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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우리도 성룡처럼

이종호/논설위원

연휴 때 아이와 함께 '가라테 키드'라는 영화를 봤다. 주인공은 제이든 스미스라는 흑인 꼬마와 액션스타 성룡. 중국으로 이사 온 미국 아이가 학교의 텃세에 시달리지만 쿵푸 수련을 통해 이겨낸다는 줄거리다.

뻔한 스토리였지만 아이는 무척 재미있어 했고 나 역시 그랬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도 직업병이 발동했다. 영화 자체를 그냥 즐기지 못하고 주변을 살폈다는 얘기다.

우선 내용과 동떨어진 생뚱맞은 제목이었다. 영화의 중심 소재는 쿵푸다. 그런데 '가라테 키드'라니? 미국인들에겐 쿵푸나 가라테나 태권도나 모두 그게 그것이라는 말일까. 쿵푸를 찍고도 부득부득 가라테라 우기는 할리우드의 무지와 막무가내가 짜증났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이런 게 일본의 힘이었나 샘 나면서도 씁쓸했다.

또 하나는 중국 알리기였다. 영화는 전 장면을 중국서 찍었다고 한다. 올림픽 경기장도 나오고 웅장한 만리장성도 나온다.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모습이 화면 가득이다. 둘러보니 관객들도 연신 감탄사를 날린다. 은근슬쩍 중국의 입김이 느껴지는 영화 무섭고도 부러웠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성룡이다. 요즘 한국에선 청룽이라 쓰고 미국에선 재키 찬(Jackie Chan)으로 불린다. 1954년 홍콩 출생. 1978년에 나온 '취권'이 출세작이니 벌써 30년이 넘었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것은 1979년. 이후 수십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직접 만들기도 했다. 항상 자신이 중국의 국가 대표라는 자부심으로 처신했고 결과적으로 중국을 세계에 알리는 일등공신이 됐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순진무구한 웃음과 밉지 않은 장난기다. 액션연기에 스턴트맨을 쓰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래서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런 고난도 무술과 묘기 덕분에 팬들은 열광했다.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함도 그를 남다른 배우로 만든 중요한 요소였다. 2006년엔 1억 달러가 넘는 자신의 재산 중 절반을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물론 그 전에도 후에도 쉬지 않고 자선을 베풀었다.

한국에도 팬이 많다. 그들은 그를 곧잘 '성룡형님'이라 부른다. 그런데 세월은 '형님'도 비켜가진 못했다. 그렇게 잘 웃고 장난기 많던 성룡이었지만 이번 영화에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왔다. 슬픔과 고뇌를 간직한 덥수룩한 장년의 모습에 잠시 숙연해진 것도 그래서다.

그렇지만 30년 전 한국의 허름한 영화관에서 처음 봤던 그를 지금 미국 개봉관에서 그것도 아들과 함께 다시 만나는 일은 여간 흥분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성룡을 다시 보게 된 것도 바로 이 대목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동안 성룡의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우리도 성룡처럼' 이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싶어서였다. 내가 좋아 선택한 일은 끝까지 인내하며 매진하기 이왕이면 웃으며 즐겁게 일하기 이민자로서 우리도 한국 대표선수처럼 처신하기 적어도 받은 만큼은 베풀기 등등.

요즘은 '굵고 짧게'가 판치는 세상이다. 연예인.정치인은 물론 사업가들까지도 한 번 반짝하고 이내 사라져 버린다. 직장인들도 40만 넘으면 은퇴를 걱정한다. 그런 점에서 30년을 한결같이 가늘고 길게 아니 굵으면서도 길게 살아온 성룡은 분명한 멘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믿는다면 우리도 성룡처럼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분명 기억해야 할 것은 있다. 세상은 나이든 사람을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대접받을 준비가 된 사람만 대접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안다면 나이 들수록 젊을 때보다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런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 준 성룡이 그래서 더 고맙게 느껴진다. 사랑해요~ 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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