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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론] 독일의 통일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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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0/09/08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0/09/08 13:08

오명호 HSC 대표

최근 유럽의 독일 경제성장에 관련된 뉴스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독일의 2분기 경제성장율이 무려 2.2%를 기록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1년 성장율로 따지면 경이적인 8.8%의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어느 시장분석가도 예상하지 못한 수치다.

올해 초 유럽의 경제뉴스는 온통 그리스의 재정파탄에 관련된 뉴스였으나, 이 그리스가 참여하고 있는 유로존 16개국 중 가장 부자나라인 독일이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20년 전 베를린의 브란덴부르그문이 무너진 다음 해 베를린을 찾았다. 과거 서독이었던 하노버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베를린으로향했다. 그 당시 일년 전만 해도 적성국가인 동독의 땅을 통과해 베를린으로 가는 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세상은 하루 아침에 변해있었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달리는 앞 차들은 심한 매연을 뿜고 있었다. 자동차 제조에 관한한 세계 최첨단의 기술을 지니고 있는 벤츠의 나라 독일 고속도로에 심한 매연을 뿜고 달리는 승용차를 만난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바로 내 앞에서 달리는 독일 차량 번호판이 붙은 차의 심한 매연은 현실이었다. 코를 막고 “저 차를 빨리 추월해 달라는”는 아이들의 애원을 몇 번이나 들어주었지만, 동독 차들의 매연을 피할 길 없었다. 그 당시 공산주의 국가중에서는 가장 경제가 발전했고 잘산다는 동독의 차가 왜 이 모양일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 쉬웠다. 2차대전 막바지 한국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포츠담 회담의 장소인 포츠담은 동독 땅이었다. 많은 지적 호기심과 역사현장을 방문하기를 즐겨 했던 내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포츠담을 찾았지만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시 호텔이 있는 베를린 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돌아갈 수가 없었다.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 없는 독일땅. 그것도 이제 막 통일된 동독땅에는 도로 안내 표지판이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마침 지나가는 젊은 여성에게 베를린 반호프를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갈 수 있냐고 묻자 그녀도 지금 그곳으로 가는 중이란다. 무조건 내 차에 타서 길잡이가 되어 달라고 간청했더니 흔쾌히 응한다. 그녀에게 우리는 한국인인데, 너희들 정말 부럽다. 통일이 되었으니 얼마나 좋겠느냐고 영어로 말을 걸었다. 그녀의 대답은 나를 놀라게 했다. “부러울 것 하나도 없다. 통일 후 내 소득의 10%를 통일세로 내야 한다. 즉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었으니 좋을게 없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한참 동안 멍해졌다.

그렇다, 돈이 문제다. 통일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문제다. 결국 서독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요지다. 또한 그녀의 친가는 모두 서독에 살지만 외가는 동독에 산단다. 통일 후 처음으로 외삼촌 외사촌들을 만났지만 그 기쁨도 잠시 서독인들이 타는 차가 너무 좋단다. 그래서 자기들은 서독 벤츠를 사겠다는 얘기를 스스럼 없이 하길래 물었단다. “아저씨 그 차 살 돈은 어디서 나오는데요?” “응 당연히 국가가 벤츠를 주어야지.” 내가 살 돈은 없지만 국가가 당연히 내가 원하면 주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 젊은 서독여성은 기가 차서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단다. 동독사람들은 당연히 국가가 아파트를 주어야 하고 일자리를 주어야 하고 벤츠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단다. 평생 공산주의 체제에서 살아온 그들에겐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독일은 미국처럼 연방공화국이다. 게르만 민족들이 만든 국가들이 하나로 뭉쳐 연방국가를 이룬 역사적 사실이 별로 그렇게 오래 전의 일은 아니다. 그러다 히틀러가 저지른 2차대전 패배 후 동과 서로 나뉘어졌을 뿐이다. 쉽게 말하면 통일은 정치인들이 만들어 내는 거창한 명분이지 서독 국민 개개인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명분은 아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통일 후 부자나라 서독은 자국 통화와 휴지에 불과한 동독 화폐를 3대1이라는 교환비율로 바꿔주는 혁명적인 일을 단행했다. 불을 보듯 뻔한 재정적자, 1960년대 이후 그 동안 막대한 무역흑자로 쌓아두었던 돈들이 하루 아침에 통일비용으로 사용되고 말았다는얘기다. 그로부터 정확히 20년이 지나 독일의 성장엔진은 다시 날개를 달았다. 독일은 제조업이 강한 나라다. 올해 초 그리스 및 스페인, 이태리 등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파탄 위기로 유로화가 약세통화로 돌아서자 독일의 수출은 날개를 달았다는 분석이 정확하다. 2.2%라는 2분기 성장도 수출이 견인한 결과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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