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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티켓 폭탄과 '소심 운전'

[LA중앙일보] 발행 2010/03/16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03/15 21:00

안유회/내셔널 에디터

교통 범칙금 인상은 운전자 안전 배려인가 정부수입 올리기인가
지난 주의 일이다. 출근길. 프리웨이에서 내려 로컬길에서 우회전하려니 빨간 신호등에 걸린 맨 앞 차가 도통 움직이지 않았다. 비보호 좌회전도 아닌 우회전인 데다 교차로엔 차가 한 대도 지나가지 않는데 꼼짝을 안 했다. 짜증이 나는 순간 불현듯 어떤 생각이 스쳤다. 마침내 파란불로 바뀌고 차가 움직였다. 우회전하며 흘깃 왼쪽을 보니 교차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바짝 길에 붙어있는 경찰 모터사이클이 보였다. 맨 앞에 있던 사람은 운전이 미숙했던 것일까? 아니면 가장 안전하게 교통티켓을 피했던 것일까?

교통위반 티켓을 놓고 말이 많다. 우선 범칙금이 올랐다. 올라도 많이 올랐다. 빨간불에 완전 정지를 안하고 슬금슬금 우회전하는 '캘리포니아 롤링'(California Rolling)의 범칙금은 446달러다. 교통학교에 가려면 64달러 추가해 510달러다. 교통학교 8시간 출석 비용은 따로 내야한다.

미터기 위반도 50달러로 올랐다. LA시는 타이어에 채우는 족쇄의 요건을 주차 티켓 5번 이상 미납에서 3번 이상 미납으로 강화할 태세다. 이것만으로도 시정부의 추가 수입은 연 6100만 달러로 예상된다.

당연히 입장에 따라 이유와 항변이 있다. 사고 예방 효과. 이건 티켓 발부를 늘린 이유다. 재정적자를 메우는 봉. 이건 티켓을 더 자주 받게 된 이들의 항변이다.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많으니 '봉' 편을 드는 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물론 심정적으로 그럴 뿐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그래도 분명한 건 요즘 들어 부쩍 시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주나 카운티 시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버지니아 주에서는 3월 첫 주말 이틀 동안 교통위반 티켓이 6996장이나 발부됐다. 글로벌 마켓 정보를 전문으로 하는 경제사이트 '벤징가 닷 컴'에 따르면 경찰은 '하늘과 땅 스피드'라는 작전명까지 만들었다. 이 사이트는 이를 '티켓 대공습'이라고 불렀다.

조지아 주도 올해부터 속도위반 차량엔 범칙금에 주정부 벌금 200달러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수퍼 스피드법'이다. 물론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다.

'캘리포니아 롤링'에 500달러라니. 가뜩이나 오른 학비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이나 저소득층 아니 중산층에게도 한숨 나올 돈이다. 법도 있지만 법정신이라는 것도 있다. '이게 이 정도 범칙금을 낼 일이야' 하는 의문이 드는 건 준법정신이 없어서가 아니다.

불행하게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 같다. 영국이 세금 올리니 독립전쟁한 나라가 미국이다. 정치인에게 세금은 무섭고 범칙금 인상은 쉽다. 운전면허증 가진 사람만 1억9600만 명이니 효과도 세금 인상 못지 않다.

오히려 범칙금을 놓고 주정부와 시정부가 다투지 않으면 다행이다. 온타리오의 한 시의원은 최근 "티켓은 우리 시에서 발부하고 범칙금은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며 "다른 시처럼 주법이 아닌 시조례에 의거해 티켓을 발부하면 (범칙금은) 100% 시정부 수입이 된다"고 주장했다. 제니 오로페자 가주 상원의원은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의 자체 티켓 발부 금지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니 남은 방법은 소심해지는 것 아닐까. 캘리포니아는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뉴욕에 이어 4번째로 티켓 발부가 많은 주다. 질주 본능? 경찰 앞에서 꼬리 내리려니 면이 서지 않아서? 범칙금 받기는 짧고 속쓰림은 길다.

아마도 출근길의 그 차는 경찰이 눈에 띄자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돌다리를 두드리며 굳세게 소심했던 것이리라…고 본다. 그나 저나 한국식 한자 '소심'은 중국어에서는 '조심'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소심 운전'이 곧 '조심 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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