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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직업병과 노동의 즐거움

모니카 류/카이저 병원 방사선 암전문의

나는 지금 이사를 하는 중이다. 이삿짐을 나르는 직원들을 보며 여러 생각이 오갔다. 이들은 무거운 짐을 불평없이 들고 나르고 옮겨 놓았다. 그들을 보며 젊어서 혹사한 육신이 나이가 들면 어찌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오염된 환경과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일하다 병에 걸리면 '직업병'이라 부르고 보상도 받을 수 있지만 살아가기 위해 반복되는 일상적인 노동으로 몸이 병든다면 '직업병' 카테고리에 넣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보자. 외과의사가 수술 중에 환자의 피가 묻은 바늘에 찔렸다고 하자. 훗날 이 외과의사가 환자에게서 오염돼 에이즈나 간암에 걸린다 해도 그것을 직업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는 본인의 기호로 담배를 피워 폐암에 걸린다 해도 직업병에 속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직업과 관련된 병'으로 의학사에 조명된 최초의 보고는 1775년 영국의 펄시발 포트 의사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 영국의 처참했던 노동 환경과 고질화된 지배층의 부정의를 고발한 논문이라 볼 수 있다.

그때는 난방이나 조리를 할 때 나무 또는 석탄을 사용했다. 당연히 연기를 빼는 굴뚝이 집집마다 있었다. 굴뚝 검댕을 치우고 굴뚝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당시 영국집들의 굴뚝은 높고 좁았다. 굴뚝 청소원들은 심한 경우 세로 약 23센치에 가로 35.5 센치인 공간을 청소해야 했는데 어린 남아들이 이런 일에 동원됐다는 것이다.

'이 아이들의 운명은 날 때부터 처참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포트 의사는 쓰고 있다. 이 아이들이 어른들이 들어 갈 수 없는 굴뚝에 던져져 검댕을 청소하게 됐다고 한다.

문제는 굴뚝이 직선이 아니고 모양을 내어 구부러져 있는 경우였다. 어깨와 머리가 박혀 꼼짝달싹 할 수 없었고 쌓여있는 숯검댕에 질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고가 난 후 벽돌을 밖에서부터 깨고 정작 아이를 구출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때로는 옷이 거치적거리니까 맨 몸으로 던져지기도 했고 채 식지 않은 뜨거운 굴뚝에서 화상을 입기도 했다고 한다.

이 직업에 종사하던 아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훗날 음낭암에 걸렸다.

이 논문을 읽어 보면 지금 우리가 흔히 보는 고환암과는 다른 음낭에 생기는 피부암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의 부정의를 고발하던 의사들이 1800년대 19세기초 영국 의회에서 어린이가 굴뚝 청소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계를 사용할 것을 추천했지만 돈에 눈이 어두운 특수층에 의해 이 법은 25년후에야 법으로 통과됐다.

또한 법은 있었으나 불법적 굴뚝 청소의 '전통'은 그 후 20여년 동안 지속됐다고 한다.

한국에서 최초로 인식된 직업병은 1950년대에 보고된 탄광 광부들의 진폐증이고 미국에서는 석면에 의한 폐암이다.

어떻게 보면 수술 하다 바늘에 찔렸던 외과의사의 간암이나 짐 나르는 직원들의 퇴행성 관절병도 직업병에 속할 지도 모른다. 직업병은 의사들의 관심과 조기 진단이 중요하고 예방과 교육이 따라야 한다. 이와함께 본인 스스로도 주의해 직업병에 걸리지 않도록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고용주와 고용인 모두는 사고를 방지하는 노동 환경을 만들고 노동이 고통이 아니라 삶의 즐거운 일부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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