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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자스민의 '코리안 드림'

김완신/논설실장

지난 6월 중앙일보에 한국으로 시집 온 '자스민'이라는 필리핀 여성의 스토리가 소개된 적이 있다. 부잣집에서 출생해 의대를 다녔고 미인대회 출전 경력까지 갖고 있다.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생활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여기서는 2등국민으로 취급받고 실제로는 등외 국민"이라고 답했다.

자스민은 '다문화 가족'이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분류된 동남아 출신 여성들이 한국에서 겪는 차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한국 남성과 아시아계 여성의 결혼이 크게 늘어 혼혈 아동이 10만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한 유력인사는 다문화 가정출신의 아이들이 성장할 경우 '사회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시한폭탄이라면 자스민의 표현처럼 그녀는 해산의 진통을 겪어가면서 '시한폭탄 2개'를 만든 것이다.

순혈주의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는 한국에서 이들은 하등국민 취급을 받고 있다.

한국은 단일혈통을 오랜 세월 유지해 온 민족이다. 화교나 혼혈인이 소수계로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이들은 기본적인 권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심지어 동족인 탈북자나 조선족들을 보는 시선도 곱지가 않다.

극단적 순혈주의는 엄청난 비극을 남겼다. 게르만 우월주의에 빠졌던 나치는 수백 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해 인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지금도 순혈주의에서 비롯된 외국인 혐오는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을 겨냥한 인종테러가 연 2만 건에 이르고 최근엔 5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살해되기도 했다.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은 1998년 '독일인 부모를 둔 선수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혈통주의를 고집했었다. 수년전 규정이 수정되면서 남아공 월드컵 국가대표 선수 23명중 11명이 다민족 출신자로 구성될 수 있었다.

순혈주의의 근간에는 민족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민족주의는 집단의 정체성과 결속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편협해지면 외국인 혐오증과 인종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는 글로벌을 지향한다. '민족'이 아닌 '세계인'으로 살아가는 시대다. 민족 감정에 치우쳐 타종족을 멸시하는 행위는 스스로를 좁은 울타리에 가둘 뿐이다.

괴테는 "문화적 수준이 열등할 때 민족주의적 감정이 가장 강렬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자신의 종족만을 고집하고 인종과 국적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은 열등하고 낙후된 사고방식이다.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에서도 소수계 인종차별은 존재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에게는 권익을 외칠 수 있는 목소리가 허용된다. 다수의 집단이 만든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있지만 깨지 못할 견고한 담을 쌓고 소수를 격리하거나 비난하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동남아인들의 한국 이주는 계속될 것이다. 가난을 떨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동남 아시아 여성들과 노동자들은 가슴 한편에 '코리안 드림'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해서는 안된다.

지난 8일 자스민의 한국인 남편이 강원도 옥천동에서 급류에 휩쓸린 딸을 구하려다 숨졌다고 한다. 국제 결혼 여성을 백안시 하는 한국사회에서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남편은 떠나갔지만 그녀의 꿈이 멈춰서는 안된다. 이제는 편견없는 한국사회가 그녀의 희망이 돼야 한다.

그녀에게는 '코리안 드림'이 있고 우리에게는 '아메리칸 드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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