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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불체자 아버지의 눈물

[LA중앙일보] 발행 2010/04/28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04/27 22:39

김동필/통합뉴스룸 에디터

반이민 정서 확산속 포괄 이민법에 기대…무차별 단속은 안돼
"혹시 잘 아는 이민법 변호사 있으세요?"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이 이런저런 얘기 끝에 느닷없이 물었다. 아는 사람이 추방 위기에 처했는데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알아보겠다"고 말은 했지만 실상 그러지는 못했다. 얼마 후 다시 그를 만났다. 그때 일이 생각나 "어떻게 됐냐"고 물었더니 아내와 어린 아이들만 남겨둔 채 이미 한국으로 추방된 상태라고 했다. 생면부지의 사람이지만 안됐다는 생각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의 사연도 딱했다. 10여 년 전 방문비자로 입국했다 불법체류자가 된 그는 타주에서 이 사실이 발각 돼 추방명령을 받은 상태에서 LA로 이주했다. 그후 시민권자인 아내를 만나 아이까지 낳았다. 맨손으로 시작했지만 부부가 열심히 일해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세금도 꼬박꼬박 냈다.

그런데 시민권자 배우자로 영주권 신청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신원조회 과정에서 과거 추방명령을 받았던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렇게 그의 힘든 미국생활은 마감됐다. 외롭게 남게 된 아내와 아이들도 곧 한국으로 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사연을 들을 때마다 '그놈의 영주권이 뭐길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불법체류자들은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불편하다. 언제 이민국 수사관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기 어렵다. 그 뿐인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취업도 어렵고 운전면허증조차 발급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생활터전을 쉽게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부모들은 이이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한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자라난 자녀에게 "불법체류 신분이라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없고 대학 학자금 혜택도 받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주가 강력한 불법체류자 단속법을 만들면서 이민정책에 대한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잰 브루어 애리조나 주지사가 지난 24일 서명한 'SB 1070 '은 지역 경찰에게도 불법체류자 단속 권한을 부여한 것이 골자다. 경찰이 아무나 붙잡고 체류신분을 묻고 합법체류 신분을 입증하지 못하면 체포하도록 한 것이다. 주지사는 '의심의 여지(reasonable suspicion)가 있는 사람'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어떤 식으로 단속이 이루어질지는 뻔하다.

이 때문에 이민자 권익옹호 그룹에서는 '반인권적 악법'이라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경찰과 지역사회 간의 신뢰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미국의 근본인 평등이념까지 침해하는 악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반해 반이민주의자들은 '불법이민을 줄이고 범죄 감소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며 옹호하고 있다. 이번 일은 11월 중간선거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타주와 워싱턴 정가로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하지만 사면에는 인색한 모양이다. 대규모 사면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6년 취해진 이민개혁법(Immigration Reform and Control Act)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당시 280만명 정도가 꿈에도 그리던 합법체류신분을 취득했다. 24년 전의 일이다.

의료보험 개혁법 통과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의 다음 목표는 포괄이민개혁법이다. 그러나 공화당과 반이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어려움이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치력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일괄 구제가 어렵다면 먼저 선택적 구제에 나서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거주기간 납세기록 범죄여부 등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민법을 위반자와 일반 범죄자는 구별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추방'이라는 낱말을 가급적 안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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