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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10대 자해 소녀의 우울증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14세의 라틴계 소녀가 엄마에게 이끌려 왔다. 양쪽 팔뚝과 넙적다리에 수없이 많은 칼로 그은 상처 때문이란다. 벌써 2~3년간을 면도칼로 그어댄 상처들이었다.

소녀는 아래 위 모두 검정 의상이고 머리도 검게 염색한 듯했다. 앞머리가 이마와 얼굴을 덮는 특이한 머리모양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계속 '이~모'라는 단어를 되뇌었다. 통역을 해 주는 사람이 물었다.

"이~모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

도리질을 하는 내게 그는 'Emotional'에서 나온 은어로 요즈음 10대에게 가장 유행하는 옷.머리 스타일.음악을 일컫는 말이란다. 구글을 찾아보니 '이~모'란 80년대의 어느 록 그룹이 시작하여 90년대와 현재까지 왕성하게 번져나간 음악 쟝르중 하나란다. 문제는 그룹 맴버도 아니고 음악에는 전혀 문외한이더라도 옷이나 머리 모양 또한 자기 자신의 몸에 자해를 가한 경우에도 '이~모'라고 불린단다.



"4년전까지도 저는 괜찮은 학생이었어요."

소녀는 10살이 될 때까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다. 그런데 연속해서 두명의 동생이 생긴 후 소녀는 학교가 싫어졌다. 성적이 뚝뚝 떨어지면서 아마도 한창 유행하는 그룹을 모방하며 자신의 자아를 찾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순히 동생들에 대한 질투와 성적 부진만으로 이렇게 심한 자해를 몇년 간 계속할 수 있었을까?

10~11살 정도의 소녀들은 우울 증상에 빠지기 쉽다. 사춘기에 많이 생성되는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젠'의 탓이다. 그 때문에 모든 일에 흥미를 잃고 성적이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여자 아이들의 경우 자신도 모르게 공상에 빠져들지만 행동이 수선스럽지 않으니 선생님들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래서 저학년 때에는 학교 성적이 우수하던 아이들이 감정 기복이 많은 중학생때가 되면 형편없는 성적을 받게 된다. 갑작스런 이런 변화를 보며 부모들은 분노하고 아이들은 방황하기 시작한다.

이런 경우 주의산만 기질과 우울 증세를 모두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한 우울증이 아니라 조울증의 한단계에서 나타나는 슬픈 현상이라면 항우울제가 환자의 상태를 급격하게 악화시킬수 있다. 갑자기 자살 의욕이 많아진다거나 조증 현상으로 변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우울 증상이라 해도 주요 우울증과 양극성 질환 우울증은 치료나 예후에 큰 차이가 있다. 이렇게 여러 다른 병들을 감별 진단하는 데에는 가족력이 아주 중요하다.

"혹시 결혼을 세 번 이상 했거나 과대 망상으로 함부로 사업을 하거나 낭비벽이 심하여서 파산을 여러 번 했고 자살에 성공한 조상이나 친척이 있었다면 양극성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몇가지 병의 가능성이 있으니 시간을 두고서 관찰하며 진단을 해야겠습니다. 그 사이에 행여나 자해나 자살기도 가출 등의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니 지켜봐 주십시오."

이렇게 말은 했지만 그 어머니나 나나 마음은 답답했다. 그러나 열심히 지켜보면서 시간을 기다리면 진단과 치료의 방법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나의 말을 어머니는 믿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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