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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손님인 줄로만 알았던 아들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18세에 동부에 있는 대학교로 떠나간 아들은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손님이었다. 추수 감사절이나 할머니 생신 때에나 가끔 찾아오는….

그런 아들이 대학 졸업 후에 8년 간을 열심히 일하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1년간 세계를 돌아보고 오겠다면서 작년 8월초 여행을 떠났다.

떠나기 전날부터 아들은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30세의 배낭 여행기(Thirty year old back packer)'라는 제목답게 험악한 여행 이야기는 서유럽 동유럽 중동을 거쳐서 이스라엘로 이어졌다. 가다가 아름다운 호수를 만나면 절벽 위로 올라가 다이빙도 한다. 주위 환경이 아름답고 문화가 꽃피었던 지역에서는 여러 나라 출신의 젊은이들을 만나서 살아 온 이야기들을 나눈단다.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여행자들중에는 한국인들도 많았단다. 아들이 자신을 '한국계 미국인(Korean American)'이라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모습을 나는 처음 대했다.



터키를 거쳐서 시리아.요르단.이스라엘을 종횡무진하는 아들은 정작 걱정이 없는 듯한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무력 다툼이 있을 때마다 나는 놀랐다. 인도에 가서는 '아쉬람 요가' 캠프에 2주간 묵으며 수련을 받았는데 특히 각각 다른 동물 모습의 요가 자세를 보인 아들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는 과거에 아들이 태권도 2단 검은 띠를 따는 연마 도중에 허리를 다쳤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요가 자세를 취하면서 허리가 몹시 아프다는 이야기를 통해. 일곱살에 시작한 태권도로 14살에 검은 띠를 딸 때까지 나는 정형외과의 단골 엄마였다. 팔.다리.손가락 뼈들을 다칠 때마다 병원에 가 깁스를 했다. 허리 다친 것은 그때 나에게 알리지 않았나보다. 무심한 엄마였음에 죄책감이 들었다.

월남.캄보디아.라오스.태국에서는 음식이나 호스텔의 가격이 어찌나 싼지 감탄의 연속이었다. 라오스에선 불교 승려들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영어와 태권도를 가르쳤단다.

캄보디아의 천주교 고아원에서 3주간 봉사하며 아이들과 노는 모습이 사진에 올랐다. 떠날 때에는 이들이 너무나 아쉬운지 친지들에게 원조기금을 청했었다. 망고나 다른 과일 나무를 심어 몇년 후 열매가 열리면 시장에 팔아서 아이들 학비로 쓰도록 내가 보내준 돈으로 제일 큰 망고나무를 심었다는 소식도 전해왔다.

홍콩과 일본을 거쳐서 한국에 도착하는 4월말은 아들이 31살이 되는 때였다. 약속대로 생일 전날에 나는 서울에 도착해 아들을 기다렸다. 여행 떠난지 9개월이 넘는터라 조급해하는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지 일본에서 부산까지 8시간 걸리는 배를 타고 온단다. 그 다음에 서울까지는 기차를 타고. 비행기로 두시간이면 될거리인데!

한국에서 같이 지낸 2주 동안에 우리는 많은 것을 서로 알게 됐다. 성인이 된 아들과 황혼기로 들어가는 엄마의 만남을 통해 더이상 아들이 손님이 아니란 것도 알았다.

그의 30세는 아마 힘든 인생의 계단이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그의 인생을 말없이 지켜보며 응원해 줄 수 있는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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