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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20] 총으로 만들 수 없는 평화

김완신 논설실장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고 알카에다를 괴멸시키기 위해 '항구적 자유작전(Operation Enduring Freedom)'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미군을 비롯해 수없는 사상자를 냈다.

특히 지난 6월과 7월에는 전쟁이 개시된 후 이후 가장 많은 미군 전사자가 발생했다. 6월에 60명의 군인이 사망했고 지난 달에는 66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9년 전쟁기간 중 1105명의 미군과 2명의 국방부 직원이 숨졌고 탈레반 반군과 아프간 주민의 사망자는 수천명을 넘고 있다.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만 연일 미군과 탈레반의 전투는 계속되고 사망자는 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29일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추가 파병에 필요한 330억달러를 포함하는 예산안에 서명했다.

의회예산국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들어간 돈은 1조1500억달러를 넘었다.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한국전쟁 비용이 3410억달러라고 할 때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아프간 파병 미군 병사 1명 1년 주둔 비용이면 학교 20개 세울 수 있어

칼럼리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미국 병사 1명을 1년간 아프간에 파병하는 비용으로 학교 20개를 세울 수 있다"며 전비 낭비를 지적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전쟁보다는 열악한 아프간의 교육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학교 건립 캠페인을 펼쳤던 등반가 그레그 모텐슨의 행적을 기록한 '세잔의 차'는 낙후된 테러국가에서의 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히말라야 K2 등정에 나섰다가 조난 당했던 모텐슨은 원주민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후 그들의 소원이었던 학교 건립에 나선다. 학교 건물들이 전쟁에 파괴되고 그마나 남은 학교들도 하루 1달러의 교사 임금이 없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상태였다.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각계에 편지를 보내 후원금을 요청했다. 유력인사 600여명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후원금을 보낸 사람은 단 1명뿐이었고 금액은 100달러였다. 미국의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이슬람 지역에서의 교육사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모텐슨은 낙심하지 않고 중고차에서 생활하면서 집세를 아껴 돈을 모았다. 이후 취지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후원금이 답지했고 이 돈을 모아 78개의 학교를 세웠다. 학교를 짓는 중에는 탈레반에게 체포돼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기도 했다.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모텐슨은 공부할 나이에 학교가 없어 탈레반 전사가 되어 죽음의 전장에 내몰렸던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희망의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가 세운 학교에서 아이들은 평화를 배우고 독재와 테러의 사슬에서 신음하는 그들 조국의 미래를 생각했다. 모텐슨은 "토마호크 미사일 하나를 만들 돈이면 학교를 세워 수만명에게 교육혜택을 줄 수 있다"며 "과연 어느 쪽이 미국의 안보를 지켜줄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테러 척결을 위해 미국이 전쟁을 선포했지만 어느 누구도 세상이 안전해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이 사용한 전비도 총성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모텐슨이 학교를 세우는데 사용한 돈은 전비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액수지만 오지에 평화와 희망을 심어가고 있다. 총과 칼로 테러를 막을 수는 없다. 평화는 총끝이 아니라 빈곤과 무지를 깨치려 연필을 든 작은 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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