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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또 다른 '애리조나' 경계해야

[LA중앙일보] 발행 2010/05/06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05/05 19:55

안유회/내셔널 에디터

사회 보수화 경향과 경기 상황의 악화가 반이민 정소 조성해
가장 강력한 불법 체류자 단속법으로 꼽히는 'SB 1070'은 지난달 23일 잰 브루어 주지사가 서명한 이후 이민에 대한 미국사회의 뚜렷한 의견차이를 드러냈다. 이 법을 놓고 미국사회에 첨예한 의견차를 드러냈고 서로 다른 두 개의 세력이 결집하는 양상까지 보였다.

애리조나 주는 전국적인 비난과 시위 보이코트에 밀려 주 경찰의 불심 검문 규정을 바꾸어 범법 행위가 있을 때만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SB 1070'은 여전히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금까지 연방 정부의 권한이었던 불체자 단속권을 주정부로 가져가려 했던 점 또 주 경찰에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불심 검문권을 주려했던 점 게다가 이를 법으로 통과시킨 점은 충분히 선례로 남을 수 있다.

여론 조사기관인 '오닐 어소시에이츠'의 마이클 오닐 대표는 한 칼럼에서 'SB 1070'에 대해 애리조나 내부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30년 넘게 애리조나에 거주했고 애리조나의 정치 현장을 지켜본 경험자로서 이 법이 통과된 배경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애리조나의 주관심은 이민이 아니라 재정 문제였다. 한데 최근 국경 인근의 목장주인 로버트 크렌츠가 불법 월경자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피살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물론 용의자는 불법 이민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마약이나 밀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무장 침입자였다. 이것도 추정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안전'과 관련해 대중적인 분노를 자아냈다. 목장주 피살 사건은 'SB 1070' 통과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지만 '뭔가 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했다.

또 하나는 이 법에 서명한 브루어 주지사의 정치적 입지였다. 주지사였던 재닛 나폴리타노가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가면서 공석이 된 주지사 자리에 앉은 것이 브루어다. 브루어 주지사는 공화당 주지사 예비선거에서 여러 후보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이 법안에 서명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오닐 대표가 보는 애리조나의 내부상황은 불체자(넓게는 이민) 문제가 여론이나 정치에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건에도 취약한 것이 불체자 문제다. 반이민 정서는 평소엔 수면 아래 있다가도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강력하게 결집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거센 비난과 시위 일종의 경제적 제재 운동이 벌어졌지만 한편에서는 이 법을 도입하고 확산시키려는 움직임도 거셌다. 유타주와 펜실베이니아가 유사 법안을 추진하려 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불체자 문제는 그만큼 쉽게 이슈화되고 찬반 세력이 순식간에 전선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갤럽의 한 조사에 따르면 'SB 1070'에 대한 미국인의 지지도는 한 때 51%까지 올라갔다. 막 이슈가 불거지고 꼼꼼히 생각할 여유 없이 여론 조사에 나서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여론을 중시하는 정치인들은 유사 법안 입법을 주장한다.

보수적인 정치 단체인 '티 파티'는 최근 가주의 라모나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던컨 헌터 연방하원의원은 불체자의 자녀들은 미국에서 출생했더라도 추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LA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가주에서 의료 서비스와 교육 등 이민자에게 드는 비용이 100억~200억 달러다. 우린 이를 지불할 여유가 없다. 우리가 인색한 게 아니다. 미국 시민이 되는 것은 그냥 국경을 걸어서 넘어오는 것 이상을 요구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경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미국 사회가 더 보수화되면 관련성이 크지 않은 이슈도 불체자 문제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아진다. 'SB 1070'이 엄혹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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