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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월드컵, 끝나지 않은 이야기

김석하/사회부문 부국장

#. 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드라마가 끝났다. "그래도 행복했다"라는 말이 벌써 오가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박주영의 골대 맞는 프리킥 이동국의 골키퍼 1대1 상황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미칠 정도로 아쉽다. 참 행복은 시간이 필요하다. 행복은 기억이 희미할 때 다가오는 감정이다. 너무나 또렷한 기억(그것이 좋을지라도)은 사실상 행복감을 방해한다. 여행을 다녀온 지 며칠 안됐을 때는 피곤함 여행길의 지루함 자고 먹고 씻는데 불편한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시간이 좀 흘러야 즐거웠던 순간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우리는 지금 '죽도록 아쉬워 해야' 한다. 그것은 발전이고 도약이자 행복을 위한 징검다리다.

행복감은 우여곡절 속에 파생된 모든 감정의 버무림이다. 슬픔.괴로움.아쉬움이 없다면 행복은 없다.



삶도 마찬가지다.

#. 축구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컵을 '오심 잔치'로 혹평하고 있다. 조예선에서도 수 차례 오심이 나왔지만 16강전 멕시코-아르헨티나.잉글랜드-독일전의 오심은 치명적이었다. 여기저기서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는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양측(비디오 도입 vs FIFA)의 주장 근거가 같다는 것이다. 바로 '축구는 흐름'이라는 명제다.

먼저 비디오 도입파의 주장을 보자. "축구는 흐름의 경기다. 흐름을 놓치면 결과를 잡을 수 없다. 오심은 흐름을 뒤바꾸어 놓는다." FIFA는 "축구는 흐름의 경기다. 타임아웃이 없는 축구의 특성상 경기를 끊고 비디오 판독을 하면 박진감 자체가 떨어져 경기가 재미없다"고 한다.

축구는 확실히 흐름이 맞다. 잘하는 팀들간의 경기를 지켜보면 밀물이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흐름을 잘 타느냐가 관건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 16강전에 앞서 찜찜하기는 했다. 셔츠.팬츠.양말까지 온통 하얀색을 입어야 했다. '백의 전사'로 출전한 적이 있나 할 정도로 기억에 없었다.

기록을 뒤져보니 2001년 이후 흰색 상의를 입었을 때 한국의 A매치 승률은 37.5%(12승 11무 9패)이었다. 붉은색 상의를 입었을 때의 승률 46.1%(59승 38무 31패)보다 낮다. 하의와 양말까지 흰색으로 통일했을 때는 20%(2승 5무 3패)로 더 낮았다. 경기 하루 전날 대한축구협회가 FIFA에 간곡히 요청했다. 우루과이가 하늘색 옷을 입으니 한국팀은 붉은색을 입어도 괜찮지 않냐고. 대답은 "흑백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하늘색과 붉은색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흑백 TV로 월드컵을 보는 10억 명의 팬들을 배려해야 한다"였다. 축구에는 '이상한 운(징크스)'이 작용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 러시아.중국.캐나다.인도.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라크.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터키 등등. 큰 면적을 차지하고 인구 수도 엄청난 나라들이다. 또 모두 축구를 좋아하는 나라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구경꾼이다. 240여개국에서 32개국만 월드컵에 나왔고 그 중 '코리아'가 두 나라였다.

축구공처럼 생긴 지구본에서 작은 점에 불과한 '한반도 팀'은 7경기를 펼쳤다. 비록 1승(그리스전)만 거뒀지만 글로벌 시각으로 보면 우리는 민족의 경기를 7차례나 본 즐거움이 있었다. 참고로 월드컵에서 한 팀이 7경기를 승리하면 우승이다. 작지만 강할 수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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