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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김연아가 이기는 방법

김석하/사회부문 부국장

웬만해선 울 것 같지 않은 강인함이 서려있던 김연아다. 그런 '퀸'이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해고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 알려지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여론은 일단 연아의 편이었지만 차츰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광고업계가 연아와의 재계약을 망설인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여론의 추이가 연아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셈이다.

연아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핵심에는 '선생님'이 있다. '선생님을 어떻게 무 자르듯 해고하느냐'다. 미디어는 이번 일을 '금 간 사제의 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연아 매니지먼트사나 피겨계에서는 선수가 코치와 헤어지는 것은 다반사이며 사전에 이를 상의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서로의 조건이 맞으면 만나고 어긋나면 헤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일도 이런 관행을 따랐을 뿐이라는 게 연아측이나 연아를 지지하는 여론의 주장이다. 상황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연아는 피고용인인 '코치'를 해고했을 뿐이고 오서 코치는 서운함이 깃든 표현을 담아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렸을 뿐이다.



그런데 문제가 이처럼 불거진 것은 우리 국민들의 '선생님 관(觀)'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코치는 선생님이고 선생님은 직업상의 관계가 아닌 웃어른이고 제자를 보살피고 총체적으로 이끌어주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 사제지간은 계약에 따른 고용-피고용의 차원이 아니라 신의와 존경.배려를 바탕으로 '끝까지 가는' 관계라는 생각이 깊다. 비록 세상이 변했지만 스승의 은혜는 부모 다음으로 숭고한 가치를 지녔다고 여긴다. 연아를 비난하는 주장의 근저에는 바로 이 '스승의 개념'이 있다. 사실 이번 일에서 이 '한국적 요소'만 빼내면 둘 사이의 결별은 아무런 이슈가 되지 못한다. 연아에게 있어 코치는 기술연마 조력자였고 오서에게 연아는 고용주인 스케이터였을 뿐이다.

서양에서 선생님(교사.코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스승이 아닌 '직업'에 가깝다. LA타임스가 지난 일요일 LA통합교육구 초등학교 교사들을 세부적으로 평가해 논란이 일고 있는 배경에는 이 같은 '교사=직업'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직업을 가진 사람은 평가를 받아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이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반대 의견은 무시됐다. 정상적인 인격을 갖게끔 훈육에 집중하는 선생님 창의력 발달에 신경을 쓰며 꿈을 심어주는 선생님들이 '보통' 또는 '비효율'이라는 등급을 받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번 '연아-오서 갈등'은 단순히 스포츠 스타와 코치간의 계약 문제를 떠나 스승의 날이 따로 있는 나라 스승 앞에서는 큰 절을 올리는 게 도리인 나라의 국민 정서와 스승도 계약을 맺은 양자간의 한 명으로 평가할 수 있고 해고할 수 있다는 서양식 인식이 부딪힌 일이라고 본다.

오서 코치가 연아의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의 코치를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둘은 묘한 관계로 만나게 된다. 이 때 연아가 오서 코치를 본체만체해야 하나.

아니다. 오서에게 가볍게 인사 또는 포옹을 하고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 그래야 '퀸'이다. 직업의 인연은 엇갈렸어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창조한 둘의 인연은 평생을 가야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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