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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드라마 '로스트'는 끝나지 않았다

안유회/전국 에디터

오는 23일 오후 9시 '로스트(Lost)'가 막을 내린다. 최근 10년래 ABC 방송의 최대 히트 드라마 '로스트'가 마지막 에피소드를 끝으로 6년 간의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이보다 앞선 15일 저녁. 리틀 도쿄의 '타테우치 민주 포럼'에서는 '로스트'의 공동주연인 한인 배우 대니얼 대 김 인터뷰 행사가 열렸다. '로스트'를 통해 가장 주목할 아시안의 하나로 떠오르며 아시안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공헌한 배우에게 큰 박수를 보내는 자리였다.

3일 뒤인 18일 'USA 투데이'는 "'로스트'는 끝났지만 오랫 동안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첫 번째 해만 4000만 달러가 넘는 제작비. 에피소드당 평균 1600만 명 시청. 200여개국서 방영. '로스터웨이스(Lostaways)' 혹은 '로스티스'(Losties)로 불리는 열광적 팬. 신화.미스터리.공상과학이 뒤엉킨 장르. 전례없는 다인종 캐스팅. 웅장한 주제.시각적 현란함.재미 그리고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 '로스트'는 하나의 신화였다.

대니얼 김은 15일 인터뷰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캐스팅의 다양성 등에서 '로스트'는 (미국) TV의 지평을 바꾸었다."



'로스트'는 한인(아시안)에게 스토리를 돌려준 드라마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중문화 특히 TV에서 아시안은 스토리가 없는 인종이었다. 흑인도 히스패닉도 인디언도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 안에서 묘사됐다. 반면 아시안은 극소수의 작품을 제외하면 전후 맥락 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단발적이고 우연 발생적인 캐릭터였다.

주요 캐릭터의 이야기를 독립된 장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택한 '로스트'는 달랐다. 한국의 조폭 두목 딸인 권선화(김윤진)와 남편 권진수(대니얼 대 김)는 만남과 사랑 시련과 화해 이별과 재회의 이야기 구조를 갖는다. 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두 사람은 무려 30분간 한국말로 연기한다. 미국 TV 드라마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담는 그릇인 이야기 구조 속에서 진수라는 캐릭터는 진화한다. 대니얼 대 김은 "첫 번째 시즌에서 진수는 1세대의 모습이었다"며 "책이 아닌 실제 생활에서 나의 유산을 경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보수적이고 무뚝뚝한 진수의 변화는 한인의 미국 적응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의 힘은 선화와 진수의 재회 장면을 드라마 최고의 감동이 되게 했고 진수와 딸의 재회를 막판 최대 궁금증으로 떠올렸다.

스토리 구조의 드라마는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한다. 배우가 배역을 해석하고 이를 표현할 공간이 풍부하고 그 만큼 관객에 대한 호소력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대니얼 김은 그 공간 안에서 마음껏 연기를 펼쳤고 2005년 아시안으로는 유일하게 피플이 선정한 '가장 섹시한 남자'에 이름을 올렸다.

거대한 흐름은 작은 물결에서 시작되고 드라마 한 편이 배우 한 명이 어느 날 거대한 변화의 첫 물결이 되기도 한다. 대니얼 김의 말이다. "드라마 '윌과 그레이스'(Will & Grace)에서 데브라 메싱이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이렇게 말하더라. '로스트'에 나오는 한인 남자 꿈을 꾸었다고."

'로스트'는 배우 2명 외에도 작가 크리스티나 김 등 한인과 인연이 깊다.

그 '로스트'가 끝난다. 하지만 두고 두고 재방송될 것이다. 6.25 당시 미군 야전외과병원을 소재로 한 드라마 '매쉬'(M*A*S*H)가 남루하고 비참한 한국의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했다면 '로스트'는 계속해서 한인에 스토리를 돌려줄 것이다.

'로스트'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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