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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한국인 노마드'를 잡아라

안유회/전국 에디터

아이슬란드에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이 폭발하고 제일 먼저 취해진 조치의 하나가 유럽 상공의 비행금지였다. 폭발 이후 3일간 무려 6만3000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하루 평균 2만 편이 넘는다. 뒤집어 보면 유럽 상공을 넘나드는 비행기의 운항 횟수가 하루 2만 회 이상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화산 폭발과 항공기 운항 취소. 이 소식을 들으면서 2가지가 떠올랐다. 하나는 자연의 거대한 힘 또 하나는 '21세기는 노마드(유목민)의 시대'라는 말이었다. 유럽의 하늘에만 하루 2만 편의 항공기 운행이라니. '노마드의 시대'가 실감났다.

유목민의 제1 특성은 이동성이고 그 절정은 원 제국을 세웠던 몽골이었다. 몽골은 동북아시아의 초원에서 일어나 광대한 유라시아 대륙을 서진해 서유럽의 코 앞까지 돌진해 들어갔다. 말이라는 이동 수단을 고려하면 인류 역사상 최강의 이동성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20년래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성 폭증을 보여줬다. 1961년 한국의 해외 여행자수는 1만1245명에 불과했지만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1989년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2007년 해외여행자 수는 1332만4977만 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20년이 안 되는 기간에 13배가 늘었다. 이 정도면 지난 20년의 한국을 '이동성의 폭증기'라고 할 만하다. 조기유학 물결과 영어 열풍 기록적인 수출액 해외 선교와 파병 등은 모두 이동성의 폭증 안에 넣을 수 있는 현상이다.



이동성의 폭증 근저에는 전쟁과 냉전으로 수십년간 한반도의 남쪽에 갇혀있어야 했던 답답증도 있겠지만 피에 흐르는 유목민 기질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

본지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올 해 1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통해 무비자로 LA에 온 한국 관광객 수는 1만5032명이었다.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 정도 증가한 것이다. 뉴욕과 워싱턴의 경우도 53%~80% 늘었다. 이 수치는 한인 업소들이 '한국인 노마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타운 여행업계에서는 한국 관광객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즐거운 비명'이 터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한인들은 '무비자 한국인 관광객'에 낭패와 실망을 경험했다. 2008년 11월 한국인 무비자 입국이 실현되면서 부풀어 올랐던 기대는 낙담으로 바뀌었다. 당시 무비자 관광객 특수를 기대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큰 손실을 본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의 실패는 예상치 못했던 구조적인 부분이 컸다. 환율 상승과 신종플루 세계적인 경제난 등의 악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2005년~2007년까지 매년 14~15% 증가하던 한국의 해외 관광객 수는 2008년에 10% 하락한다. 2009년에는 20.9%나 급락했고 그 수도 1000만 이하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무비자 입국 한국인의 증가는 이런 구조적인 부분이 풀리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은 안정되고 얼어붙은 경기엔 훈풍이 돌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 타운에서 그 훈풍을 느끼는 업종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업종마다 '한국인 노마드'에서 불경기 탈출의 실마리를 찾아볼 만하다.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각종 디지털 기기로 무장하고 전세계를 대초원 삼아 이동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21세기를 규정하는 필연적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아날로그형 관광객은 타운 업소를 이용하고 디지털형 관광객은 그렇지 않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리는 업종이 제한적인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유목민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오고 싶은 곳으로 온다. 타운을 이들이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노마드'를 어떻게 잡을까? 새로운 유목 시대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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