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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잊혀진 땅에서 희망을 쏜다

김완신/논설실장

남아공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잊혀진 땅'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월드컵 경기와 함께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는 아프리카 문화행사는 이제까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아프리카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시끄럽게 울려퍼지는 '부부젤라'도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에 알려진 아프리카 문화의 한 단면이다.

축구광이었던 사담 마케가 만들었다는 부부젤라는 이미 1970년대부터 축구경기에 등장했지만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굉음을 뿜어내는 이 악기는 마치 대륙의 절규를 일깨우는 것만 같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난 1960년대 유럽 열강의 식민지 수탈에서 독립했지만 아직도 이곳의 평화는 요원하다.



수단.소말리아.알제리.세네갈.르완다 등의 국가에서는 수십년간 내전이 치러졌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내전과 국지적인 분쟁으로 수많은 목숨들이 사라졌지만 그저 잊혀져갈 뿐이다. 인구 500만명의 시에라리온은 10년 넘게 이어진 내전으로 20만명이 사망하고 인구의 5분의 2가 피란민으로 전락했음에도 여전히 지구촌의 이방으로 남아 있다. 끝을 모르는 내전에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 속에 버려져 있지만 허울좋은 인도주의가 이따금 도움의 손길을 뻗칠 뿐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기아사태도 문제다. 먹을 것이 없는 아이들은 총을 들고 내전의 소년병으로 내몰린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나라의 또래 아이들이 닌텐도의 전쟁놀이에 열중할 때 소년병들은 의미도 모르는 전장에서 손에 총을 잡고 죽음과 살상을 먼저 배운다.

차드의 경우 7000~1만명의 소년병들이 부모를 떠나 피워보지도 못한 목숨을 전장에 던진다. 이들 중에는 10살을 갓 넘긴 아이들도 있다.

내전과 기아는 아프리카만의 잘못은 아니다. 유엔식량특별조사관을 역임한 장 지글러는 저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어죽는가'에서 아프리카의 기아를 가져오는 식량부족 사태의 원인을 부유국의 다국적 기업과 부패한 정부에서 찾고 있다.

2010년 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에서 열렸다. 빈곤과 땅 아프리카에서 축구는 유일한 놀이다. 쓰레기 더미 쌓여있는 황토 바닥에서 거친 발로 축구공을 차며 아프리카 청소년들은 희망을 꿈꾸었다.

'스포츠가 세상을 바꾼다'는 넬슨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의 말을 가슴에 새긴 그들에게 축구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땅에서 찾은 유일한 출구였다.

월드컵의 세계인의 축제다. 인종과 종교의 장벽을 넘는 지구촌의 제전이다. 그러나 강대국의 경제논리와 상업주의 영향으로 순수성이 훼손되면서 아프리카는 소외돼 왔다.

지구촌 곳곳에서 월드컵이 한마당의 흥겨운 잔치로 치러지고 있지만 아직도 아프리카에서의 축구는 척박한 현실을 잊는 방편이고 생존의 몸부림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고 있는 남아공 월드컵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대회는 내전과 기아 빈곤의 악순환을 겪는 불모의 땅에 희망을 심어야 한다. 남아공.카메룬.코트디부아르.나이지리아 등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승리의 '환희'는 끝났어도 미래의 '희망'은 여전히 남아있다.

월드컵은 계속되고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부부젤라의 굉음은 그치지 않는다. 쉼없는 부부젤라의 소리가 슬픈 아프리카 역사의 절규가 아니라 잊혀진 대륙에 희망을 외치는 울림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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