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뉴스 속 뉴스] 인문학적 유전자를 키워라

김석하/로컬 에디터

왜 아들(딸)은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어머니)의 '싫어하던' 모습을 닮아갈까. '크면 절대로 저렇게 안 해야지'라는 결심은 중년의 어느 순간 자연스런 행동으로 변해 있다.

논란이 있지만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에 따르면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생물 개체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위한 이기적인 본능이라는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인간은 이전 세대가 구축한 유전자 테두리 안에서 일생을 마친다고 보면 된다. 다만 바뀐 시대적 환경에 적응하는 세세한 행태가 조금 다를 뿐이다.

많은 '노바디(Nobody:평범한 사람)' 부모들이 자녀를 '섬바디(Somebody:특별한 사람)'로 바꾸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하지만 확률은 매우 작다. 개천에서 용 나오기 힘든 것이다.

노바디 유전자 틀에서 섬바디가 되는 방법이 있긴 하다. 결혼과 학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분 상승의 '엘리베이터'는 이 두가지다. 그 중에서도 공부를 잘해 좋은 학벌을 갖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엄밀히 말하면 권력이나 재력을 물려받지 못한 사람에게 신분 상승의 가능성은 학력을 높이는 길 외에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문화적 자본이다. 세상은 경제적 자본만이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문화적 자본의 지배가 강화되는 추세다. 때로는 경제적 자본과 문화적 자본이 서로 결합해 지배하기도 한다. 경제적 자본을 가진 '재력가'는 문화적 자본을 추구하고 문화적 자본을 가진 '배운자'는 경제적 자본을 추구한다. 둘의 결합이 실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결혼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섬바디들의 혼맥이 이를 보여준다.

부모가 온갖 희생을 하고 심지어 생이별(조기유학.기러기 부모)에 근거지마저 송두리째 옮기는(이민) 일을 감행하는 것은 사실상 자녀의 최고 학벌 달성을 위해서다. 상당수는 미국의 명문대학 졸업장이 그 최종 목표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와 목표는 엉뚱한데서 암초를 만난다. 명문대들이 성적으로만 학생들을 뽑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이맘때쯤 나오는 이야기지만 성적이 특급인 한인 학생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생들의 인성이나 리더십 에세이 특별활동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이런 '필수 엑스트라'들은 유독 한인 학생이나 부모들이 달성하기 힘들다. 왜 그런가.

명문대들이 원하는 핵심은 인문학적 소양이다. 과학기술 발전과 급격한 정보화는 지식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표피적인 지식은 인터넷에 다 있다. 이젠 창의력을 중심으로 논리적 사고력과 치밀한 분석력 그리고 총체적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 세상이다. 당연히 명문대학은 인문학적 토양에서 창의력을 키운 '참 인재'가 탐이 난다.

입학사정관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면 "많이 보고 듣고 감상하고 뒤집어 생각하고 논리있게 전개하고 치열하게 비판하고 토론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부모들에게 이러한 유전자가 거의 없다. 이전 세대로부터 해당 유전자를 이어 받지도 못했고 바쁘고 살기 힘들다보니 시도해 볼 겨를도 없었다. 되레 '돈벌이와는 상관없는 헛꿈 꾼다'며 그 유전자를 억압하기 일쑤다. 결국 경제적 자본만 상속될 뿐 '인문학적 자본'의 계승은 없다시피하다.

그 틀에서 자란 아이가 설령 명문대학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그가 향후 특정분야의 '섬바디'나 리더가 될 거라고 보긴 힘들다. 그건 마치 '당장 유전자를 바꾸라'는 소리다.

인문학적 유전자를 배양하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첫 걸음은 '제대로 놀아야' 한다. 아이들하고 책 읽고 영화 보고 미술관.음악회 가서 그 감상과 뒷이야기를 뜬구름 잡듯 신나게 떠드는 일이다. 섬바디의 '섬(some)'은 그렇게 시작된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