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업] 북한의 인권탄압에 침묵하는 세계 [LA중앙일보] 02.10.14 19:56 '어서 들어가!' 총부리를 들이대며 감시원이 고함을 친다. 젊은 부부와 네 살 짜리 아이는 다섯 면이 유리로 된 방안으로 밀쳐진다. 감시원은 밖에서 문을 잠근다. 아이는 눈치로도 무슨 험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안다. 젊은 남자의 다리에 두 팔을 꼭 두르고 얼굴을 두 다리 사이에 묻고 있다. '무서워. 아빠 무서워!' 남자는 아이를 달랜다. '괜찮아. 아빠랑 엄마 여기 같이 있잖아!'…시간이 흐른다. 아이가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을 한다.
[오픈 업] 2세들은 왜 우울한가 [LA중앙일보] 01.28.14 20:33 내 친구의 어머니는 유방암으로 돌아가셨다. 엄마의 두 언니들도 모두 같은 병으로 젊은 시절에 사망했다. 친구는 얼마 전 멋쟁이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멀쩡한 유방을 미리 수술해 버린 것을 이해한다고 했다. 가족에게 유전으로 내려오는 병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일깨워주는 이야기다. 그런데 가족의 유전병 이외에도 특정 민족이나 인종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병들이 있다. 예를 들면 흑인들은 고혈압이 많다. 그래서 흑인 환자들에게는 자주 혈압을 재보고 짠
[오픈 업] 70대 유대인 할머니의 눈물 [LA중앙일보] 01.14.14 17:53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세상 뜨기 전에 마지막 썼다는 시 '옛날의 그 집'의 끝구절이다. 1년 전부터 이 구절을 공감하며 살아오고 있다. 참으로 늙는다는 것이 얼마나 좋고 후한 일인가! 2012년 12월 말 은퇴는 했지만 말이 은퇴이지 실상 2013년은 그 전과 다름 없이 바빴다. 하지만 '은퇴'라는 삶의 새로운 장은 예상했던 것 이
[오픈 업] 10대 아들이 원하는 것 [LA중앙일보] 12.10.13 19:21 "부모님은 15세의 제 여동생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십니다. 동생은 속상하거나 우울할 때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니까요. 저는 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마음속에만 담아두니까 부모님의 관심도 적을 수밖에 없지요." 최근 발행된 타임지의 '소년들이 원하는 것(What boys want)'이라는 기사 중 남가주에 살고 있는 19세 소년이 자신의 부모에 대해 말한 내용이다. 글을 기고한 청소년 행동전문가 로잘린드 와이즈먼은 지난
[오픈 업] 주의산만증 아이의 부모 [LA중앙일보] 11.26.13 21:22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공부도 뛰어났고 수영이나 합창반 활동도 잘했기 때문에 특별히 걱정해 본 적이 없었지요. 그런데 집을 떠나서 대학교에 간 후에 엄마가 전화로 이야기 하시더군요. 집 근처의 미장원에 갈 때마다 ‘따님이 두고 간 스웨터가 여기 있어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요. 결혼한 후에 아들을 낳고 직장에도 잘다니다가 어느 날 ‘Driven to Distraction’이라는 책을 읽고서 저에게도 주의산만증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치
[오픈 업] 정치하려면 사제복 벗어라 [LA중앙일보] 11.25.13 17:31 신문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 미사'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미사 중에 박창신 원로신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을 언급하면서 "서해북방한계선(NLL)이라는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가 군사훈련을 계속하면 북한이 쏴야한다"고 말했다. 나는 천주교 신자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인데 한국 천주교에 이런 정치적 사제단이 있다는 것에 우선 놀랐다. 웹사이트에 들어가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에
[오픈 업] '링컨의 땅'에 세워진 대학들 [LA중앙일보] 10.21.13 17:52 지난 며칠 동안 남편과 나는 남부 테네시주를 시점으로 중서부 일리노이주를 거쳐 미시간주까지 자동차 여행을 했다. 미국은 각 주마다 특징에 따라 별명을 짓는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의 또 다른 이름은 '골든 스테이트'다. 주의 닉네임대로라면 남편과 나는 '봉사자의 주(테네시)'부터 북상해서 '대호수의 주(미시간)'까지 '링컨(대통령)의 땅(일리노이)'을 거쳐 여행을 한 셈이다. 테네시의 별명은 예상외였다. '봉사자의 주'라니. 테네시주 멤피스에는
[오픈 업] 의사의 스승은 아픈 그들 [LA중앙일보] 10.08.13 18:32 오늘 외래 진료실로 환자 J가 왔다. 이제 열여덟 살이 되어서인지 예전보다 더욱 부르짖는 외침이 크다. 대기실에 J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는 멀리에서도 그녀가 온 것을 알 수 있다. 짐승이 우는 것처럼 높게 질러대는 그녀의 고함은 울음 때문이 아니다. 나는 J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눈물 없는 J의 절규는 무섭도록 처절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내 옆방에서 일하는 상담가인 록산은 그녀에게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전신 마비의 소아마비에
[오픈 업] '대나무 천장'을 뚫어라 [LA중앙일보] 09.26.13 19:44 최근에 '대나무 천장 깨트리기(Breaking the Bamboo Ceiling)'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과거 직장에서 여성이나 소수계의 승진을 막는 한계를 '유리 천장(Glass Ceiling)'에 비유했는데 이와 비슷한 조어인 것 같다. 저자 제인 현은 대기업의 똑똑하고 부지런한 아시안 직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중간 정도에서 진급이 그치고 중역급이나 사장의 위치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의 원인은
[오픈업] 원주 기독병원의 추억 [LA중앙일보] 09.12.13 17:30 나는 강원도를 사랑한다. 의대 재학중에 무의촌 진료대로 가서 만난 정선 사람들의 순박한 마음씨가 시초였다. 그 후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녀온 강릉의 경포대와 푸른 바다, 붉은 감이 익어가는 기와집들에 마음을 빼앗기곤 하였다. 그러나 가장 깊은 의미를 심어준 곳은 원주였다. 원주기독병원에서 2년간 내과 수련을 받으며, 나는 첫딸을 낳았다. 최근에 읽은 '리턴 투 코리아(Return to Korea)'라는 책에서 강원도를 다시 만났다. 48년간 의
[오픈업] 똑똑한 환자, 유능한 의사 [LA중앙일보] 08.22.13 16:59 몇 주 전 LA타임스에 의사들의 약 처방 실태를 심도 있게 다룬 탐사보도가 게재됐다. 비영리 탐사보도전문 언론사 '프로 퍼블리카(Pro Publica)'의 기자 2명이 쓴 이 기사는 접근 방법과 내용 모두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병원의 환자 기록은 철저하게 보안 장치가 되어 있어서 그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나 간호사 이외의 외부 사람에게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어느 의사가 어떤 환자에게 무슨 약을 주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 기자
[오픈 업] 폭행 당하는 여성들 [LA중앙일보] 07.19.13 18:06 LA선셋대로에 있는 선셋카이저 병원에는 동양인 의사나 간호사가 많이 근무한다. 한인을 위시해 아시아계 이민자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이곳의 필리핀계 간호사들이 언제부터인지 밸리에서 일하는 나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남편 폭행의 피해자들이었다. 이들도 한국인 이민자들처럼 정신과를 찾는 것을 수치스러워하고 감추려는 듯했다. 심한 폭행 피해를 당하면서도 종교적 이유로 이혼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따라서 지금 남편과 오래 살려면 무엇인가 변화가
[오픈 업] 전몰 용사와 함께하는 평화 [LA중앙일보] 07.05.13 17:16 미국의 메모리얼데이, 한국의 현충일, 6·25사변일도 지났고 얼마전에는 게티즈버그 전쟁기념 150년 되는 날도 있었다. 엊그제 태어나 처음으로 LA국립묘지에 갔었다. 작년 이맘 때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큰 오빠와 오빠처럼 젊은 나이에 전쟁에서 생명을 잃은 이들을 한국사람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며 글을 쓴 적이 있다. 글의 내용 중의 일부는 친정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국 이민으로 인해 홀로 남겨진 큰 오빠의 빈 무덤 이야기였다. 비록 이
[오픈 업] '군대 자살'이 주는 교훈 [LA중앙일보] 07.02.13 17:51 작년 미국서 자살한 군인은 524명이었다고 한다. 전쟁터에서 오죽 처절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면…하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분석하니 이들 중의 52%는 전쟁터에는 아예 가보지도 않았던 후방 소속 군인이었다. 조울증 환자도 있었다. 며칠전 LA타임스의 '길고도 긴 전쟁'이라는 특집기사가 이런 문제를 크게 다뤘다. 조울증이라는 병력을 감춘 채 입대했으니, 필요한 치료도 받지 못한 것이다. 그는 세 아이의 아버지라는 부담감과 아내를 폭행한 후에 닥친 이혼
[오픈 업] 앤젤리나 졸리의 '선택' [LA중앙일보] 05.28.13 20:45 외할머니는 45세에 난소암으로 단명했고 엄마는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렸으나 56세에 난소암 때문에 세상을 떠났다. 오늘 뉴스에는 그녀의 이모가 유방암으로 타계했다고 했다. 이모는 61세였다. 앤젤리나 졸리의 일 이촌 친척들의 병력이다. 이러한 가정에서 태어난 오스카 수상자이자 휴매니티 세계 대사로 알려진 37세의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암이 발병하기 전에 예방책으로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다는 발표를 해서 관심사가 되고있다. 유방암에 대한
[오픈 업] 아빠들이 설립한 자폐증 연구소 [LA중앙일보] 05.09.13 21:04 정신질환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유전인자를 통해 물려받은 두뇌의 질환들이다. 조울증, 주의산만증, 자폐증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장소에서 29년간 진료를 하다보니 부모, 형제, 자매 등 가족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중 하나로 K와 D라는 백인 쌍둥이를 4세부터 시작해 현재 19세까지 치료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나는 쌍둥이 엄마가 웃음을 잃은 것을 보지 못했다. 두 소년 모두 중증 자폐환자들이라 언어 발달이 늦고 자신의 의사를
[오픈 업] 냉동 '인간배아'의 운명 [LA중앙일보] 04.16.13 19:53 "엄마, 나 너무 추워!" 냉동실에서 외치는 아이의 소리를 이 여인은 들었던 것일까? 그녀의 머리는 복잡하다. 생각을 할수록 마음은 깊고 어둡게 가라앉는다. 며칠 전 '배아 저장 회사'에서 고지서를 받고 그곳에 몇 년째 저장되어 있는, 그녀와 남편이 준비해 놓은 '배아'들의 운명을 결정하기로 했던 것이다. '배아'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수정체로 사람으로 될 첫 단계의 작은 '세포 공동체'라고 말하면 이해하기 쉽다. '배아'는
[오픈 업] 유대인 엄마와 라틴계 입양 소녀 [LA중앙일보] 03.13.13 18:43 정신과 의사로 환자를 치료하면서 가장 힘든 경우의 하나는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어린이.청소년의 부모를 보호기관에 신고할 때이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감정 및 행동 문제가 생겨 이를 치료해 주려고 찾아 온 부모를 법에 따라 보고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병원에 왔던 유대인 어머니와 그녀의 13세 멕시코 출신 양녀도 이런 경우다. 이 양어머니는 산모가 살고 있는 멕시코 마을을 찾아가 소녀가 태어나기 전부터 기다렸다. 출산 후에는 아기를 데리고 돌아와
[오픈 업] 빅토르 위고에게 묻는다 [LA중앙일보] 03.11.13 17:44 뮤지컬 영화로 다시 탄생한 '레미제라블'을 보았다. 원작 소설을 쓴 빅토르 위고는 작품을 통해 사회체제의 부당함과 인간의 부조리함을 고발했던 작가이다. '레미제라블'이 소설로만 남아있지 않고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것은 참 반가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전을 가까이 하기 어려운 신세대들에게 빅토르 위고가 보여주려던 사회정의에 대한 우리들의 의무 그리고 사랑 우정 연민 등을 노래를 통해 쉽게 전달해주었기 때문이다. '레미제라블'을 뮤지컬로 태
[오픈 업] 파괴하는 '술폭력' [LA중앙일보] 02.03.13 16:12 필자가 일하는 병원건물 화장실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파란색 수첩들이 놓여있다. 표지에는 '아프십니까? 도와드릴게요'라는 글씨와 함께 가정폭력을 당할 경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화번호(LA지역:800-978-3600 전국:800-799-7233)가 적혀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안내가 나온다. 1. 위급 시에는 본인이 911을 부르거나 아니면 사전에 아이들에게 911로 전화하는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2. 믿을 만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십
[오픈 업] "아직 이 세상에 있어요" [LA중앙일보] 01.24.13 17:28 '아직 이 세상에 있어요. 텔마 올림.' 이 연말 카드는 매년 12월이 되면 소식을 보내오는 텔마에게서 받은 것이다. 텔마는 다른 어떤 이야기도 카드에 쓰지 않는다. 매년 똑같은 소식을 한 줄 써서 보낸다. 텔마는 유방암을 이긴 환자다. 이젠 환자가 아니고 '유방암을 이긴 여인'이랄까. 발병 당시 갱년기를 지나고 있었다. 분주한 LA에서 은퇴 주민들이 사는 한적한 곳으로 이사간다고 찾아 왔던 것이 십수년 전이다. 텔마는 유방암 진단을 받은
[오픈 업] 자녀 교육, 감정으로 코칭하라 [LA중앙일보] 12.28.12 18:24 몇년 전 한국 축구팀이 월드컵 4강에 들었을 때 우리 눈에 띈 사람이 있었다. 히딩크 감독이었다. 그는 선수들의 장점을 찾아서 격려해 주고 미처 본인도 알지 못했던 잠재력을 끄집어내어 불사르게 하였다. 이렇게 선수 개개인을 감동시켜 자신의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하게 하는 코치의 역할은 아이를 기르는 데에도 똑같이 응용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이 '감정의 코치' 역할이다. 좋은 코치가 되려면 선수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고 그들이 좋아하
[오픈 업] 12월이 우울한 사람들 [LA중앙일보] 12.18.12 17:21 항상 태양이 빛나는 천사의 도시 LA도 가을을 탄다. 11~12월이 되어 햇볕을 쪼이는 시간이 짧아지면 우울증 환자도 부쩍 늘어난다. 계절성 우울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 불리는 이 우울증은 다른 우울병과 증세는 비슷하지만 태양열의 감소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차이가 크게 난다. 밤이 긴 알래스카에서는 이런 환자들에게 전등불이 환하게 빛나는 특수 램프나 머리에 형광 램프를 쓰게 하여 치료한다고 들었다. 이와 반대
[오픈 업] 조령모개와 뉴 노멀 [LA중앙일보] 12.11.12 20:20 나는 공개적으로 '뉴 노멀(New Normal)'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에 도달해 있다. 의사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동료들과 함께 젊음을 보내온 의료 그룹에서 은퇴하는 시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나와 내 환자들의 이야기를 더 하기 전에 '뉴 노멀'이라는 말에 포커스를 잠깐 맞추어 본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또 변화가 요구되는 지금의 미국 사회가 뉴 노멀이라는 변수를 더 자주 내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뉴 노멀이라는 말을 직역해 본다면
[오픈 업] 암을 극복한 사람들 [LA중앙일보] 11.06.12 20:46 지난 주 방사선 학회 컨벤션이 열렸던 보스턴은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으로 행사기간 내내 춥고 흐리거나 비바람이 불었다. 심포지엄에서는 암 치료에 관련된 논문이 발표됐고 첨단 테크놀로지로 개발된 새로운 치료기구들도 전시됐다. 의학의 발전을 실감하게 하는 커다란 힘이 나를 향해 질주해 오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번 컨벤션에는 2~3명의 주요 연설자들이 초청됐다. 이들 중에 한 과학자는 남들이 가지 않는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던 자신의 삶을 참
[오픈 업] 울적한 기분과 우울증의 차이 [LA중앙일보] 10.16.12 22:16 어떤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병원에 오기를 꺼리는 청소년이나 어른들을 많이 본다. 특히 자신의 자아 또는 정체 성이 흔들리기 쉬운 청소년들은 정신과 의사를 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딱지가 붙었다고 믿는 경우가 있다. 인간의 감정이란 본래가 합리성이나 이성과는 관계가 없는 동물적인 것이니 이런 불안감을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본래 불안 증세 자체가 아무 이유도 없이 세상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혹은 세상에 끝이 오는 듯한 걱정 상태이니 얼마
[오픈 업] 독도·댜오위다오·쿠릴열도 [LA중앙일보] 10.10.12 18:26 한 인터넷 사이트에 망망대해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조그만 섬의 사진이 떴다. '나라면 이런 작은 섬 때문에 싸우지 않지'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섬은 한국이 지키려는 독도나 중국이 지키려는 댜오위다오를 칭하는 것이었다. 이 네티즌은 근대 역사는커녕 한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의 정의도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평화의 메시지랍시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것이다. 한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곳은 육지뿐 아니라 바다 바다의 심층 그 안
[오픈 업] 주의산만증과 대기만성 [LA중앙일보] 09.30.12 17:23 만일 꼭 암에 걸릴 운명이라면 여성은 갑상선암 남성은 전립선암에 걸리십시오. 예후가 아주 좋으니까요. 갑상선 종양으로 고생하는 여대생에게 내가 한 농담이다. 증상이나 합병증에 있어 차이가 많은 육체적 질병과 마찬가지로 정신과 병들도 경중의 차이가 크다. 그 중에 가장 증상이 양호하고 치료에 잘 반응해 예후가 탁월한 병이 주의산만증이다. 몸의 병처럼 정신적인 질병도 진단이 빠를수록 좋다. 주의가 산만해 실수를 자주하다 보면 '나는 별 볼일 없
[오픈 업] 비주류의 삶 선택한 아이들 [LA중앙일보] 09.23.12 16:51 아직 뜨거운 날씨지만 9월의 햇빛이 엷다. 미국에서는 노동절이 지나면서부터 가을이 시작되는 것 같다. 이번 노동절에는 벼르고 벼르던 화분갈이를 했다. 작은 아이가 다섯 살 때였다. 유치원에 다닐 때 엄마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학교 바자행사에서 99센트를 주고 사다준 아기 종려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잘 살아주고 있다. 처음엔 내 손바닥만 하던 것이 이젠 나보다 크다. 분갈이를 하면서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오픈 업] 인종차별의 배타적 심리 [LA중앙일보] 09.14.12 18:31 1871년 10월 24일 다운타운 유니온 정거장 올베라 거리 시빅 센터 인근을 피로 물들인 잔혹한 사건이 있었다. 캘리포니아가 정식 주로 승격됐던 1850년대에는 히스패닉계가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이후 30년이 안돼 유럽계 백인 이민자들이 주민의 80%를 차지했다. 1870년대 금을 찾아 가주로 몰려온 사람들 중에는 문제 투성이의 광부 소를 치던 목동 싸움을 일삼던 부랑자들이 많았다. 그 때는 법보다는 폭력이 먼저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오픈 업] 14살 딸의 조울증 [LA중앙일보] 08.28.12 18:25 "아니 우리 딸이 조울증이라니요? 그럼 주의산만증이 있는지는 어떻게 아세요? 더구나 14살 짜리에게 정서 불안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요?" 걸핏하면 부모와 말다툼을 하고는 가출을 하는 딸을 데려온 아버지의 성난 항의다. 초등학교 때는 우수한 성적으로 부모를 자랑스럽게 만들던 딸이었으니 아버지의 분노도 이해가 간다. 중학교에 가면서부터 아이의 성적은 떨어지기 시작했단다. 그것도 마음에 맞지 않는 선생님의 과목은 D나 F로! 자신들의
[오픈 업] 미국의 기둥 '타이틀 나인' [LA중앙일보] 08.21.12 18:15 세계 한민족 과학자들의 모임이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하야트 리젠시 호텔에서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열렸다. 'IT 및 바이오'를 주제로 한 이 모임엔 500여명의 뛰어난 한국인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나는 마지막 날 여성 과학자들이 함께 하는 순서에 참석했다. 의료 관련 회의만 참석해 왔던 나로서는 이런 모임이 생소하고 서먹하기는 했지만 이공계 수재들이 어떻게 세상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가 이 회의에 참석하게 된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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