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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시끄러운 대응도 필요한 독도 문제

[LA중앙일보] 발행 2010/04/14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04/13 19:02

김동필/통합뉴스룸 에디터

일본의 치고 빠지기 전략, '조용한 해결'만으론 부족…때론 강한 목소리도 필요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결코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몇 년 전 취재차 들렀던 LA타운타운 일미박물관 홍보 담당자의 말이다. 박물관 설립 준비위원회 활동 당시의 분위기를 그는 이 한마디로 압축했다. 공사비 3000만달러를 조달하면서 LA시와 끈질긴 부지협상을 벌이면서도 성공만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차근차근 쌓아올린 신뢰감으로 굵직한 기업들의 참여와 수만명의 후원자들을 이끌어 냈다. 그의 말 속에는 무서울 정도의 신념과 끈기가 느껴졌다. 이렇게 1992년 사찰을 개조해 처음 오픈했던 일미박물관은 1999년 지금의 번듯한 모습으로 연간 방문객 20만명이 넘는 명소가 됐다. 일본 커뮤니티의 저력을 보여준 셈이다.

박물관의 설립 과정을 곰곰히 살펴보면 일본인의 특성이 느껴진다. 우선은 결속력이다. 준비위원회의 활동 기간은 10여년. 당연히 의견 충돌과 내부 마찰이 있었을 법도 한데 어느 누구도 판을 깨지는 않았다.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이다.

치밀함도 드러난다. 첫 개관 이후 재개관까지 7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결코 쉽게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목표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이에 맞춰 차근차근 움직였다. 결코 요란을 떨거나 서두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의 이러한 특성은 워싱턴 정가에서도 나타나는 모양이다. 뉴욕한인유권자 센터의 김동석 소장은 한 기고문에서 "미국 정계와 재계 관계자들은 '일본 관리와 기업인들은 스폰지에 물이 스며들듯 일한다'고 평가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 정치 전문가도 "도요타 청문회가 출발은 기세등등했지만 어물쩡 마무리된 것은 그림자 로비의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한동안 잠잠하던 독도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를 일본영토로 표기하겠다는 후쿠다 당시 총리의 주장에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말했다는 내용. 청와대는 강력 부인) 초등학교 교과서 왜곡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망언이 이어지더니 LA까지 확산됐다. 일본 영사가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빌보드 홍보를 한 한인업주에게 '중단'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낸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전면 광고가 게재되고 뉴욕 맨해튼에 홍보물이 나붙어도 잠자코 있던 일본 아닌가. 그런데 느닷없이 영사의 편지라니…. 이런 의문은 앞의 일들과 연결해 보면 다소 실마리가 풀린다. 미리 짜 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차근차근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역시 치밀하고 끈질긴 구석이 있다. 문제의 영사도 "외무성과 사전 조율을 거쳐서 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알면서도 속시원한 대응 카드가 없다는 데에 우리의 고민이 있다. 기존 한국정부의 전략도 '조용한 해결'이 고작이다. 독도 문제를 자꾸 언급해 분쟁지역화 하는 것은 일본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게 이유다. 이 때문에 해외홍보도 주로 민간차원에서 주도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은 틈만 있으면 왜곡과 망언을 일삼는다. 조용한 한국정부를 상대로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젠 '시끄러운 대응'도 필요하다. 따질 일이 있으면 전방위로 나서 강하고 집요하게 항의해야 한다. 합리성만 앞세우다 그 함정에 빠져 머뭇거리다가는 계속 당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 영사관의 웃기는 행동에 대한 한인사회의 분노 표출은 당연한 것이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상대는 치밀하다'는 것이다. 흥분만하다 지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최대한 시끄럽게 대응하돼 실효성 있는 전략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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