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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나'보다 언제나 똑똑한 '우리'

[LA중앙일보] 발행 2010/09/09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09/08 19:25

이종호/논설위원

조직 성장 발목잡는 것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아집 깨는 공부 그래서 중요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집단지성'이라는 말이 부쩍 주목받고 있다. 이는 개별적으로는 미미한 개체들이지만 협력 혹은 연대를 통하여 개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탁월한 지적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집단지성이 가장 잘 구현된 예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다.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이 사전은 불과 몇 년만에 브리태니커 사전의 지식수준을 넘어섰다.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답변이 돌아오는 '인터넷 지식In' 같은 것도 다중의 집단지성에 기댄 것이다.

미국의 배심원 제도 역시 따지고 보면 한 사람의 전문가보다는 다수의 비전문가의 판단이 훨씬 더 정확하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요즘 웬만한 기업에선 마케팅이나 새로운 사업 개발에 집단지성을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기관과 단체들도 집단지성의 개념을 받아들여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을 21세기 초강대국으로 이끌고 있는 중국 지도부의 '집단학습'도 그 중의 하나다. 2002년 취임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주도로 시작된 집단학습은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참석 각계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는다.

헌법을 공부하고 과학을 익히며 역사를 논한다. 경제를 학습하고 문화를 연구하며 예술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 다음 질의응답과 토론을 통해 국가 현안과 접목시키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 낸다.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같은 카리스마를 갖지 못한 후진타오는 이런 집단학습을 통해 당의 의견을 일치시키고 라이벌 세력과의 이견을 줄이며 중국을 이끌고 있다. 이른바 '학습의 리더십'이다.

중국의 집단학습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배움 앞에 겸손한 리더의 모습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리더의 자질이다.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상황 인식능력이다. 지금 우리가 어떤 처지에 처해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길을 제시하는 능력이다. 미래를 향한 비전도 현재의 실천방안도 모두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혼자서는 어렵다. 자리가 높아질 수록 자기가 최고라는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습이 필요하고 집단지성을 인정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폭넓은 공부는 닫힌 마음을 열게 하고 완고한 성품을 부드럽게 만든다.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하고 원대한 비전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 진정한 리더는 그런 배경 속에서 만들어진다.

지금 한인사회엔 극복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이 있다. 한인 단체나 기관의 리더십 부재도 그 중의 하나다. 지역마다 한인회가 있고 각종 협회나 조직들도 있지만 시원한 모범을 보이는 곳은 많지 않다. 툭하면 분열되는 교회들 역시 마찬가지다. 왜일까.

'내가 아니면 안돼'라는 욕심 때문이다. 내가 리더니까 모든 것을 내가 다 해야 하고 내가 다 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리더라고 해서 모든 방면에서 다른 사람보다 나아야 한다고 여기는 것만큼 위험한 생각은 없다. 후진타오는 강조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꾸준히 배우지 않으면 각고의 노력으로 학습하지 않으면 반드시 낙오할 수밖에 없다 (不學習 不堅持學習 不刻苦學習 勢必會落伍)."

리더라면 이 말을 공부하지 않으면 리더가 될 수 없다는 말로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공부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공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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