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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월드컵의 'Go, Asia!'

안유회/문화부문 에디터

1966년 두 영국 소년이 있었다. 한 명은 대니얼 고든 한 명은 마이클 엘리어트. 둘의 공통점을 굳이 찾으라면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그 해 런던 월드컵에 출전한 북한 월드컵 대표팀의 경기를 봤다는 것이다.

미들스브로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북한은 소련에 3-0으로 졌다. 하지만 관중들은 북한팀의 속도와 조직력에 반했다. 칠레에 1-1로 비긴 북한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이태리 팀을 1-0으로 침몰시켜 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영국팀이 이긴 것처럼 환호하며 북한팀을 따라다녔다. 미들스브로 시장은 아예 시민들을 초청해 북한 팀에 승리 축하 파티를 열어주었다. 이 자리에서 소년 고든은 결승골을 넣은 박두익의 무릎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북한의 다음 경기는 리버풀에서 열린 포르투갈전. 북한 팀을 응원하러 150마일이나 떨어진 리버풀로 몰려간 3000여 명의 미들스브로 시민들 사이에는 고든도 끼어있었다. 그리고 관중석 어딘가에서는 리버풀 소년 엘리어트도 북한 팀을 응원하고 있었다. 전반 25분까지 세 골을 넣은 북한은 에우제비오가 있는 포르투갈에 다섯 골을 내리 내주며 졌다. 그래도 관중들은 여전히 북한팀에 환호했다.

그 후 북한팀은 아주 오래 국제 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십년이 흘러도 고든은 '온 마을의 축제였던' 북한팀 응원 그 강렬한 기억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북한 축구팀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고든은 다큐멘터리 '천리마 축구단(The Game of Their Lives)'을 만들었다.

엘리어트는 그 사이 시사주간지 타임의 주필이 되었다. 지난 주 타임을 장식한 월드컵 특집의 대단원은 엘리어트의 칼럼이었다. 제목은 '이겨라 북한(Go North Korea!)'. 첫 문장도 "나는 북한을 응원한다(I'm rooting for North Korea)"였다. 그도 고든처럼 빛나던 유년의 순간을 회상했다. 북한이 세 골을 넣자 관중들이 "한 골 더"를 외쳤다고 목이 쉴 때까지 북한을 응원했다고.

북한의 월드컵 8강 진출은 아시아 축구의 가장 빛나는 순간의 하나였다. 그러나 그 뿐 아시아 축구의 불은 오랫동안 꺼져 있었다. 36년 뒤인 2002년 한국은 다시 아시아 축구의 영광에 불을 붙였다. 한국은 북한처럼 이태리를 꺾었고 오래전 북한에 수모를 안겼던 포르투갈을 눌렀고 스페인을 침몰시켰다.

2002년 한국-이태리 경기에서 관중석을 훑던 거대한 플랭카드에 적혀있던 'Again 66'은 그래서 꽤나 상징적이었다.

그리고 2010년 월드컵. 한국과 북한은 두 개의 횃불이 되어 아시아 축구의 영광을 밝히고 있다. 한국은 '유럽의 덩치' 그리스를 압도했고 북한은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을 쩔쩔 매게 했다. 첫 골을 넣은 마이콩 선수의 표정은 그 날 경기의 모든 걸 압축해서 말해줬다. 골을 넣은 기쁨은 커녕 아직 수모를 다 씻지 못한 듯한 그 치욕스런 표정. 혹은 안도의 한숨도 맘놓고 내쉬지 못해 질식할 것 같은 표정. 이걸 브라질 선수의 골 세러모니라고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안쓰러웠다. 그에 반해 북한은 2점을 잃고도 진형을 유지하며 한 골을 만회했고 정대세는 경기 뒤에도 "우리의 실수가 상대에게 두 번의 기회를 줬다"며 전의를 풀지 않았다. 처음부터 지는 경기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히딩크 표현대로라면 "우린 아직 배고프다" 정도 될까.

여기에 일본까지 카메룬을 1-0으로 꺾었다. 아직 초반이지만 2010년 월드컵에서 아시아는 약진하고 있다. 축구는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부에 좀처럼 진입하지 못했던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다. 이것이 깨지고 있는 건 아닐까?

"Go 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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