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9·28 수복의 감격 [LA중앙일보] 09.18.20 18:50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기억하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전쟁기념관 광장에 적힌 글이다.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6·25전쟁은 시작됐다. 무방비 상태였던 대한민국은 전쟁 발발 3일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되고 25일만에 대전이 넘어간다. 대구와 부산 지방만 남은 풍전등화의 상황이었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렸다. 성공한 지금은 ‘신의 한 수’라고 말하지만 당시 성공률은 5000분의 1이었다. 그 위험 부담은 상상하고도
[독자 마당] 지도자의 조건 [LA중앙일보] 09.17.20 18:20 ‘왜 엄만 맨날 나만 시키고 야단이야.’ 개구쟁이 형이 엄마에게 하는 말이다. 골목길 하나를 지배하는 골목대장인 그 형은 기껏해야 한두 살 위였겠지만 우리 조무래기들은 한결 같은 그의 졸개로 그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 형은 무릎에 피가 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손바닥으로 쓱 문질러버리는 대장이었다. 그가 신설동 약초원에 있는 벚나무에 올라가 버찌를 따서 던져주면 우리는 그 버찌를 입술에 문질러 많이 먹은 듯 폼을 잡은 기억이 있다. 그 약초원의
[독자 마당] 반드시 투표하자 [LA중앙일보] 09.15.20 19:21 대통령 선거를 이제 두 달 남짓 남겨 놓고 있다. 서로를 비방하는 진흙탕 싸움판에 빠져 헤매는 두 후보간 선거운동을 지켜보며 걱정이 앞선다. 이미 양당 후보의 치열한 공방은 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앞으로 세 번 있을 토론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모든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의 토론을 시청할 것이다. 현직 트럼프 대통령은 부모의 도움으로 성공한 사업가이다. 끊임 없는 막말 논란과 거짓말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지만 ‘미
[독자 마당] 화합의 정치 [LA중앙일보] 09.10.20 18:46 정치란 공동체 구성원의 각기 다른 욕구로 인한 대립, 갈등, 분열을 이해와 타협으로 화합해 공동체가 지향하는 적절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과 행위를 뜻한다. 정치 행위자인 정치가, 특히 한 국가를 이끌어갈 정치가라면 먼저 인간의 보편적 도리와 정의, 양심 등 바른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공통된 이익을 추구하고 국가 장래의 견실한 발전을 위해 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이에 더해 독일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독자 마당] 우리 문화의 자존심 [LA중앙일보] 09.09.20 18:35 영광과 고통의 5000년 역사에서 우리는 시련이 컸어도 이를 극복하고 독자적 민족 문화를 창조하고 발전해 왔다. 말갈, 거란, 몽골, 만주, 티베트, 위구르 등이 중국을 식민지로 지배하다가 중국 문화에 휩싸여 중국이 되고 말았으나 우리의 주체성은 이를 거부하고 독특한 문화를 지켜왔다. 우리의 말과 글이 바로 우리의 주체성이라 중국 문화에 흡수되지 않았다. 일본은 섬나라로 외세의 침략을 받은 일이 없으나 오히려 한국에 쳐들어와 식민통치를 했다.
[독자 마당] 손주 사위 [LA중앙일보] 09.08.20 18:32 며칠 전 외손녀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우리를 찾아왔다. 손녀가 반지 낀 손을 보여주며 프러포즈를 받았다고 활짝 핀 얼굴로 자랑을 한다. 옆에 서 있는 키 큰 녀석은 싱글벙글이다. 둘의 얼굴은 이 세상을 다 얻은 것같은 가장 행복한 표정이다. 몇 개월 전 손녀가 양가 부모의 허락하에 예쁜 교제를 시작했다. 이미 작은 딸로부터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딸네 집에 들락거리는 녀석을 보니, 아주 성실하고 진실해 보이는
[독자 마당] 멀리 보아야 아름답다 [LA중앙일보] 09.04.20 19:02 멀리 보이는 산이나 강은 아름답다. 산을 가까이 가서 보면 높은 벼랑 계곡에 쓰러진 나뭇가지로 지저분한 것들이 눈을 거슬리게 한다. 강도 마찬가지다. 강에 가까이 가서 흘러가는 흙탕물에 오물이 가득한 것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멀리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가까이서 보는 자연은 상상 속의 아름다움과 현실 속의 실체처럼 크게 다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훌륭하게 보이는 사람들 중에서도 사생활이 모범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러시
[독자 마당] 코로나의 교훈 [LA중앙일보] 09.03.20 18:23 코로나19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초 기쁨에 벅차 새해를 맞이하던 사람들은 뜻하지 않은 중국 우한의 소식을 들었지만 대수롭게 않게 생각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한국의 신천지 교회로 퍼져 들어간 코로나는 나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친척, 친지, 형제들을 생각하게 됐고 매일 TV 앞에서 촉각을 세워가며 지켜보았다. 감염 속도는 차츰 빨리지기 시작했고 드디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뒤덮었다. 매일 발표되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
[독자 마당] 선인장과 보약 [LA중앙일보] 09.01.20 18:25 사막의 파수꾼은 선인장이다. 한여름 불 뙤약볕 아래 모진 벌판을 지켜주고 있는 마스코트, 선인장이 고스란하니 반갑다. 사막 지대에 뚜렷하게 자리한 기둥선인장이나 유카 또는 손바닥선인장들은 사막을 위로해주는 천사라 하겠다. 물의 증발을 막으려 똘똘 뭉치다 바늘이 된 이파리들은 얼마나 어질고 사리에 맞는가. 선인장은 2000여종이 넘는다 한다. 뒷마당 한 구석에 알로에베라 선인장이 탈없이 잘도 자라준다. 음료는 물론 화장품으로 널리 쓰이고 응급화
[독자 마당] 겸손을 배운 산행 [LA중앙일보] 08.31.20 18:20 무모한 행동은 생명과 직결된다. 특히 산행에서는 더욱 그렇다. 잘못하면 목숨을 잃거나 장애를 당할 수 있다. 사고가 나는 것은 자연에 대한 겸손과 감사함을 망각하는 데서 온다. 산행에서 다치고 보니 나이 80이 코앞이다. 그동안 수없이 다쳐보고도 정신을 못 차리니 하늘이 죽지 않을 만큼 혼을 내 준 것 같다. 마지막 기회를 준 것으로 생각한다. 손끝, 발끝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숨도 크게 쉴 수가 없다. 이제는 죽는구나 생각도 들고 이렇게
[독자 마당] 일회용품 사용 줄이자 [LA중앙일보] 08.28.20 20:07 코로나19로 식당들이 실내 영업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배달과 투고가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회용 식기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패티오 야외 영업을 하는 식당들도 음식을 담는 용기로 주로 일회용품을 쓰고 있다. 한동안 지구환경 보존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캠페인이 있었다. 실제로 플라스틱 백 사용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플라스틱을 재료로 하는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녹슬거나 곰팡이가 피지 않아 폐기가
[독자 마당] 돌아온 수표 [LA중앙일보] 08.27.20 18:44 느닷없이 나타난 낯선 편지 속에서 수표 하나가 나왔다. 밸리 리날디 노인대학에서 돌려보낸 등록금 반환 수표가 덩그렇다. 마치 자격 미달로 입학취소 통보를 받은 듯 찜찜하고 찡하니 가슴이 시리다. 선생님, 봉사자들, 학우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그리며 가을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를 어쩌랴. 봄학기에 가을학기까지 한 해를 허탕치게 되어 아쉽다는 얘기가 덧붙여졌다. 20여 학과가 화려하나 음치에 콩나물을 모르니 노래나 악기 등 음악반과는 아예 거리가 멀
[독자 마당] 가정 교육의 목표 [LA중앙일보] 08.25.20 18:51 동물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위험은 피하면서 먹이를 구하는 활동을 한다. 단순히 생존본능에 의한 행동이다. 사람 또한 그 맥락은 다를 바 없지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높은 지능으로 욕구 충족을 위해 끊임없이 물리적, 정신적 영역을 확장시킨다. 이 과정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면서 소속된 공동체 안에서 협력하고 때로 경쟁하면서 발전하게 된다.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면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한 가정에서 자녀에 대한 교육은 세
[독자 마당] 내일을 산다 [LA중앙일보] 08.23.20 12:53 어제 큰 탈이 없었기에 오늘이 있다. 산다는 것은 내일의 추억 쌓기이다. 오늘의 희망은 새로운 오늘로 이어져 간다. 희망은 삶에 감초다. 한낮이 110도를 넘나드니 더위를 먹었나 혼자서 혼자에게 중얼거리는 독백이다. 손자들 키 자랑에 강아지 뒷바라지, 텃밭 물주기, 고향 풀냄새 등등은 하도 들어서 시큼해진 얘기들이나 다시 듣고 싶어진다. 나름의 지난 일들에 기름을 발라 놓으면 한나절은 쉽게 보내곤 한다. 백발 청춘이 터득한 하루의 요리
[독자 마당] 코로나 공동체 [LA중앙일보] 08.21.20 19:02 이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혼자 살고 싶은 사람은 무인도에 가서 자기 마음대로 살면 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이런 생각이 든다. 현대 사회는 공동체를 통해 구성되고 누구나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학교 공동체에는 학생이라는 구성원이 있고 직장에는 직원이라는 구성원이 있다. 범위를 더 넓히면 국가는 국민으로 구성된다. 마찬가지로 코로나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모두 ‘코로나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구성원은 자
[독자 마당] 사모아의 추억 [LA중앙일보] 08.18.20 18:14 외로운 섬나라들이 떠다니는 남태평양의 밤은 고요하다. 하와이에서 남쪽으로 4시간을 날아 발을 디딘 미국령 사모아 섬은 잠들어 있었다. 팬암 747은 매일 밤에 와서 새 나그네를 풀어놓고 이튿날 헌 나그네를 싣고 하와이로 되돌아가곤 한다. 새로워서 낯설어서 신기해 하고, 때로는 겁에 질리고 놀라기도 하는 맛에 즐거히 사서 고생을 하는 나그네들이다. 손바닥 만한 섬나라에도 볼거리들은 많다. 폴리네시안 인종은 몸집도 눈도 크다. 마을간 투석전으로
[독자 마당] 기타와 노역 [LA중앙일보] 08.17.20 18:16 사람은 늙을수록 욕심이 많아진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곧 흙으로 돌아갈 처지인데도 나는 흙을 생각하지 않고 딴 생각을 한다. 그중 하나가 죽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죽기 싫은 것이 아니라 아프기 싫은 것이라고.” 나는 젊었을 때 아프지 않았지만 노년이 돼서는 여기저기 아프다. 가장 먼저 왼손과 오른손 둘째 손가락이 휜다. 류머티즘 관절염이라고 한다. 의사가 수술로 펼 수 있다고 해서 의사에게 수술 후 기타를 칠 수 있냐
[독자 마당] 어머니의 홍시 [LA중앙일보] 08.15.20 21:31 집뜰의 과실수가 충실하게 자라고 있다. 가지가 휘도록 주렁주렁 달린 대추, 하얀 꽃의 달콤한 향내로 집안 공기를 흔드는 오렌지, 깜찍한 귀요미로 눈길을 끄는 감귤, 돌돌 말린 노란 꽃에서 나는 작은 감 등등. 아기 손톱만한 크기의 감이 주먹만큼 둥그렇게 차오른다. 초록 알갱이가 누렇게 영글어 간다. 감이 익어간다. 주황빛이 온 집안에 꽉 차면 풍성히 나눌 수 있으리라. 사람을 가난하게도 하고 부유하게도 하며, 낮추기도 하고 높이기도 하는 조물주
[독자 마당] 명당과 운명 [LA중앙일보] 08.14.20 19:17 안평대군은 세종의 셋째 아들로 인품이 어질고 시문에 뛰어나 그의 문하에는 많은 시인묵객들이 모였다. 형님 문종이 단명해 왕위에 오른 지 3년만에 죽자 11세 어린 나이에 단종이 왕위를 계승한다. 수양대군은 한명회 등과 모의해 단종을 영월로 유배시킨 후 왕위를 찬탈해 세조가 된다. 안평은 어린 조카 단종의 왕위 복귀를 힘쓰다가 유배돼 사약을 받고 36세의 아까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여기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당시 수양대군의 집은 세검
[독자 마당] 귀뚜라기 사색 [LA중앙일보] 08.11.20 18:41 어둠이 깃들자 귀뚜라미가 우람하게 노래를 부른다. 미리 나타나서 큰소리 치는 폼이 아무래도 몸집이 한 뼘쯤 되는 놈일까 어림된다. 넓은 땅에서 덩달아 목청도 몸집도 마음껏 커버린 녀석이 달려들까 겁이 난다. 족보가 다른 녀석들인가 보다. 울밑에서 애잔하게 밤새 울어 나그네 시름을 더해주던 고향의 귀뚜라미는 옛 모습 그대로 지키고 있으려나. 둥근 달이 며칠 밤을 시원스럽게 한다. 투명하도록 맑다. 여름은 가을을 점치다 곧 바로 겨울을 불러 계
[독자 마당] 호떡의 추억 [LA중앙일보] 08.10.20 18:14 한국방송을 보면 음식 프로그램이 자주 나온다. 전국 맛있는 집 찾아가기, 맛집 순례, 친구들과 요리 만들어 먹기, 혼자 요리하기 등등 모두 요리 관련이다. 저녁 시간이 가까울 때 보면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식욕을 자극할 때가 있다. 얼마 전 이름난 맛집을 찾아다니는 프로에 호떡으로 유명한 가게가 나왔다. 줄을 서서 기다리며 사 먹는 집이라고 한다. 기름을 충분히 두른 철판에 맛있게 익어가는 호떡을 보는 순간 40~50년 전 한국에
[독자 마당] 식품 위생 철저히 [LA중앙일보] 08.07.20 19:17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위생 문제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위생과 관련된 문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식품 위생이다. 우리 몸은 필요한 음식을 꾸준히 공급받지 못하면 살지 못한다. 또한 그런 음식물들은 신선한 것이어야 한다. 상한 음식은 몸에 해롭고 심할 경우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식당은 음식을 취급하는 곳이다. 맛도 좋고 서비스도 좋아야 하지만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음식의 청결이다. 식사한 손님이 배탈이 나거나
[독자 마당] 이웃에 대한 배려 [LA중앙일보] 08.06.20 18:41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주변에 업소를 닫아 생계가 막막한 친지들이 있고 실직으로 고통받는 친구들도 있다. 언제 코로나 사태가 끝날 지 모른다. 끝난다고 해도 다시 업소를 열거나 재취업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경제적인 여력이 없는 업소들은 코로나가 물러간다고 해서 다시 영업을 재개하기가 어렵다. 취직도 마찬가지다. 코로나가 끝나도 직장이 문을 닫아버리면 재취업을 할 수가 없다. 이 같이 주위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독자 마당] 가정의 재발견 [LA중앙일보] 08.04.20 18:27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 삶의 모든 체계가 헝클어지고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재난의 끝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집안에 갇혀 뉴스로 바깥 소식을 듣고 있다.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나약하고 무력한 인간의 존재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지금이다. 코로나로 일상적 삶의 방식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서고 있다. 한 집에 살지 않으면 혈육이나 가까운 친지라도 쉽게 만날 수 없다. 물리적 연결이 끊어지니 점차 그 관계가 소원해지는 느낌이다
[독자 마당] 꽃들의 속삭임 [LA중앙일보] 08.02.20 12:07 마당에 나갔다 하면 할 일이 많다. 가장 큰 일은 풀을 뽑아내는 일이다. 뽑아도 뽑아도 다음날이면 또 나온다. 물을 뿌려주는 일만큼은 즐겁다. 생명을 베풀어주는 즐거움으로 자선사업가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꽃도 예쁘고 푸르름도 싱싱하다. 올해는 코스모스가 보이지 않는다. 첫 해에 세 가지 꽃 빛으로 가을을 수놓아주던 코스모스가 어느 한 해는 자취를 감추더니 다음 해에 얼굴을 내밀며 웃어주던 일이 있기는 하다. 우리는 꽃의 얼굴과 마주하기를 좋아
[독자 마당] 호박꽃 추억 [LA중앙일보] 07.31.20 18:59 짙푸른 뜰에서 여름의 가운데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 해가 맑다. 장미꽃이 지고난 뜰은 푸른 야채들 뿐이다. 요즈음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이라 시장에 자주 가지 않는다. 20여평 작은 땅에 예년보다 여러 종류의 야채를 심었다. 매해 심던 이탈리아 호박 모종을 못 구했다. 이탈리아 호박은 나무처럼 위로 자라 땅을 차지하지 않아 해마다 심었다. 한 두 모종만 심어도 잘 되어 이웃과도 나눌 수 있었다. 올해는 땅을 많이 차지하는 덩굴 뻗는 조선
[독자 마당] 가지 않은 길 [LA중앙일보] 07.30.20 18:40 6.25전쟁이 일어난 다음 해에 서울에선 전국 중고등학교 음악경연대회가 열렸다. 나는 테너 파트로 참가했다. 지정곡인 '가고파’와 자유곡 ‘오 솔레미오'를 불렀다. 노래를 마치고 나니 청중들이 기립박수를 보내 주었다. 다섯 학생이 합격했다. 넷은 여학생이고 남학생은 나 혼자였다. 경연대회 주최 측은 합격한 학생들이 서울 음대에 응시하면 실기는 면제 받는다고 하면서 상장과 놋그릇 한 벌을 상으로 주었다. 이듬 해 나는 서울대 음대에 진학하려고
[독자 마당] 한·미·중 3국의 미래 [LA중앙일보] 07.28.20 18:31 코로나19의 피해가 크다. 세계 각국은 백신을 개발하고 의료 시설을 확충해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완전히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 뉴노멀의 새로운 생활 형태가 자리잡을 것이다. 막대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은 세상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글로벌리즘은 지고 내셔널리즘이 뜨면서 각국은 해외 의존도를 점차 줄여갈 것이다. 항공, 관광, 호텔, 백화점, 식당, 화장품, 의류, 대중교통 등 많은 사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독자 마당] 직장 성희롱 [LA중앙일보] 07.27.20 17:49 내가 여성을 이성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17세 때가 처음이었다. 초등학교를 한 해 월반했기 때문에 내 고등학교 3학년 때의 나이는 17세였다. 내가 자주 놀러가는 친구 옆집에는 여자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살고 있었다. 여학생의 아버지는 한국 사람이었지만 어머니는 일본 여자였다. 하루는 친구가 편지를 하나 전해 주었다. 뜯어보았더니 그 여학생이 보낸 편지였다. 60년도 더 지난 일이라 편지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연애편지였다
[독자 마당] 비우고 나누고 [LA중앙일보] 07.26.20 13:13 후회 없이 살 수는 없겠지만 되도록이면 적게 후회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은 남의 문제이지 나와는 무관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한다. 하지만 삶과 죽음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고 누구나 죽게 마련이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나 죽음을 위해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도 “이 세상엔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일은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독자 마당] 후회없는 삶을 위해 [LA중앙일보] 07.23.20 19:09 오늘 아침도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내 눈을 부시게 한다. 사람이 새 아침을 맞는다는 것은 축복 중의 축복이다. 새 아침을 맞았건만 코로나19로 오라는 데도 없고 갈 데도 없고 찾아오는 친구도 없다. 오늘도 '집콕'이다. 외출할 때면 마스크도 해야 하고 사람끼리 거리도 두란다. 가까이 오지 말라는 뜻이겠지. 홀 로 앉아 창 밖을 내다보니 나뭇가지에 새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 다정하게 짹짹 거린다. 마치 내게 “우리는 마스크도 필요
[독자 마당] 돈의 효용 [LA중앙일보] 07.21.20 18:24 뭐니뭐니해도 돈만큼 편리한 물건은 없을 것 같다. 그것으로 못 살 것이 없으니 말이다. 집도 사람도 살 수 있으니 돈 쓰는 일만큼 재미있는 일이 또 있으랴 싶다. 큰 돈을 벌지 못한 나는 가족이나 친지에게 넉넉함을 베풀어본 적이 없다. 또한 권력이나 명예의 언저리로 불러준 이도 없다. 그러나 밤하늘을 올려다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에 울컥한다. 남의 눈물 빼지 않고 세끼 밥 걱정 없이 살아가는 세상이 고맙기만하다. 공사장에서 폭풍우를 만난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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