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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9·11과 미국의 가치

[LA중앙일보] 발행 2010/09/13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09/12 16:55

안유회/문화부문 에디터

인권·자유 같은 전통 가치
미국이 포기하는 순간부터
이슬람 세계와 단절 초래


지난 11일은 9·11 테러 9주년이었다. 그 날은 곧 ‘테러와의 전쟁’ 선언 9주년이기도 했다. 9년 동안 테러와의 전쟁은 어떻게 됐을까?

‘테러와의 전쟁’에서 전방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2곳이다. 이라크에서 미군은 일찍 승리했다.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은 2003년 5월 1일 “이라크에서 주요 전투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라크 침공 43일만이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이라크전 종료를 선언했다. 한 개의 전쟁을 놓고 두 번의 종전 선언이라니. 오히려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으로 들린다.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어떨까?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2011년 7월 철군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제임스 콘웨이 해병대 사령관은 “아프간 보안군에 치안 통제력을 완전 이양하려면 몇 년이 더 필요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3일자에서 사설면 전체를 털어 “과연 최소한의 성공조차 거둘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며 아프가니스탄 전황에 의문을 표시했다.

전쟁은 흔히 전방과 후방 두 개의 전선에서 진행된다. 후방은 어떨까? 9·11 이후 후방에서 미국은 시험을 치르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미국을 있게 했으며, 미국을 비난하는 이들조차 부러워한 미국적 가치를 지킬 것인가 하는 의지의 시험 말이다.

미국 경제 추락의 복선이었던 엔론사의 분식회계는 투명성이라는 미국적 가치가 지켜지고 있는지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투명성과 더불어 대표적인 미국적 가치로 꼽히는 것이 인권과 자유. 건국 이후 처음으로 본토가 공격당한 충격과 수치 속에서 이 가치들도 흔들렸다.

고문, 재판 없는 구금, 영장 없는 체포는 미국이 가장 반대하던 인권침해 행위다. 이제 미국은 오히려 이를 침해했다는 비난을 받는 입장이 됐다. 또 건국 이후 처음으로 오는 11월 인권 문제로 유엔 청문회에 오른다. 그 근거도 미국 정부가 스스로 제출한 인권실태 보고서였다. 여기에는 애리조나 주의 불법체류자 단속법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던 차에 ‘코란 소각’ 소동이 터졌다.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에 있는 ‘도브 월드 아웃리치’ 교회의 테리 존스 목사가 9·11테러 9주년에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별 것도 아닌 이 발언에 세계가 긴장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은 미군의 안전을 걱정했다. 심지어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이란 정부까지 나서서 “(코란 소각을 막지 못하면) 무슬림 국가들의 감정이 통제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오히려 걱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해프닝에 불과했을 존스 목사의 발언이 대통령까지 나서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은 것은 상황 탓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돌출 행동 하나에 위태함을 느낄 정도로 미국과 무슬림 사이에는 어떤 단절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 단절선은 9·11 이후 미국이 미국적 가치를 아주 조금 포기한 순간부터 그어지기 시작했다.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1996년 출간된 ‘문명의 충돌’에서 21세기 경쟁과 대립의 주체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문명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절선을 방치하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사회는 오래 전에 단일 문화를 지향하는 용광로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추구하는 샐러드 보울로 바뀌었다. 샐러드 보울을 깨지지 않게 지키는 것은 인권과 자유 같은 미국적이며 동시에 세계적인 가치다.

극미량이라도 이 가치를 지키지 않는 순간 샐러드 보울엔 금이 간다. ‘테러와의 전쟁’도 결국 샐러드 보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전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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