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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축구 오심보다 더 두려운 것

이종호/논설위원

끝까지 오심 논란이다.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남아공 월드컵 얘기다. 대회가 끝난 지 며칠이 흘렀지만 연장전 끝에 아깝게 준우승에 머문 네덜란드도 패배의 원인을 주심에게 돌리고 있다.

실제로 이번 결승전에선 네덜란드가 훨씬 더 많은 경고와 반칙 판정을 받았다. 특히 연장 후반 수비수 한 명의 퇴장은 경기의 흐름을 스페인 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심판 탓을 하자면 우리도 할 말이 있다. 아르헨티나 전의 세 번째 골은 명백히 도둑맞은 골이었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도 많이 아쉬웠다. 더 억울한 나라도 있었다. 영국도 멕시코도 오심에 땅을 쳤다.

19세기 초만 해도 축구는 거의 전투 수준의 '싸움'이었다. 규칙이 생기고 '스포츠'가 된 것은 1863년 영국에서 세계최초로 축구협회가 창설된 이후였다. 지금처럼 주심과 부심이 생긴 것은 그로부터 또 몇 년이 지난 후였다.



최근에는 남은 경기 시간과 선수교체를 알려 주는 '대기심판'이라는 것도 등장했다. 하지만 아무리 심판 수가 늘어나도 오심은 불가항력인 것 같다. 사람의 눈은 어차피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심 논란이 늘 패자 쪽에서만 나온다는 것이다. 승자 쪽에선 불평 한마디 없다. 우리도 그랬다. 버거운 상대일수록 은근히 유리한 오심을 기대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런 오심이 나오면 슬쩍 눈을 감는다. 지난 수십 년 적어도 국가 대항 스포츠에 관한 한 우린 모두 이런 미필적 고의의 공범들이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라지는 승패의 순간 심판의 판정은 결정적이다. 실력이 비슷한 팀이 싸울 경우 더 그렇다. 어떤 종목이든 심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첫째도 공정 둘째도 공정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혜의 왕 솔로몬의 명판결은 공정 재판의 전설처럼 회자된다. 드라마이긴 했지만 공정한 법집행으로 유명했던 '판관 포청천'도 우리는 기억한다. 그는 중국 송나라 때의 포증(包拯 999~1062)이라는 실제 인물이 모델이었다.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으며 어떤 억울한 사건도 없도록 백성을 살폈던 그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다시 부활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거꾸로일 때가 많다. 능력과 실력과 상관없이 결과가 정해지는 일은 삶의 현장에선 비일비재 하다. 억울하고 분통 터질 일이겠지만 그게 또한 삶이다. 그래서 법도 있고 정치도 있다.

법이란 강자의 무기일 뿐이라는 주장도 물론 있다. 그래도 법의 근본 정신은 만인의 평등이다. 정치란 권력다툼의 추한 현장이라는 인식 역시 팽배해 있다. 그래도 똑바른 정치가라면 억울한 사람이 하나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이자 목표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린 모두 인생이라는 그라운드를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동시에 동료 선수들을 살피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심판이기도 하다. 그게 맞선 자리일 수도 있고 취업 면접의 순간일 수도 있다. 직장 상사일 수도 있고 한 순간에 직원을 그만두게 하는 사장님일 수도 있다.

축구의 오심 하나가 경기 흐름을 한순간에 뒤집어 놓듯 그런 자리에서의 그릇된 판정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꿀 수가 있다. 그런데 내가 그 오심의 주인공이라면? 생각만 해도 진땀이 흐른다.

축구 얘기가 너무 심각하게 흘렀다. 그러나 인생은 축구가 아니다. 남의 말은 한마디라도 가볍게 내뱉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그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뒤집는 심각한 오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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