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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행복을 배가 시키는 '경험 소비'

김석하/사회부문 부국장

돈을 쓴다는 것은 무언가를 얻는다는 의미다. 소비는 크게 두 가지 형태다. 소유하기 위한 소비와 경험하기 위한 소비다.

100달러가 있다. 괜찮은 브랜드 티셔츠를 사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은 가족과 야구장에 가서 여름 밤의 경기를 즐긴다. 소비 직후 당장의 만족도는 소유를 위한 소비가 더 높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소유를 위한 소비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옷장에 걸려진 한 번도 안 입은 옷 부엌에 깊숙이 자리잡은 깨끗한 주방기구 고작 드라마나 보면서 인테리어로 남은 고화질 평면TV 등을 보면 '언젠가는…'하고 결심하지만 나중엔 보기조차 싫어진다.

이사할 때 수북히 쌓인 처치 곤란의 잡다한 물건이 '소유 소비'의 잉여물이다. 사람들은 그래도 소유를 위한 소비에 집착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확실히 내 손에 쥐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들에겐 '짜릿한 손 맛'의 소비가 더 매혹적이다.



소비를 부추기는 수많은 광고 중 '명품'은 단연 한 크레딧 카드사(매스터스)의 광고다. 돈을 쓰라고 난리인 크레딧카드 업계에서 이 회사는 '행복한 소비'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 이 광고의 시작은 일단 소유 소비 장면을 차례로 보여준다. 야구 공과 배트의 가격을 말하고 구장 내 핫도그와 맥주 가격을 보여주고 좋은 자리의 입장료를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하이 파이브 장면을 보여주면서 'Priceless'를 외친다. 경험하기 위한 소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렬하면서도 여운있게 보여준다.

동료끼리 별미를 즐기려 맛집을 찾고 가족끼리 여행을 하고 아이와 주말 저녁 서점에 가고 때론 잘 알지도 못하는 클래식 콘서트에 가는 것은 경험을 위한 소비다. '경험 소비'에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녹아있다. 좀처럼 이해가 안 되는 현대미술관에 혼자 가는 것도 경험적 소비다. 그림을 그린 작가와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자인 밴 보벤은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소유 소비'와 '경험 소비' 중 행복도를 설문 조사했다. 결과는 경험 소비가 더 행복했다였다.

그러나 경험 소비는 '경험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여행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피곤한 여행 뒤 묵직한 행복감'을 이해시킬 수 없는 것과 같다. 자라 온 환경 또는 가치관 등으로 인해 소유 소비에 집착해 온 사람들은 경험 소비의 행복감을 잘 모른다. 여행을 가도 재미와 감동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다녀온 것이 더 중요하다. 경험 소비를 소유하려는 자세다.

그들에겐 사실 경험적 소비-공연.연극.스포츠 관람은 낭비에 가깝다. 노골적으로 "그런 거 보면 뭐하나 그게 밥 먹여주나"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밥'을 먹여준다.

최근 본지가 기획보도한 '100세 시대를 준비한다'를 보면 앞으로는 남은 인생이 갈수록 길어지고 대비하지 않은 사람은 긴 세월을 빈둥거리며 살게 된다. 소유 소비만을 중시해 주변에 좋은 '물건'들을 쌓아놓고 있어 봐야 이때가 되면 별의미가 없다.

경험 소비는 '관계적.체험적 소비'다. 이는 황혼기에 가장 중요한 행복의 요소인 '추억'을 남긴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 진정한 기쁨이다. 무엇을 갖고 있느냐 보다 무엇을 함께 했느냐가 인생을 배부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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