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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작은 공이 만드는 하나의 세계

김완신/논설실장

월드컵 열기가 뜨겁다. 지난 12일 한국이 그리스를 2대 0으로 격파해 16강 진출의 교두보를 세우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월드컵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인의 축제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화려한 묘기가 펼쳐지고 한골 한골에 각국의 환호와 탄식이 교차한다.

이제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의 전반을 아우르는 글로벌 문화코드가 됐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전은 7억이 넘는 인구가 지켜 보았다. 국적과 민족 인종과 성별 종교와 이념의 벽을 넘어 지구촌을 축구 열풍에 휩싸이게 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축구는 세계적으로 가장 저변이 넓고 발전된 스포츠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부국과 빈국 기독교와 이슬람의 경계도 작은 축구공 하나로 허물어진다. 좌.우파의 장점을 합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축구는 세계화에 기여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세계화의 일부"라고 말했을 정도다. 저널리스트 프랭클린 포어도 "축구는 세계 어느 경제기구보다 앞서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별 예선 경기를 통해 각팀의 전력이 드러나면서 우승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영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월드컵 우승국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월드컵 우승은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국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특히 경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기력 향상에 필요한 첨단 스포츠 과학을 발달시키려면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수영과 육상 부문에서 강국이 된 것도 경제력에 기인한다.

그러나 축구는 경제력과 비례하지 않는다. 1930년 시작된 월드컵의 역대 우승국을 보면 경제강국이라고 할 수 없는 브라질 우르과이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등이 여러 차례 우승을 했다. 또한 인구 규모와도 상관이 없고 영국이 1966년 단 한차례 우승한 것을 보면 종주국의 프리미엄도 없다.

월드컵에서는 항상 이변이 속출한다. 강력한 우승 후보가 힘없이 무너지기도 하고 변방 축구로 취급돼 온 한국이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지난 15일 세계 최강 브라질과 최하위 북한과의 경기도 1점차로 승패가 갈렸다.

쿠퍼스의 경제학자 존 호크위스의 말처럼 축구는 열정과 심리적인 요소가 경기의 승패를 결정한다. 11명이 뛰는 축구경기에서 응원단을 12번째 선수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공을 몰고 달려가 넣는 단순한 축구 방식은 현대인들의 원시본능을 자극시킨다. 지역과 인종에 관계없이 전세계가 축구에 열광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배타적인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에서 출발하는 자국 응원도 결국 글로벌 축제 열기의 일부분일 뿐이다.

지난 두번의 월드컵 대회를 통해 축구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었던 한국인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열띤 응원으로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특히 2002년 월드컵 대규모 단체응원에서 시작된 광장문화의 부활은 새로운 사회현상으로까지 자리잡았다. 월드컵을 계기로 '잃어버린 광장'를 다시 찾는 자발적 응집력과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남녀노소가 붉은 물결로 하나되어 울리는 함성은 세대간.계층간 단절을 초월해 한국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분출시키고 있다.

이제 또다시 승리를 외치자. 16강을 넘어 8강과 4강으로 향하는 우리의 태극전사를 위해 그리고 21세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대한민국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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