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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빨갱이 대통령 만들기'

[LA중앙일보] 발행 2010/07/14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07/13 17:54

김완신/논설실장

안정성 추구 보수와 개혁 지향성 진보는 경제와 협력의 두 축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갖추어도 공산주의자와 반정부주의자는 시민권을 취득할 수 없다. 시민권 인터뷰에서 '당신은 공산주의자입니까'라는 질문에 반드시 '아니다'로 답해야 시민권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일반인도 공산주의를 옹호하면 시민권자가 될 수 없는데 공산주의자가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11월 선거를 앞두고 역대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묘사하는 정치인과 단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조지아주 하원의원에 출마하는 조디 하이스 후보는 선거 캠페인 빌보드에 오바마의 대선후보 당시 구호였던 'Change(변화)'의 'C'자를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망치와 낫으로 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웹사이트에는 오바마를 쿠바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와 칼 마르크스로 패러디한 사진들이 돌아 다닌다. 심지어 인민복에 붉은 완장을 팔에 두른 오바마 사진을 유포하는 사이트까지 개설됐다.

금융과 의료보험개혁 등의 오바마 정책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와 개인들의 오바마 깎아내리기 캠페인이기는 하지만 마치 1950년대 매카시즘(McCarthyism)의 재현을 보는 듯하다.

매카시즘의 어원이 됐던 조셉 매카시 위스칸신주 상원의원은 당시 뇌물수수 경력위조 등으로 정치생명이 위협 받자 당원대회에서 정계.연예산업.교육계.노동계에 종사하는 300명의 공산주의자 명단을 갖고 있다고 발표해 파란을 일으켰다. 그의 무책임한 폭로로 반공주의 광풍이 불었고 무고한 사람들이 고초를 겪었다.

'오바마 빨갱이 만들기'에는 해묵은 보수.진보 논쟁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들어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했던 냉전시대의 이념논쟁으로 회귀한 느낌마저 준다.

정계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의 보수와 진보 싸움도 뜨겁다. 얼마전 조세저항과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보수세력이 '티 파티' 모임을 결성했고 이러한 보수파의 활동에 대처하기 위해 170여개 진보 시민단체는 '원 네이션'을 조직해 정치력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보수와 진보의 논쟁은 뜨겁다. 지난 6월2일 실시된 지방선거는 과거 어느 때보다 후보들의 성향이 극렬하게 갈려 한국사회를 이념적으로 양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이분법적 사고의 분열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보수 세력은 진보 세력에 진보 세력은 보수 세력에 사사건건 반대하며 대립각을 세운다. 심지어 순진한 초등학생들의 학력시험을 놓고도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도 보수와 진보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으로 달리고 있다.

프랑스 혁명기에 탄생한 보수와 진보의 사상은 서로 보완하면서 인류 발전에 기여해 왔다. 기존의 사회질서 유지를 원하는 보수와 체제나 제도의 개혁을 원하는 진보는 상호 대립적이지만 '적대 개념'은 아니다. 개혁 지향성의 진보와 안정성 추구의 보수가 견제와 협력을 통해 역사 발전의 두 축을 만들어 왔다.

보수 없이는 진보도 없고 진보 없이는 보수도 없다. 두가지 이념이 상생과 협력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때 긍적적인 사회발전도 가능하다.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 특히 이념의 맹신(盲信)은 더욱 파괴적이고 위험하다. 극단의 보수와 진보라는 깨지지 않는 '사고의 틀'에 갇혀 서로를 적대시하면 분열만 조장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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