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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에스키모 시장의 딜레마

김완신/논설실장

LA타임스는 최근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와 관련해 에스키모 원주민 출신 에드워드 이타 시장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그가 재직하는 알래스카주 최북단 노스 슬로프 지역은 면적이 와이오밍주와 비슷하다. 그는 미국의 중소형 39개 주의 주지사보다 더 넓은 영토를 관할한다. 이 지역에는 미국내 최대 유전지대로 알려진 프루드호 베이와 자연생물의 보고인 국립북극야생동물 보호지역이 포함돼 있다.

이 지역의 주 수입원은 ‘오닐 머니’다. 원유를 팔아 학교·관공서·커뮤니티 센터를 세우고 시정부 재정의 대부분을 충당한다. 유전개발이 주요산업이지만 주민의 상당수가 먹을거리의 반을 고기잡이와 사냥에서 얻을 정도로 천혜의 자연환경이 보존돼 있다. 올해 65세의 이타 시장도 어린 시절 고래기름을 태워 난방을 했고, 청년기에 알래스카 남단의 도시로 유학을 가면서 ‘나무’와 자동차를 처음 보았다고 한다.

얼마전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타 시장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유전개발이 지역발전에 불가피하지만 이로 인해 해양생물들이 죽어가고 생태계 파괴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셸 등의 대형 정유회사들이 이미 유전개발을 위해 수백에이커의 땅을 리스해 놓은 상태다. 멕시코만 사태로 오바마 대통령이 이 지역 개발을 잠정 중단시켰지만 무한정 계획을 미룰 수는 없다.



유전개발과 생태계 보존이라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문제를 놓고 방안을 강구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찾기 힘들다. 시정부 재정을 생각하면 유전개발을 무조건 막을 수 없고, 찬성하자니 생태계 오염이 심각해진다. 여기에 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인 멕시코만 원유유출이 알래스카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개발에는 항상 양지와 음지가 공존한다. 개발이 가져다 주는 풍요와 편리에는 희생이 뒤 따른다. ‘에어컨에 대한 불편한 진실’의 저자인 환경·생태학자 스탠 콕스는 개발의 양면성을 에어컨에 비유한다. 그에 따르면 도시개발 연구학자들을 대상으로 20세기 후반 사회·경제·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발명품 10가지를 묻는 질문에서 학자들은 자동차와 에어컨을 꼽았다.

에어컨의 발명은 급속한 인구 이동을 가져와 미국내 인구 및 산업지형을 바꾸는 데 긍정적인 일조를 했다. 1960년대 에어컨 보급이 확산되면서 높은 기온대에 속한 미국 남서부의 인구가 가파르게 팽창했다. 1960년에서 2009년 사이 북동부와 중부의 인구가 23~28% 증가한 반면 남부는 96%, 서부는 143% 늘어 미국 경제의 70%를 생산하는 중심축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에어컨의 보급은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온 것이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 되어 환경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콕스는 미국내 자동차와 건물의 에어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프랑스의 총배출량을 넘어섰다고 설명한다.

현대사회를 원시시대로 되돌릴 수 없다면 산업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산업화가 바로 환경파괴를 의미하지만 개발을 중단할 수는 없다. 갈매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없지만 인간이 머문 자리에는 오염이 남는다. 그렇다고 인간이 갈매기처럼 살 수는 없다.

이타 시장은 개발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보다 신중하고 체계적인 추진을 강조한다. ‘유전개발은 필요하지만, 환경이 파괴되면 고래가 떠나가고 그렇게 되면 우리의 문화도 사라질 것’이라는 그의 말을 되새겨 볼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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