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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거짓 희망'과 의사의 딜레마

모니카 류/방사선과 암 전문의

스무살 욜란다는 캘스테이트 대학 졸업반 학생으로 의과대학 지망생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러나 욜란다는 모든 것을 중단하고 지난 1년 동안 투병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 욜란다가 금요일 오후 늦게 다시 입원했다는 연락이 왔다. 임파선암이 척추신경을 누르고 있어 무척 아파하고 있는데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몇 시간 뒤 다시 당직 레지던트가 전화를 주었다. 이 환자가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눈과 얼굴 신경에 마비가 왔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어 온 것이었다.

우선 MRI로 정밀 뇌 검사를 급히 하고 주말이 끼어 있으므로 당직 의사에게 알릴 것과 치료 기계 작동에 대비해 테크니션들에게도 알려 놓으라고 일러 주었다.



월요일이 되어 진행과정을 알아봤더니 예상대로 욜란다는 당직 의사와 레지던트 지휘 아래 주말에 응급치료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런데 욜란다가 뇌뿐 아니라 척추 신경 전부를 치료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의외였다.

뇌와 척추 신경 전부를 치료한다는 것은 완치를 목적으로 할 때 쓰는 테크닉인 만큼 종말을 앞에 둔 욜란다에게 그런 힘든 치료를 처방하였다는 것은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치료를 하려면 환자는 엎어진 형태의 부동자세를 오랫동안 취해야 한다. 뇌는 양쪽 편에서 등판 중심에 있는 척추신경은 등판과 90도 방향에서 엇갈린 방향으로 방사선을 쬐어주어야 하는 복잡함이 있다. 또 피를 만드는 골수가 뼈 안에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백혈구 감소 폐혈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암 전문의들은 매일 예외없이 환자를 대하기에 앞서 반드시 자신에게 물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내가 이 환자를 완치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생명 연장은 불가능하지만 치료를 함으로써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그것이다.

아주 쉬운 질문 같지만 아무리 연륜이 쌓인 의사라 하더라도 때로는 '이제 더 이상은 당신을 완치시킬 능력이 없습니다' 라고 하는 정답을 고백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아니 많다.

얼마 전 뉴욕 타임스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출연 한 적이 있는 어느 젊은 여의사의 투병생활을 보도하였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던 이 여의사 또한 종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지만 말년에 호스피스를 더 많이 알리고 증진시키는데 앞장섰다고 한다.

호스피스는 종말을 앞둔 환자에게 치료를 권장하여 거짓 희망을 갖게 하는 대신 현실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임종 때까지 아프지 않고 편히 지낼 수 있게 도와주고 가족들의 부담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 호스피스협회에서 4500명 가량의 메디케어 환자들의 경험을 집계한 바에 의하면 폐암.췌장암.울혈 심부전증의 경우 호스피스의 간호를 받은 환자들이 그렇지 않았던 환자들보다 한 달 가량 더 살았다고 한다.

과거를 돌아보며 얻는 인간의 지혜와 현명함이 앞을 내다 볼 때에도 똑같이 발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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