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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아빠, 왜 한국학교 가야 하나요?"

이종호/논설위원

우리 집 애는 7학년인데 두 살 무렵 미국에 온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한국말을 잘 한다. 일찍이 서너 살 때 한글을 떼어 엄마 아빠를 감동시키더니 대여섯 살 무렵엔 꽤 어려운 한글책까지 척척 읽어 '영재가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아이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동안 방학 때면 가끔 한국도 보내고 교회 한글교실에도 꾸준히 보냈기 때문에 한국어는 별 문제가 없으리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더란 말이다.

아이의 실력을 결정적으로 확인하게 된 것은 지난 봄 모 재단에서 주관한 한국어 검증시험에서였다. 그 정도 했으면 당연히 통과할 것으로 기대했고 그리 난이도가 높지 않은 등급이었는데도 보기 좋게 미끄러지고 만 것이다. 그 때의 당혹감 실망감이란.

사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더듬더듬 한국말을 하는 동포 자녀들을 보면서 우리 애는 저렇게 키우지 않으리라 자신했었다. 또 아이를 한국학교에 보내는 부모를 보면서 굳이 주말까지 극성스럽게 아이를 몰아붙일 필요가 있느냐고도 생각했었다.



그게 자만이었다. 미국 생활이 10년이 다 되어가면서 어느새 우리 애가 똑같이 '~요'만 붙이면 존댓말인줄 알고 한글은 겨우 가갸거겨나 깨친 수준의 아이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부끄럽지만 예닐곱 살 이후엔 아이 앉혀놓고 제대로 한글 책 같이 한 번 읽은 적이 없었다. 집에선 늘 한국말을 쓴다해도 그것 역시 '밥 먹었느냐 숙제했느냐' 같은 일상적인 말만 되풀이 했을 뿐이었다. 영어권에서 크는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려면 무엇보다 부모의 의지가 중요하더라는 많은 이민 선배들의 조언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특단의 조치를 감행했다. 이제라도 한국 말과 글을 제대로 가르치자 싶어 한국학교에 보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 뒤늦게 찾아 간 등록현장에서 또 한 번 놀랐다. 한국학교가 빌린 고등학교의 로비와 강당이 넘쳐날 정도로 많은 학부모들이 북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에만 200명 가까운 아이들이 등록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이름의 12개 한국학교엔 모두 1500명 정도가 이번 학기에 수업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거기다 다른 이름의 한국학교 등록생들까지 합치면 웬만한 한인 가정의 아이들은 거의 다 이런 저런 모양의 한국학교에 다니고 있는 셈이었다. 나만 몰랐지 이민자 자녀들에게 한국학교는 그동안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동포재단 자료에 따르면 해외의 '한글학교'는 2010년 1월 현재 110개국에 2111개나 된다. 선생님도 1만4870명이고 배우는 아이들도 13만명에 육박한다.(한국에선 정부의 인가를 받은 5~6일제 정식학교만 한국학교라 부르고 민간단체가 임의로 설립한 주말 학교는 한글학교로 구분하여 부른다. 그러나 요즘 미국에선 한글학교라는 이름은 거의 쓰이지 않고 대부분 한국학교로 불린다.)

이제 아이는 주말 3시간이지만 새롭게 한국을 알아가게 될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한글 읽기나 쓰기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전통 문화까지 함께 배울 것이라 하니 '우리 것' 교육에 게을렀던 부모로서 고마울 따름이다.

한국학교의 중요한 존재 목적은 우리 자녀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줌으로써 장차 한국과 세계를 잇는 가교자로 키우는 데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힘든 봉사의 일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는 한국학교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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