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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멕시코만을 향한 '기도'

김완신/논설실장

지난 주말 앨라배마주 작은 어촌 마을인 코든의 한 교회에서는 기도모임이 열렸다.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사고가 하루속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간절한 기도회였다. 인간이 만든 재앙이 한달 가깝도록 계속되면서 어업이 생업인 이곳 주민들의 근심은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달 20일 멕시코만에 설치된 해상 원유시추시설인 '딥워터 호라이즌'이 폭발하면서 침몰해 거대한 양의 원유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원유가 계속 유출되면서 멕시코만 인근의 환경생태계에 심각한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유정이 해저 깊숙이 위치해 원유가 새는 부분을 막는 것이 쉽지 않은 상태다.

지난 3주간 하루 수천배럴의 원유를 쏟아내 기름띠가 확산되자 전문가들은 원유 유출이 계속될 경우 1989년에 발생한 유조선 엑손발데스 사고이래 최악의 기름 유출사고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6일 원격조종 로봇을 투입해 원유가 새고 있는 유정에 튜브를 삽입하는 작업에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튜브가 작동해 원유와 개스를 흡입한다고 해도 15~20% 이상을 제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도 이같은 방법으로 완벽하게 기름을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원유 유출사고로 인한 주변지역의 피해를 감안하면 거의 '체르노빌 참사' 수준이라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그간의 노력에도 유출은 멈추지 않아 기름띠가 플로리다주 연안을 넘어 대서양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인 영국의 석유회사 BP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은 사고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연방상원 에너지.자원위원회에 참석한 BP 아메리카의 라마 메케이 회장은 BP와 계약을 맺고 시추작업을 진행하는 해양굴착업체인 트랜스오션에 안전책임을 돌렸고 이 회사의 스티브 뉴먼 CEO는 생산주체는 BP라며 과실을 떠 넘겼다.

또한 시추관련 장비 및 서비스 공급업체인 해리 버튼의 팀 프로버트 대표는 'BP의 시추계획에 따라 작업했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공방도 뜨거워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원유 유출사고를 해결하겠다'고 밝혀지만 보수 논객 러시 림보는 전임 부시 행정부시절 늑장 대응으로 피해가 컸던 카트리나 사태를 빗대 '오마바의 카트리나'라며 맹공을 퍼붓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고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오바마의 연안 원유시추 허가 발표를 비난하면서 계획을 전면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물학자 모비 솔단지는 이번 원유유출 사고가 허리케인 토네이도 지진보다 더 큰 재앙이라고 강조한다. 허리케인이나 지진으로 쓰러진 건물은 다시 세울 수 있지만 한번 오염된 생태계는 복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양 전문가들은 기름이 완전히 가신 멕시코만의 푸른 물결을 우리 세대에서는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비극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지금도 원유 유출은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잘못으로 발생한 재앙이 이제는 인간의 해결능력을 넘어서고 있다. 환경과 생태계 파괴를 가져온 이번 사태는 책임공방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사안이 아니다.

더욱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기술로 완전한 해결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어쩌면 앨라배마주 작은 어촌의 주민들이 드리는 기도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자 우리가 지키지 못한 바다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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