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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살만 루시디의 변심

김완신/논설실장

9.11사태 9주년이 지났지만 종교적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뉴욕 그라운드 제로 인근의 이슬람 사원(모스크) 건립을 놓고 찬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일부 시위자들은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찢거나 불태우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9.11사태를 일으킨 것은 이슬람이 아니라 알카에다'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종교 갈등이 첨예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4일 '악마의 시'의 저자인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가 그라운드 제로에 모스크를 세우는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코란 파문에 대해서도 소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루시디는 1989년 '악마의 시'를 발표하면서 당시 이란의 최고 지도자였던 호메이니로부터 처형 선고를 받았다. 그의 목에는 300만달러의 현상금이 붙었다. 이슬람의 교리가 악마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스럽게 묘사한 것이 죄목이다. '악마의 시'가 발표됐을 당시 일본어 번역자가 살해됐고 인도 파키스탄 이집트 등에서는 극렬한 시위가 이어졌었다. 전세계 무슬림들의 '용서할 수 없는 공적'이 됐던 루시디는 오랜 세월 도피 생활을 하다가 책 발표후 10년이 지나 이란의 하타이 대통령이 사형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자유의 몸이 됐다.

이슬람은 다른 종교보다도 신도들의 신앙심이 강하고 적극적이다. 특히 예언자인 무함마드가 메카에 모인 신자들에게 '이슬람은 모두 형제다'라는 유언을 남기면서 신도들은 뜨거운 형제애로 결속돼 있다.



이슬람 세계는 무함마드와 그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받은 계시를 기록했다는 코란에 절대적인 경외심을 표시하고 있다. 신앙이 곧 생활인 무슬림들에게 코란은 종교 경전이면서 일상의 모든 것을 규제하는 지침서이기도 하다. 지금도 아랍국가들에서 코란은 인간이 만든 법을 우선하고 있다.

총 114장으로 구성된 코란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번째는 신의 존재 심판 창조 등 신의 영역에 관한 기술이고 두번째는 예배 단식 순례 등 이슬람 신자들의 종교적 규범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은 선행 사랑 타인에 대한 배려 등 윤리.도적적인 생활 지침을 수록하고 있다.

무슬림의 코란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들은 다른 종교의 경전이 세월을 거치면서 편집되거나 수정돼 왔지만 코란만은 창시자가 계시받은 내용이 그대로 전해졌다고 말한다. 지금도 아랍어 이외의 언어로 번역된 코란은 경전으로 간주하지 않고 다만 코란의 내용을 번역한 책 정도로 취급한다. 다른 언어로 번역된 코란은 진짜 경전이 될 수 없고 코란에 담겨진 신성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코란의 해설서인 타프시르(Tafsir)가 훼손돼 발견되면서 관계자가 중한 처벌을 받았을 정도로 경전 모독은 극형으로 다뤄지고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 신문에 무함마드를 희화화한 만평이 게재됐을 때도 이슬람권에서는 거센 항의를 표시했다.

심지어 이슬람에서는 무함마드의 얼굴을 그리는 것 자체가 불경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슬람 종교화에는 얼굴이 없는 무함마드의 그림이 등장하기도 한다.

플로리다주의 작은 교회 목사가 코란 소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불거진 갈등은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다. 코란을 태운다고 해서 알카에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라마단 금식 기간에는 침도 삼키지 않는다는 그들의 절대적인 신앙심을 모독해서는 안된다. 코란을 불살라 얻는 것은 한줌의 재일 뿐이다.

살만 루시디의 '의미 있는 변심'을 한번쯤 생각할 볼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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