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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단순해야' 사로잡는다

김석하/사회부 부국장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과'는 애플이다. 애플이 사과고 사과가 애플이지만 어쨌든 '애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아삭!" 한 입 베어먹은 사과. 이 컴퓨터 회사의 로고는 단순하고 선명하고 아름답다.

앨런 튜링. 영국인으로 1912년에 태어나 1954년 자살했다. 케임브리지와 프린스턴 대학을 나온 수학자다.

튜링은 세계 2차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숨겨진' 공신이다. 그는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했고 역정보를 흘려 전세를 일순 역전시켰다. 튜링은 하지만 종전 후 훈장대신 고통을 겪다 끝내 자살했다.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한 입 베어먹었다.



유서에는 "사회는 나를 '여자'로 변하도록 강요했으므로 나는 순수한 여자가 할 만한 방식으로 죽음을 택한다"였다. '순수한 여자'는 독사과를 베어먹은 백설공주다. 그는 동성애자였다. 튜링은 '음란행위 일반에 대한 위반'으로 기소됐고 법원은 그에게 여성호르몬 투여 실험에 참여하도록 명령했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은 송두리째 짓밟혔고 강제적인 여성호르몬 투여로 신체는 엉망이 됐다. 자살한 장소에 덩그러니 남은 사과 하나.

1976년 스티브 잡스는 회사를 차리면서 이 '튜링의 사과'를 떠올렸다. 컴퓨터의 기초를 닦은 천재 수학자에 대한 존경심에서다.

애플의 모든 기기는 로고처럼 단순하다. 더 이상 지우거나 없앨 것이 없을 정도다. 극한으로 밀어붙인 단순함.

애플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구글이나 삼성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사과 로고' 하나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곧 따라잡는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사과 로고를 으깰 '무엇'은 찾지 못하고 있다.

요즘 세상은 '애플 정신'이 지배하고 있다. 컴퓨터.휴대폰 업계 뿐만이 아니라 TV.냉장고.세탁기.소파.침대 등 대부분의 생활용품 틀을 바꾸고 있다. 게다가 기능과 환경도 복잡하기 보다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추세로 나가고 있다. 결국 단순성(심플)이 경쟁력이 됐다.

직장인은 자신의 업무를 '단순하게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 식당 업주는 음식을 '단순하게 조리'할 줄 알아야 한다. 아버지는 가족을 '단순하게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성직자는 성도를 '단순하게 감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파트너나 동료는 '단순하게 협조'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단순함은 사실 그리 단순하지 않다'. 단순함은 부분이 아니라 총체적이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단순함이란 최고의 정교함이다"라고 말했다. 정교하다는 것은 매우 세밀하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말로 단순하다는 의미와 배치되는 것 같다. 그러나 단순함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많은 시간의 고뇌 끊임없는 검토와 시행착오가 요구된다. 단순함은 주변의 모든 것을 꿰차고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월드컵 축구로 세상이 요동치고 있다. 축구의 매력은 그 단순함에 있다. 공을 차서 상대방 골문에 넣으면 끝이다. 하지만 그 속을 보면 엄청난 훈련 상호 협력 상대를 파악하려는 분석력 순발력 결정력 창조적인 전략.전술이 들어있다. 그 모든 것을 담아 녹인 단순함이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다.

축구공과 사과는 둥글다. 둥글려면 깎고 깎아야 한다. 노력과 단련이다.

단순하기 위해서는 '바보 정신'으로 창조적인 생각을 해야하고 '헝그리 정신'으로 훈련해야 한다. 황금알을 낳는 사과를 움켜쥔 잡스는 2005년 스탠포드대학 졸업 축사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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