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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탐욕과 노동의 가치

[LA중앙일보] 발행 2010/05/05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05/04 23:12

김완신/논설실장

금융 회사들의 욕심은 경기침체의 고통과 함께 노동의 가치도 추락시켜
대형금융회사 골드만삭스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소돼 지난 27일 경영진이 연방상원 청문회에 소환됐다. 금융위기 당시 손실이 예상되는 상품을 부정직한 방법으로 판매해 고객들에게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주었다는 것이다.

청문회에 참석했던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는 이에 대해 "시장상황이 악화돼 불행하게도 돈을 잃었다"며 "회사에 손실책임이 없고 고의로 고객의 손실을 초래한 의도는 없었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은 '더럽고 추악하다'는 뜻의 속어인 'shitty'라는 말을 퍼부으며 골드만삭스 경영진을 질타했다.

여성의원들까지 이 단어를 입에 올리며 블랭크페인은 경영진을 몰아붙였지만 골드만삭스는 결코 고객들에게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 상품을 판매하지는 않았다고 항변했다.

불법거래로 1500만달러의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으면서도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결과일뿐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1869년 독일계 유대인 마르크스 골드만이 새뮤얼 삭스와 세운 투자회사다. 회사 창립후 140여년을 거쳐 오면서 미국내 대표적이 금융회사로 자리잡았다. 금융위기를 가져온 주범중의 하나라는 비난을 받지만 아직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경제는 통계에 근거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재화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행위다. 금융위기전까지만 해도 경제분야에서 '탐욕'이라는 용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탐욕'은 도덕적 기준이지 수치로 평가.분석되는 경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다.

재화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주를 이뤘던 산업자본주의 시대를 지나 투자가 본질인 금융자본주의가 출현하면서 '탐욕'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생산에 비례해 부를 축적하는 1차적인 경제 행위에는 욕심이 개입되기 어렵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돈의 흐름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더욱이 이러한 자본의 유통을 거대한 조직이 임의로 조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욕심은 고개를 들기 마련이다.

문제는 탐욕의 결과로 그 수익은 대형금융회사들의 몫이 되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개인과 사회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 청문회가 열리는 의사당 밖에서 시민들이 은행가를 갱에 비유한 '뱅스터(Banster)'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금융위기를 겪고 상업은행들의 부도덕성을 목격하면서 일반인들도 더 이상 '착한' 경제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제 노동자들도 '돈이 돈을 벌어주는' 투기에 관심을 보이면서 노동을 외면하고 있다.

간디가 국가를 해치는 7가지 징조에서 '노동없는 부의 축적'과 '도덕성 없는 상업'을 지적했듯이 지금 금융회사에는 도덕성이 없고 노동의 가치는 상실되고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저서 '오래된 미래'에는 티벳의 고산들로 둘러싸인 라다크 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소개되고 있다.

문명과 단절된 오지에서 노동의 순수성을 지켜온 사람들의 척박한 생활을 기록한 책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도 다국적 기업의 시장경제와 투자가 진출하면서 주민들의 삶에도 욕심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 책에서 라다크 지역의 개발에 참여했던 한 개발업자는 이런 말을 했다. "라다크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곳 사람들을 탐욕스럽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가져 온 금융회사들은 탐욕으로 신뢰를 무너뜨리고 땀 흘려 성취하는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추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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