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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공포가 팔리는 시대, 시대적 상황 불안하면 '설'이 설득력 얻어, 경제위기도 공포 부추겨

안유회/문화부문 에디터

"…저는 항공모함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늘을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미사일이 군함을 격침시켰습니다…항공모함의 관제탑에 불이 붙었습니다…'주님 왜 이렇게 길 위에 탱크가 많습니까?' 그 때 주님의 음성이 들려오기를 '이것은 전쟁이다. 전쟁이 일어났다. 이 백성들에게 가서 회개하라고 전하라'…"

케냐의 데이비드 오어 목사가 지난 6월 말에 한국의 교회에서 말했다는 예언의 일부다. 이 말을 믿는 이도 있고 안 믿는 이도 있다. 예언이라는 것 자체를 믿는 이도 있고 안 믿는 이도 있다. 어쩌면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 말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입으로 퍼지고 있다.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설도 돌고 있다. 백두산이 폭발하면서 뿜어내는 화산재의 양은 최근 유럽의 하늘을 마비시켰던 아이슬란드 화산의 1000배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발해가 백두산 폭발 때문에 멸망했다고 주장하는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이라는 책이 있다. 다가올 백두산 폭발의 파괴력은 발해 때의 수준을 능가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2002년에는 한 달에 많게는 250번의 지진이 일어나 중국 학자들을 긴장시켰다고 한다.



세상이 불안하면 '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어 터진 전세계의 경제 위기는 사람들의 일상에 끊임없이 미진을 일으키고 있다.

1989년 동독이 몰락하자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을 선포했다. 역사의 진보는 끝났고 자유시장주의가 인류역사 최후의 단계라는 주장이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자 이 말이 맞는 듯했다. 그리고 20년이 채 안 돼 누구보다 정부 보조금을 반대하던 미국이 사기업에 공적 자금을 무차별 쏟아부었다.

역사는 다시 진보를 해야 할 처지가 됐다. 변화는 불가피하고 이 곳을 떠나야 하는 것은 확실해졌다. 문제는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오어 목사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이미 탐욕은 재앙을 불렀다. 이젠 지진이 나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자연이 분노하는 것 같다.

이런 시대에는 공포가 팔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소수지만 어떤 이들은 쓰나미를 피해 로키산맥으로 들어가고 파멸의 순간을 버틸 수 있다는 서바이벌 키트가 팔린다. 흔히 '섹스는 팔린다'고 말하지만 지금은 공포가 팔린다.

드디어 1960년 핵 공격에 대비해 비상통신센터로 지은 모하비 사막의 벙커가 최근 분양됐다. 만약의 경우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132명이 1년을 버틸 수 있다. 어른 5만 달러 미성년자 2만5000달러의 가격에도 60% 정도 분양됐다. 벙커를 개조한 비보스 그룹은 앞으로 전국에 이런 대피시설을 20개 정도 더 지을 예정이다. 유럽에는 300만 명 정도를 수용할 벙커를 지을 계획도 갖고 있다.

"얼음이 녹을 때를 조심하라." 냉전이 종식될 때 유행하던 경구다. 옛 시스템은 버려야 하는데 새로운 시스템은 준비되지 않은 시기를 조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세상은 항상 불안했다. 우리가 굳건히 발을 디디고 있는 땅도 알고 보면 몇 개의 조각으로 떠있는 것이다.

영화 '강철 거인(Iron Giant)'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학생들이 핵무기 전쟁에 대비해 책상 밑에 숨는다. 지금 보면 우습지만 소련과의 핵전 공포가 고조됐던 냉전 시대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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