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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분노의 눈물, 응징의 눈물

김석하/로컬 에디터

공교롭게도 딱 1년만이다. 이명박(MB) 대통령이 19일 눈물을 쏟았다.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연설에서다. 희생자 46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다가 목이 메었고 눈물이 흘렀다.

"사랑하는 우리 장병들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본다. 이창기 원사…최한권 상사…남기훈 상사…."

1년 전 이날에도 MB는 눈물을 흘렸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홀트 요양원 방문에서다. 시설을 둘러보고 장애인합창단의 공연도 감상했다. 밝은 표정이었던 대통령은 얼굴이 붉어졌다. 뇌병변 장애로 발음이 거의 안되는 여자 아이가 '똑바로 걷고 싶어요'라는 노래를 부를 때였다. 애써 눈물을 참던 MB는 결국 손수건을 적셨다.

눈물의 화학적 차이가 다르지 않겠지만 MB가 정확하게 1년 사이로 흘린 눈물은 분명 다르다. 장애인 센터에서 MB는 "여러분을 위로하러 왔는데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아픈 손주를 보는 할아버지의 측은한 슬픔이었다. 그러나 이번 희생 장병 추모 연설에서는 억울한 분노였다. 대통령은 "여러분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편히 쉬기를 바란다. 명령한다.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히겠다"고 했다. '편히 쉬기를 바란다. 명령한다' 부분에서는 군 통수권자로서의 피눈물이 그대로 전달된다.



대통령은 울기 힘든 사람이다.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눈물은 나약함의 상징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아무리 슬프고 억울하고 분노가 일어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정치인의 미덕으로 여겨지곤 한다.

'머스키의 눈물(Muskie's tear)이란 말이 있다. 1972년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나선 에드먼드 머스키 후보는 자신을 인종주의로 몰아붙인 언론보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그의 지지율은 고꾸라졌다.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저렇게 나약해서야"라는 말이 돌았고 결국 정치권에서 퇴출됐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의 눈물은 국민의 마음이다. 인간만이 흘리는 눈물은 때로 '우리는 하나'라는 상호 결속과 단호한 집단 결심을 이끌어 낸다.

입대 후 신병훈련소에 가면 교관은 날을 잡아 '일부러' 전체 신병에게 가혹한 얼차려를 시키는 경우가 있다. 쪼그려 뛰기를 500회 시킨다든지 오리걸음으로 연병장을 수 십바퀴 돌리기도 한다. 대부분 숨을 헐떡이며 픽픽 주저앉는 상황에서 교관은 느닷없이 '어머니의 마음'을 부르게 한다.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지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타는 마음~." '우는 것'을 가장 혐호하는 20대 초반 남성 모두가 뜨거운 눈물을 쏟는다. 전우애를 느끼고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심을 내리는 순간이다.

천안함 침몰이 '외부 폭발'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공격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여론은 단호한 대응 즉 '응징'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전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눈물은 의미가 있다. 1953년 이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 부통령으로부터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 친서에는 '남한이 단독으로 북진을 고집하면 결코 돕지 않겠다'고 적혀 있었다.

닉슨은 회고록에서 "이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휴전)과 남한(북진)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북진 포기 선언은 한미 양국에 도움될 것이 없다. 내가 왜 공산주의자들이 가진 그런 불안감을 없애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이후 닉슨은 공산주의자를 상대할 때는 '예측 불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현명한 노인(이승만)'으로부터 배웠다고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가장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모든 옵션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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