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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알몸 투시기와 누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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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0/07/2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0/07/25 16:00

안유회/문화부문 에디터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알몸까지 드러내는 것에 거부감 적었던 이유는…

'알몸 투시기'가 전세계 공항의 검색대로 퍼져가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미국과 영국 한국 등 11개국의 공항 검색대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41개 공항에서 142대가 운영되고 있고 올해 말까지 309대가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 LA국제공항도 지난 20일부터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알몸 투시기'가 공항 검색의 대세라고 할 만하다.

'알몸 투시기'는 'full-body scanner'를 번역한 말이다. 두 개를 비교하면 한글 번역이 이 기계의 핵심을 좀 더 명확히 드러낸다. 이 기계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단순히 전신을 스캔하는 기계적 작동이 아니다. 기계와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니다. 이보다는 한 쪽에서는 알몸을 드러내고 한 쪽에서는 드러난 알몸을 보는 노출하는 사람과 이를 보는 사람의 관계가 핵심이다.

알몸 투시기를 둘러싼 논쟁은 안보 대 사생활로 집약된다. "테러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 "사생활 침해다." 두 주장의 충돌이다.

두 개의 시각은 모두 논리가 있다.

'알몸 투시기' 도입은 지난 해 성탄절 미국 항공기 폭파 기도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테러범은 비금속성 폭발물을 지닌 채 공항 검색대를 통과했다. 기존 금속 탐지기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알몸 투시기'다. 금속이 아닌 물질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몸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생활 보호 주장은 투시기가 불특정 다수에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물론 1차 검색시에서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이나 중앙정보국과 항공보안청이 정한 '요주의 승객'만 투시기를 지난다. 하지만 1차 검색에서 피어싱 등으로 인해 투시기를 지나야 하는 이들은 의혹 만으로 알몸을 드러내야 한다.

대안이 있기는 하다. 투시기가 싫은 이들은 촉수 검사를 받으면 된다. 많은 이들은 다른 사람의 손이 몸을 훑는 촉수 검사 대신 투시기를 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수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0~80%가 촉수 검사보다 투시기를 선호했다. 특히 여성들은 촉수 검사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현재의 상황은 사생활이 안보 논리에 밀리고 있다. 반대와 우려가 있다지만 알몸 투시기는 전세계 공항에서 그 수를 늘리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등이 "인간의 존엄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현실에 밀리고 있다.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기체를 몸 주변에 뿌리는 '푸퍼' 같은 대안도 테러라는 화급을 다투는 사안의 성격 때문에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한편에서는 알 카에다가 투시기를 무력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고 유럽 공항을 돌며 이를 실험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투시기 설치는 대세다. 이틈을 이용해 특정 부분의 투시를 막는 스티커를 파는 인터텟 사이트까지 등장한 것은 테러 공포가 낳은 소극이다.

테러를 막기 위해 알몸까지 드러내는 것에 적극적인 저항이 없었던 것은 한편으로 '누드 시대'의 반영이기도 하다. 알몸이 주는 충격은 예전같지 않다. 동물보호단체의 알몸 시위는 그 강렬한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 대통령 사임 요구에도 민주화 운동에도 환경 운동에도 알몸 시위가 등장한다.

알몸 시위대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포즈까지 취해주는 시대다. 매일 인터넷을 타고 퍼지는 이들의 사진은 노출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했고 알몸 투시기에 대한 거부감도 줄였을 것이다. 알몸 투시기는 테러 공포와 누드 시대가 만든 풍경이다.

투시기는 그리 정교해 보이지 않지만 몸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낸다. 바야흐로 노출이 일상화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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