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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재외국민 참정권의 '덫'

김석하/사회부문 부국장

아무런 잘못도 안 했는데 도매금으로 비난을 듣는 것처럼 억울한게 없다. 해외 한인사회가 그런 꼴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재외선거와 관련해서다.

재외국민에게 한국내 투표권을 부여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년 9개월이 흘렀다. 첫 선거인 2012년 4월까지는 1년 7개월 여가 남았다. 막 반환점을 돈 셈이다.

법안 통과 직후에는 인권적.정치적 의미가 부각됐다. 한국 국적자이면서도 거주지가 해외라는 이유로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 제한됐다가 37년 만에 회복된 차원에서 다뤄졌다.

특히 엄연한 한국인인 영주권자의 경우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투표를 할 수 없었던 '정치적 미아' 신세를 벗어나게 된 점이 조명을 받았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투표 방법'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투표를 오직 공관에서만 하도록 제한해 비난이 일었다. 미국처럼 드넓은 땅에서 고작 10곳 만이 투표 장소라는 것은 누가보아도 비상식적이었다. 한인사회에서는 이를 놓고 '여우가 긴 부리 두루미를 초대해 놓고는 넓은 접시에 고깃국을 대접한다'는 이솝우화가 회자됐다.

최근에는 양상이 확 바뀌었다. 한인사회가 사분오열될 것이 걱정스럽고 부정 선거가 우려된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재외선거와 관련된 글이나 말 회견마다 '분열.부정'이 강조된다. 침소봉대 수준이다.

특히 한국 정치인들은 이 말을 달고 다닌다. 자칭 지도급이라는 한인인사들은 부화뇌동한다. 결국 재외선거의 참뜻과 투표 방법의 개선 논의는 묻히고 '재외선거는 뭔가 잘못될 것이다'라는 부정적 인식이 자꾸 퍼져나가고 있다. 정치인들이 재외선거와 관련해 분열과 부정을 우려하는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다. 정치인 입장에서 표를 가진 한인사회는 귀찮지만(새로 생겨서) 중요하다. 의원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 이유다.

정치인들은 LA에도 자신의 후원회를 하나쯤 갖고 싶어한다. 재외국민 참정권 시대에 정치적 저변을 다지는데 도움이 되고 당내에서 '해외통' 'LA통'으로 인정받아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야심에서다.

그러려면 한인단체와 끈을 연결하고 그룹을 짓고 관련 인사들을 종횡으로 줄 세워야 한다. 여기에 몇몇 한인 인사들은 마치 '표밭'을 관리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제 얼굴에 침뱉기'식 맞장구를 친다. 사실상 이 두 그룹이 분열의 단초이자 핵(각본.연출.주연.조연)인 셈이다.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동포사회 분열 우려'는 헛소리다. 그들 때문에 분열이 생기고 있어 되레 걱정이다.

한인사회는 '텀터기'를 조심해야 한다. 분열.부정을 우려한다는 정치인들의 말은 향후 '덫'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원래 한국 정치권은 재외선거 시행을 반기지 않았다. 법안 통과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어쩔 수 없이 통과시킨 측면이 강하다. 해외 표로 정치권이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외선거 투표율이 저조해 선거 결과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게 그들 입장에서는 좋다. 연속선 상에서 동포사회 분열과 부정투표 발생은 정치인들에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투표율이 저조하면 그들이 정한 비상식적 투표 방법에 화살이 겨눠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때 정치권은 해외 한인사회의 분열과 부정을 부각시키면서 재외선거판 자체를 부정과 혼란으로 몰면 쏠리는 비난의 강도를 희석시킬 수 있다. 염려하고 주의해야 하지만 놀아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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