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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크리스천·모슬렘·아메리칸

[LA중앙일보] 발행 2010/09/01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08/31 19:48

김완신/논설실장

내 종교만 주장하면 모두가 열망하는 평화 결코 찾아 오지 않아
9.11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옆 이슬람 사원(모스크) 건립 문제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9.11사태 9주기를 앞둔 시점에서 건립을 찬성하는 이슬람 신도와 반대하는 극우 보수주의자들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종교간 대립은 파멸을 가져오기 때문에 상호공존이 평화로운 세계를 위해 필요하다"며 "이슬람 신자들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측은 "종교의 자유 문제를 떠나 9.11이 발생한 곳에 사원을 건립하는 것은 테러로 숨진 3000여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맞서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종교갈등은 수많은 비극을 초래했다. 특히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은 여러 차례 전쟁을 가져왔고 지금도 보이지 않는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십자군 전쟁을 비롯해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 후반까지 유럽을 휩쓸었던 종교전쟁은 피의 보복으로 대륙을 물들였다.

기독교는 '땅끝까지 선교'를 선언하고 이슬람은 '이교도에 맞선 성전'을 선포한다.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한 병사들에게 타협과 양보는 있을 수 없다. 자신의 신을 위해 싸운다는 '거룩한 명분'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예수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자렛에 이슬람 사원이 건립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두 종교가 첨예하게 대립했었다. 당시 교황청은 기독교 성지에 모스크를 세우는 것은 두 종교간의 분란을 가져온다며 반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슬람 사원 건립은 '그라운드 제로' 뿐만 아니라 미 전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남가주 테미큘라 지역과 테네시주 위스콘신주 등에서도 사원 건립 계획이 발표되면서 찬반 양론이 비등하고 있다. 기독교 문화의 본산인 유럽도 모스크 건립 문제는 격렬한 논쟁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종교학자들은 기독교와 이슬람 갈등의 원인을 배타적인 절대성을 고집하는 두 종교의 근본주의자들에게서 찾고 있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이슬람을 테러 집단으로 간주하고 이슬람은 기독교를 서구의 퇴폐적 세속주의 와 동일시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두 종교간의 화해는 요원하고 불신의 벽은 높아만 간다.

스위스 신학자 한스 퀑은 "종교간의 대화없이 종교간의 평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간의 평화없이 세계 평화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상의 모든 종교는 평화를 열망하지만 그 평화가 내 종교 안에만 있다고 생각하면 평화는 찾아오지 않는다.

지난달 퓨 리서치가 실시한 오바마 대통령의 종교 성향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8%가 모슬렘 34%가 기독교인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의 5분의 1이 나를 모슬렘으로 '착각'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설문조사는 그라운드 제로의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와 맞물려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적인 종교는 기독교지만 크리스천은 물론 모슬렘도 대표하지 않는다. 정치와는 무관한 대통령의 종교성향이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로 남아있는 한 종교 자유의 나라인 미국이 종교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개인의 종교는 존중돼야 하지만 종교가 너와 나를 가르는 방편이 돼서는 안된다. 오는 9월 11일 그라운드 제로에 서서 희생자들을 한마음으로 추모할 때 모두는 아메리칸이 된다. '나는 크리스천이고 너는 모슬렘이지만 우리는 아메리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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