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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아동학대 부모를 고발해야 하는 이유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체벌과 학대는 다릅니다!"

정말 그럴까? 몇년 전 한국에서 '아동학대 방지법'을 제정할 때에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사항이다.

1960년대에 미국에서 비슷한 법을 제정할 때에도 의견이 갈렸다. 닥터 캠프라는 어느 소아과 의사의 끈질긴 노력으로 이 법이 제정된 후에야 미국인들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사랑하는 부모의 손에 죽거나 심한 상처를 입는지를 알게 되었다. 의사나 사회사업가.학교 선생님들이 학대당한 아이를 보고도 눈감아 주었다가는 자신이 자격증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 의무적으로 법에 알리게 된 때문이다.

나도 가끔은 도움을 받으러 찾아온 부모님들을 '아동보호국'에 고발해야 할 때가 있다. 이처럼 힘든 일은 없다. 나도 아이들을 길러보았으니까.



행동 장애가 있거나 말 안듣는 아이들을 따끔하게 혼내서 버릇을 고쳐주려고 부모는 매를 든다.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부모의 도리를 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처음에는 체벌에만 그친다. 그러나 아이가 똑같은 잘못을 계속 반복하거나 반항을 하며 조금도 반성의 기색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들은 감정 조절이 힘들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동생과 싸워 울려놓고 야단 맞을 줄 알면서도 숙제가 없다고 거짓말하며 게임만 한다. 그런데도 여러번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도 점잖게 '체벌'에만 그칠 수 있을까?

아니면 감정의 격정에 휩싸여 "네가 벌써 부모를 무시해?"(우울하거나 자신감을 잃은 부모) "너까지 나를 무시해?" (부부 사이의 갈등이 큰 부모) "너랑 나랑 어디 피 터지게 붙어보자!" (어른인 부모가 자식의 수준으로 자신을 떨어뜨려서 아이와 동일시한 경우) 는 발언을 해가며 이성을 잃어버리게 되지는 않을까? 그래서 생각지도 않았고 의도하지도 않았던 '학대'로 도가 넘어버리지는 않을까?

화가 났을 때에 이성을 되찾게 하고 분노를 조절하는 훈련을 받는다면 학대로까지 이어지기 전에 부모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훈련을 받는 과정이 바로 '자녀양육 교실 (parenting class)'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감정에 휩싸이고 이성을 잃기 쉬운 또는 술이나 마약에 취해버리기 쉬운 부모를 고발해야 하는 이유이다.

동물은 자신보다 더 힘센 동물을 두려워한다. 동물처럼 감정조절을 못하는 부모는 그래서 강제로 '자녀양육 교실'에 가서 매가 아닌 다른 훈육법을 배우게 된다.

과거와 달리 이즈음에는 웬만하면 자녀를 격리시키거나 다른 집에 보내버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법적 힘으로 부모의 길을 다시 배우게 한다.

매를 맞으며 자란 부모는 자신의 감정이 격해질 때에 자신이 겪은 경험대로 행동한다. 즉 자신의 아이를 때린다. 그 동안에 맺혔던 한과 원망 부모에 대한 죄책감 고향을 잃은 외로움 같은 것이 모두 뒤섞여 감정을 누르지 못한 채.

그래서 부모가 이성을 잃고 야수같이 행동할 때에는 주위 사람들이 즉시 경찰을 불러야한다. 그것이 더 나은 부모로 변화시키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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