 문제가 많았다. 지난 6개월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것은 부모의 이혼 때문인 듯했다. 특히 주말에 아버지의 집에 가서 묵고 온 다음에는 화가 더욱 심하고 잠을 자지 못하였다. 정신과 의사는 이런 경우 '불'부터 꺼야 한다. 한 가지의 진단을 내
[오픈 업] 즐겁구나, 김치 담그기 [LA중앙일보] 05.23.12 18:28 나는 모든 음식에 흥미가 있고 좋아하며 잘 먹는다. 음식을 차별하는 것은 여러모로 손해다. 그리고 음식차별은 자신의 삶을 불편하게 한다. 여러 나라의 음식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어느 나라에 가도 비슷비슷한 테마를 갖고 약간 다른 자료를 써서 음식이 만들어진다는 것과 시대적으로 비슷한 때에 만들어졌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 한국의 만두와 서양 사람들이 먹는 라비올리 김밥과 멕시칸들의 부리토 고추전과 피망 안에 쌀과 갈은 고기와 토마토 소
[오픈 업] 주의산만한 아이들 [LA중앙일보] 05.01.12 22:09 주디는 말하기를 좋아하고 자주 웃는 12세 소녀이다. 한 달 후면 13세가 되니 한참 전두엽의 사고기능이 성숙하는 때이다. 그런데 내가 1년 반 전에 보았을 때의 자랑스럽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주디 엄마의 불평은 다시 치료 전과 같아졌다. "글쎄 주디가 학교에 가서 엄마가 자신의 목을 조르며 화를 내었다고 불평을 했답니다. 학교의 신고를 받은 아동보호국에서 집으로 조사를 나왔지 뭐예요. 맨처음 닥터 정을 찾아왔을 때처럼 다시 거짓말을 하고 성
[오픈 업] 자궁 밖에 자리잡은 생명 [LA중앙일보] 04.27.12 18:17 이번 달 우리 부부는 자신의 학회 이외에도 서로의 전공과목 학회에도 함께 다녀왔다. 전공 분야가 다르다 해도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끔 비전공 분야를 알아두는 것도 좋다. 우리 부부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남편은 삶의 시작을 보고 나는 삶의 끝을 본다고 말한다. 남편은 산부인과 전공이고 나는 방사선 종양학 전공이다. 암 전문의가 반드시 삶의 종말만을 본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다. 우리는 질병과 죽음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많은 삶을
[오픈 업] 나쁜 스트레스 좋은 스트레스 [LA중앙일보] 04.08.12 15:18 학자 월터 캐논이 한 여자 아이의 위장을 특수 내시경을 통해 들여다 보았다. 침대에 누워 옆에 있는 엄마를 보며 편안할 때 소녀의 위장벽은 분홍빛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엄마가 문을 열고 방을 나가는 순간 소녀의 위장벽은 시뻘겋게 색깔이 변했다. '엄마와 떨어진다'는 불안한 감정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장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실험은 캐논 박사의 '싸우거나 도망치는 스트레스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
[오픈 업] 환경이 다르면 꿈도 달라요 [LA중앙일보] 03.20.12 18:09 얼마 전 대구MBC 방송과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대구에 있는 두 개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인이 됐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를 두고 우려하는 의견들이 인터넷과 신문에 실렸다. 결과를 들여다보면 우려할 만도 하다. A초등학교 학생들이 가장 많이 희망한 단일 직업은 21%가 원한 의사였다. B초등학교 학생들이 가장 많이 희망한 직종은 선생님이었는데 이 역시 20%가 원했다고 했다. 각 학교의
[오픈 업] 종군 여기자 '마리 콜빈' [LA중앙일보] 03.07.12 18:31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젊어서 실감하지 못했던 진리에 눈뜨게 된다는 아이러니다. 마치 세상이 변해 내가 알게 된 것 같은 착각을 하지만 사실 진리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이제야 느낀 아이러니 중의 하나는 좁은 한계 속에 있는 나의 삶이다.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얼마 전 시리아에서 종군 기자로 일하다가 전사한 영국 선데이 타임스 소속 마리 콜빈의 기사 때문이다. 마리 콜빈 같은 기자들이 없었다면 좁은 한계 안에서 무탈하
[오픈 업] 갱이 되고 싶었던 소년 [LA중앙일보] 02.07.12 18:40 호세는 17세 된 고등학교 11학년생이다. 지난 2년간 그는 늘 마음이 우울했고 화가 많이 치밀었다고 했다. 7년 전에 부모가 이혼한 뒤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듯한 외로움을 느꼈단다. 42세 아버지는 지금 32세의 계모와 재혼해 자신과 두 동생을 키우고 있는데 많은 순간 아버지 계모 그리고 동생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43세의 생모는 청소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데 언제라도 자신이 원하면 찾아 갈 수가 있었다. 호세는 한
[오픈 업] 레지던트 후보들과의 만남 [LA중앙일보] 01.24.12 17:59 맑고 싱싱한 얼굴들이다. 거의 모두가 진한 색의 정장을 하고 있다. 눈들이 맑고 빛난다. 이들은 2년 후 시작되는 암 방사선과 레지던트를 지원해 면접하러 온 의과대학생들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는 1차 서류심사로 뽑은 후보들을 세 차례에 나누어 면접을 한다. 약 13대 1의 경쟁을 거친다. 의과대학 입학만큼이나 중요한 과정이다. 이들이 여기까지 올 동안 치른 시험도 적지 않다. 방사선 암전문 분야를 알게 된 과정과 전공이유에 대해 본인의
[오픈 업] 인간과 짐승의 차이 [LA중앙일보] 01.22.12 17:00 지난 1973년에 발생한 유대인 변호사와 미술가 부인 그리고 어린 딸에게 일어난 비참한 사건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남편의 매질로 죽어가는 딸을 보다 못한 어머니가 마지막 용기를 내어 911에 전화를 걸면서 이들의 잔혹한 가정생활은 폭로되기 시작했다. 구급차가 왔을 때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두었고 오랫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 아내도 몸과 마음이 극도로 파괴된 상태였다. 변호사인 남편이 경찰에 체포돼 감옥에 있는 동안 뉴욕 시민들은 그녀의 재활
[오픈 업] 마음 열게 한 북클럽 [LA중앙일보] 01.09.12 18:04 작은 딸은 매년 크리스마스에 프레첼 만드는 파티를 한다. 프레첼은 유럽에서 유래된 일종의 빵으로 매듭 모양으로 되어 있다. 쿠키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것이 전혀 달지가 않기 때문인데 이탈리아의 수도원에서 시작된 것이라고도 하고 남 프랑스 또는 독일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딸네는 프레첼의 종류를 그 해의 기분에 따라 변형해서 만드는데 이번에는 두어가지 통상적인 것 이외에도 김치 프레첼도 만들었다. 파티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려 지난 한 해 특별
[오픈 업] 여의사들의 수다(?) [LA중앙일보] 12.20.11 18:28 오랜만에 여자 동료 후배 의사들과 점심을 했다. 가까운 샌드위치 집으로 가기로 하고 중견 후배 또 최근 쌍둥이를 낳고 산후조리차 쉬고 있는 X-세대 젊은 의사가 합세해 함께 나섰다. 점심을 먹을 때는 회의를 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과 모처럼 길을 걸어보는 여유가 있어 좋다. 파란 겨울 하늘과 몇 개 되지 않지만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누렇게 물든 플라타너스 잎이 눈에 들어왔다.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오픈 업] 겨울이 더 추운 사람들 [LA중앙일보] 11.29.11 18:07 엷어진 햇살 떨어진 기온 유난히 예쁘게 채색된 가로수가 심어져 있는 길을 지나면서 멀어져 가는 가을을 느낀다. 지난 밤 내린 비로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그리고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욱 추위를 더하는 것 같다. 엊그제 참석했던 회의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네 명의 어린 아이를 둔 히스패닉 계통의 42세의 남자가 극빈을 해결할 길이 없어 온 몸에 석탄가루를 뿌리고 분신자살했다는 이야기였다. 휘발유를 살 3달러가 없었다고 한다. 죽기 하루
[오픈 업] 철드는 아이 철들이는 부모 [LA중앙일보] 11.20.11 16:40 "조금만 기다려 봅시다. 아이가 철이 들 때까지. 희망을 버리지 마시고 계속 사랑하세요." 어린 환자 부모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 당부하는 말이다. 물론 '철이 든다'는 말 대신에 '두뇌 특히 전두엽이 성숙해진다'는 과학적인 말로 대치하기도 하지만. 철 든다는 것은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부모의 사랑과 함께 엄격한 규범을 통해 길들여지고 동물적인 감정들을 억제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두뇌의 가장 앞쪽에 위치한 전두엽의 기본 기능인 지식 습득 판단
[오픈 업] 살았을 때 하는 '장례 잔치' [LA중앙일보] 11.15.11 18:34 미치코는 서양식 성(姓)을 가진 한마디로 도전적인 성격의 괴짜 할머니다. 그녀가 괴짜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그녀의 담대한 모습 뿐 아니라 그녀의 과거사였다. 70대 후반인 할머니가 살아왔던 젊은 시절을 생각해 볼 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지금이야 흔한 일이지만 그 당시에 아이를 낳지 않기로 마음 먹었던 것 같은 일본 사람과 결혼하지 않고 타인종과 결혼했던 것 그 때만 해도 남자들만 흔히 피우던 담배를 피웠던 것 등이 그것이다. 5
[오픈 업] 성인도 주의산만증이 있나요 [LA중앙일보] 10.30.11 17:57 길고 검은 머리를 내려뜨리고 보랏빛 정장으로 아름답게 치장한 여성이 왔다. 이번이 두번째 방문인데 한달 전보다 명랑하고 자신이 가득한 모습이다. 초진 때 처방했던 각성제 '콘서타'의 효과가 나타난 듯하다. 그녀는 지난 8년간 광고회사에서 일해 왔다. 최근 경제가 나빠지면서 점점 일의 양이 많아졌다. 한가지 프로젝트를 맡아서 하다가 끝을 못내고 또다른 일을 해야만 했다.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스트레스는 쌓여갔다. 마감했어야 할 일거리를 잊고
[오픈 업] 의사가 지켜야 할 불문율 [LA중앙일보] 10.18.11 19:02 오래 전 이야기다. 부분 동업을 하던 의사들이 있었다. 그들 부인 중의 한 사람이 불평을 했다. 자기 남편과 함께 사무직원 사무실을 공동으로 쓰는 의사가 의료원에서 쓰기 위해 함께 구입한 물품을 집으로 가져 간다는 것이다. 펜 종이 스카치 테이프 노트북 때로는 화장지 같은 것이었다. 얼마 전에는 신문이나 매스컴을 통해 알려질 정도로 큰 일은 아니지만 한인 공동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뒷 이야기를 들었다. 여성들이 주로 관련된 부엌 살림 이야기였
[오픈 업]죽음에 이르는 병 [LA중앙일보] 10.16.11 18:30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주말에 방문한 한 교회 신도들의 슬픔과 당황이 섞인 말이었다. 이 교회에서 오랫동안 봉사해 오던 60대 초반의 남성이 최근 권총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그가 죽음으로 갈 때까지 무관심했던 자신들에 대한 죄의식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친했던 친구는 바로 전날 밤에 그의 전화를 받았지만 바쁜 일이 있어 다음 날 이야기하자고 끊었고 그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교인 모두가 '남은 자의 죄의식'으로 고
[오픈 업]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처 [LA중앙일보] 09.27.11 19:35 빈대떡 부치는 냄새는 친근하고 다정하다. 얼마 전 추석을 지나며 오랜만에 빈대떡을 만들었다. 집안은 훈훈하고 넉넉했다. 올해는 우연히도 음력으로는 추석 양력으로는 9.11 테러를 기억하는 날이 하루 상관이었다. 모든 것이 풍성해 보이는 추석과 10년 전 온 세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생명 유린행위를 기억하는 날이 아이러니하게 겹쳐진 것이다. 올 추석은 그런 의미에서 기억해야 할 사람들과 사건 그리고 삶의 목적과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고
[오픈 업] 루게릭병과 싸우는 여인 [LA중앙일보] 09.05.11 15:37 여름밤이 무척이나 울적하다. 오랜만에 틀어 놓은 CD에서는 오래 전의 가수가 오래된 노래를 주위의 눈치도 보지 않고 열창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울적함을 털어 버릴 수 없을까. 쉬이 잊혀지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렇다. 그것은 내가 오늘 루게릭병에 걸린 어떤 여인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여인이 나에게 온 것은 물론 루게릭병 때문이 아니었다. 그 여인에게 또 하나 닥친 암울한 질병 유방암 때문이었다. 루게릭병으로 지난 2년간 고통
[오픈 업]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LA중앙일보] 08.28.11 15:51 '법과 질서'라는 TV시리즈 중에 1990년 방영된 '무차별' 그리고 14년 후 '처리(fixed)'라는 이름으로 나간 드라마가 있다. 이는 1987년 뉴욕 맨해튼에서 일어났던 가정폭력을 다룬 것들이다. 뉴욕 지방검사였던 스타인버그와 랜덤하우스 출판사의 동화 편집자로 일했던 헤다 너스바움이라는 부부가 불법으로 입양한 두 아이 중 여섯 살 짜리 큰 아이를 학대와 폭력으로 뇌사시킨 사건이 소재였다. 검사와 동화작가의 결합과 두 입양아가 함께
[오픈 업] 치매를 피해갈 수는 없을까 [LA중앙일보] 08.16.11 18:04 "글쎄 그 권사님이 자녀들이 보내주는 현금을 차곡차곡 옷에 숨겨 놓았었는데 갑자기 양로원에 가느라 그만 깜박 잊으셨다네요. 타주에서 찾아온 따님을 알아보지 못하셨으니 따님이 안전한 곳에 모시느라 서둘렀대요. 그 옷들은 모두 자선기관에 보냈다는데…." 나의 어머니가 살고 계신 노인아파트에서 생긴 일이다. 자녀들이 용돈으로 드리는 현금을 아껴서 모아 두었다 가끔 찾아오는 손자들에게 나눠주는 기쁨을 경험하시는 노인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오픈 업] 임신부 암환자의 선택 [LA중앙일보] 08.12.11 18:37 지난 번 '임신부 항암치료의 딜레마'라는 제목으로 썼던 글을 읽고 몇몇 주위 친지들이 어떻게 결말이 났느냐고 물어왔다. 내가 그 환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고심을 했다고들 했다. 또 내가 엄마가 아니고 엄마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기라면 무엇을 원했을까 생각도 해 보았다고 했다. 그 글을 못 읽으신 분들을 위해 요약하면 자궁 경부암에 걸린 임신부와 3기 유방암 진단을 받은 임신부 환자의 어려운 처지에 관한 글이었다. 이 두 질병의 항암 치
[오픈 업] 부모에게 배운 술은 문제가 없을까 [LA중앙일보] 08.03.11 18:11 충청남도 예산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에 나는 가끔 동네 어른들이 마을 남학생들이나 친구 자제들에게 술을 권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서 술잔을 받는 법이나 돌아 앉아서 마시는 예의를 가르쳤다. 나의 어린 눈에는 그 아이들이 어른 대접을 받는 듯해서 보기에 뿌듯했다. 물론 여자인 나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었지만…. 그리고 자라면서 나는 술에 대한 찬미나 시 구절을 많이 읽었다. 예를 들어 어느 시인이 달 밝은 밤 호수에 띄운 배에서 읊었다는 세 개
[오픈 업] 임산부 항암치료의 딜레마 [LA중앙일보] 07.28.11 19:20 산모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태아를 죽이는 항암 치료는 타당한가. 백의의 천사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던 친구는 나보다 2년 먼저 수술방 간호사로 직업 전선에 들어갔다. 공부도 하기 싫고 마음도 싱숭 생숭했던 어느 날 이 친구랑 다방에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친구가 불현듯 말했다. "세상은 참 불공평해. 그거 알어? 오늘 수술방에서 있었던 일이야. 한 수술실에서는 임신중절 수술을 하고 있었고 그 옆 수술실에서는 임신하고 싶어서 막힌
[오픈 업] 30년전 존슨공원의 추억 [LA중앙일보] 07.12.11 17:55 아주 오래 전 여름 우리 가족은 텍사스 존슨시티에 들른 적이 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의학 세미나가 그 도시 근방에서 있었을 것이다. 그곳에는 미국의 37대 부통령이었고 36대 대통령을 지난 바 있는 린든 배인스 존슨(LBJ)의 600에이커 목장이 있다. 유족들이 이 목장을 국가에 기증하여 국립역사공원이 됐다. 사실 존슨은 나에겐 흥미없는 대통령이었다. 케네디 암살 후 존슨 대통령이 사망한지 꽤 시간이 흘렀어도 없어지지 않는
[오픈 업] 사랑과 믿음으로 키워주신 어머니께 [LA중앙일보] 05.06.11 19:33 엄마 오월이군요. 67년간 함께 했던 아버지를 떠나보내시고 처음 맞이하는 어머니 날에 이 편지를 올립니다. 큰 믿음과 인내로 저희 네 형제를 길러주시고 이제 10명의 손자 손녀와 4명의 증손을 지켜주시는 엄마가 계시니 아버지도 평안하게 미소짓고 계실 거예요. 최근에야 엄마는 한 살짜리 저를 업고 고향인 평안남도 개천을 떠나서 삼팔선을 넘어 피란오시던 옛 이야기를 해주셨지요.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온갖 죽음의 순간들을 비켜가며 저를 지
[오픈 업] 30대 암 환자의 고백 [LA중앙일보] 05.02.11 20:15 내가 시술해야 할 환자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해 동료의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환자는 여러 상황으로 볼 때 '특수관리'가 필요한 30대 초반의 교수라고 한다. 30대 초반. 자궁암이 발생하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였다. 첫 번째 암은 잘 치유가 됐는데 다른 종류의 두 번째 암이 또 생겼다. 동료 의사 말대로 '특수관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환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칼로 가르고 바늘로 봉합하는 수술이 아니라 방사선을 자궁 내부
[오픈 업] 가족 사랑 일깨운 자폐아 'M' [LA중앙일보] 04.28.11 19:32 자폐증과 나는 인연이 깊다. 1976년부터 2년간 내가 소아 및 청소년 정신과 수련을 받게 된데는 당시 심한 자폐증 증세를 보이던 M이라는 흑인소년의 영향이 컸다. 뉴올리언스시에 위치한 튤레인 의과대학 정신과는 역사를 자랑하며 많은 학자를 배출한 곳이다. 내가 수련을 했던 클래스는 나를 제외하고는 5명의 백인 남자 레지던트들 뿐이었다. 당시 일반정신과 의사들은 3년간의 정기수련을 받았는데 그 중 6개월간은 소아정신과를 집중적으로 경험했다.
[오픈 업] 의사들이 싫어하는 환자 [LA중앙일보] 03.16.11 18:23 "이게 뭐야. 세상에 이렇게 캔텅커러스한 늙은이가 있어!" 동료의사가 회의실에 들어오며 내뱉다시피 한 말이다. 이 말을 듣던 한 레지던트가 '아 SAT 단어다' 하며 큰 소리로 웃었다. '캔텅커러스(cantankerous)'라는 단어는 잘 쓰여지지 않는 어려운 말로 '못 돼먹은' 이라고 번역하면 아주 잘 맞는다. 의사들도 싫어하는 환자가 있을까? 어떤 환자들은 대놓고 의사를 비판하거나 불평의 편지를 과장이나 공공기관에 보내지만 의사들은
[오픈 업] 눈물 흘리지 않는 상주 [LA중앙일보] 02.14.11 18:55 지난 해 겨울에 접어들면서부터 설이 지난 최근까지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필요했던 마음의 여행이었던 것 같다. 15년 전 한인 2세들이 차별받지 않고 엘리트 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돕자며 함께 일을 했던 친지가 지난 11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52세였다. 이어서 친지의 부친 친구 남편의 죽음 소식도 들었다. 직접 상관은 없었지만 내가 조금은 도와 주어야 했던 유학생의 사고사 한국에 계신 시아버님의 소천도 으슬으슬 추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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