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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타이거 우즈의 '3류 드라마'

이종호/논설위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마침내 이혼을 했다. 마침내라고? 그렇다. 지난 해 11월 자신의 집 앞에서 심야 교통사고를 낸 데 이어 잇따라 불거진 성추문으로 그들의 결혼생활이 정상적으로 봉합되리라고 믿었던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혼을 전하는 언론의 관심은 주로 돈이었다. 최소 1억 달러에서 최대 5억 달러나 될지도 모른다는 위자료가 대부분의 기사 제목이었다. '억' 이라는 단위의 돈이 얼마쯤인지 세인들의 감각도 마비되었다. 거기에 식은 사랑과 부서진 신뢰에 대한 가족의 고뇌와 번민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타이거 우즈의 혈통은 복잡하다. 아버지는 반은 흑인이고 나머지 반은 인디언과 중국인의 피가 섞였다. 어머니 역시 반은 태국인이고 반의 반은 중국인이며 또 다른 반의 반은 백인이다. 당연히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 하지만 천재적 재능과 부단한 연습으로 차별을 잠재웠고 모든 것을 골프채로 말했다.

우즈는 단순히 골프황제가 아니었다. 한 시대의 영웅이었으며 누구도 넘지 못할 전설이었다. 그렇지만 몰락은 한 순간에 찾아왔다.



분야는 다르지만 하버드대학 니얼 퍼거슨 교수의 '제국의 붕괴이론'이 여기에 조금은 참고가 되겠다. 퍼거슨 교수는 성장-도약-절정-쇠퇴-붕괴의 단계를 거친다는 일반적 흥망성쇠론을 반박하며 아무리 견고한 제국도 몰락은 한밤의 도둑처럼 어느 날 갑자기 찾아 든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제국을 구성하고 있는 복잡한 체계들이 서로 신뢰를 잃게 되면 어느 순간 다른 기능들까지 마비되어 순식간에 붕괴에 이른다는 것이다. 불과 한 세대 만에 급속도로 무너진 로마제국이 그랬고 단 8년만에 청나라에 멸망한 명나라가 그랬다. 대영제국과 구 소련의 해체 또한 한 순간이었다.

철옹성같던 우즈의 몰락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무너뜨린 것은 돈도 명성도 체력도 아니었다. 오로지 절제 못한 욕망으로 인한 가족과의 신뢰 상실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우즈의 이혼을 바라보는 팬들의 심정은 복잡하고 착잡하다. 우상의 몰락 앞에 우울하고 그들끼리 벌이는 한 바탕 돈 잔치가 역겨우며 사람들의 비뚤어진 관심이 서글프기 때문이다.

우즈의 첫 골프 코치였던 루디 듀런은 4살짜리 우즈를 가르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모차르트는 한 편의 악곡을 쓰기 전에 머리 속에 완전히 구상을 마쳤다. 나는 우즈에게서 그걸 보았다. 그는 그 나이에 이미 모든 샷을 머리 속에서 완전하게 그리는 아이였다."

이 말이 사실이었다면 성년 우즈 역시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를 미리 머리 속에 그렸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골프의 천재성을 실제 삶에서는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우즈의 아버지가 어린 우즈에게 늘 하던 말이 있었다. "아들아 인생을 알려거든 골프를 배워라." 그러나 우즈는 아버지의 이런 가르침도 마음에 새기질 못했다. 오히려 그는 '골프 속에 인생이 있다'는 금언을 더 이상 쓸모 없는 허언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러나 우즈에겐 어머니가 해 주던 말은 아직도 남아 있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화가 났을 때에도 말을 할 필요가 없단다. 대신 언제든 골프채가 너를 대신해서 말하게 하려므나."

1975년생 타이거 우즈 그는 아직도 너무 젊다. 팬들은 골프황제의 인생이 성추문에서 이혼으로 이어지는 3류 드라마로 완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제야말로 우즈는 다시 골프채로 모든 것을 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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