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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人] 도박 인생 30년 탈출 제프 김씨 "도박에 올인 하려 이혼까지 생각했었죠"

"틈만 나면 라스베이거스 행, 잘 나가던 사업체 3개 날려…단도박 치유로 힘들게 끊어"
"도박은 재미가 아니라 질환, 혼자 힘으로는 절대 못끊어…끝은 패가망신 꼭 명심해야"


도박에서 도망친 지 1년 반 정도된 제프 김(58ㆍLAㆍ자영업ㆍ가명)씨. 올해 58세에 도박인생 29년. 인생의 절반을 도박판에 써버렸다는 김씨는 “도박 중독은 정신질환이기에 치료 받아야 하며 도박과의 싸움은 평생 긴장을 놓지 말아야 이길 수 있다”고 말한다. 도박과 끈질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제프 김씨 부부를 만났다.

- 하루 최고 많이 잃으신 건 얼마나 됩니까? 29년간 잃은 돈이 얼마나 되나요?

(생각에 잠기던 제프씨) "대답하지 않겠습니다…제가 도박을 끊었다가 어떤 신문기사에서 도박으로 1000만 달러 날린 사연을 보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네. 더 해도 되겠다' 생각하고 다시 손댄 적이 있습니다. 도박하는 사람 심리는 똑같습니다. 어떤 거짓말을 하고 이유를 대서라도 도박장에 갑니다. 초동에 분쇄해야 합니다."



"부인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겠는데요"

"그렇죠. 그런데…한참 도박에 미쳐있을 때는 이혼하고 싶더라구요."

"가장으로 면목도 없고 미안해서 이혼하고 싶었나요?"

"아뇨. 이혼하면 간섭없이 도박에 올인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정신질환이라는 겁니다."

잠시 후 제프씨를 도박에서 건져낸 1등 공신인 부인 (켈리 김ㆍ46ㆍ가명)이 함께 했다.

-그래도 도박을 끊으셨으니 다행입니다.

"끊은 게 아니라 싸우고 있다고 봐야죠. 어쩌면 이 싸움은 평생갈지 모릅니다."(남편)

"사실은 최근 20개월 안에 두세번 더 갔어요. '아 이건 병이구나'는 생각이 딱 들 정도였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는데 서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부인)

#도박과 만나다

총각 때부터 카지노 게임을 좋아했다. 결혼해서는 연휴만 되면 가족이 라스베이거스로 갔다. 라스베이거스가 지겹다고 하자 리노나 래플린 등 카지노가 있는 곳으로만 바꿔 갔다. 제프씨는 "가족들 떼어놓고 저는 카지노에서 노는 거죠"라고 말한다.

그 다음 단계는 혼자다. 한달에 한번 정도 자동차로 다녀온다. "스트레스 풀기 위한 인조이 저스트 게임"이라고 말한다. 거의 매달 날아오는 공짜 호텔 메일의 유혹도 떨칠 수 없다. "돈주고 자면 300달러인데 공짜로 자고 게임 300달러하면 내 돈 쓰는 건 없잖아. 당연히 가야지." 그래서 또 찾는다. 그런데 막상 쓰는 돈은 천 만 단위 이상이다. 점점 금액이 커지고 카지노에서 돈도 빌려쓰기 시작한다. 휴일도 지나고 거래처와 약속한 날이 지나도 제프씨가 LA에 나타나지 않은 적이 있다. 카지노에서 쓴 체크가 현장을 알려줬다. 어머니 남동생 부인이 제프씨 검거(?)에 나선다. 온 가족 사이가 사단이 나고 제프씨는 미안함에 3개월 넘게 도박을 하지 않는다. 도박인생 14년째 일이었다. 그러나….

#도박에 빠지다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를 타는 순간이 옵니다. 제대로 망가지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제프씨는 비행기에 올랐다. 돈 한푼 없이 가도 카지노는 쉽게 대출해준다. 갚고 잃고를 계속한다. 여기서 비즈니스 3개 중에 가장 큰 것을 날려버린다. 정신이 번쩍 들어 도박을 멈춘다. "절대 안 하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직 두개 남아 있잖아. 수입도 나쁘지 않아. 내가 왜 재미있는 인조이를 안해야 되지? 가야지 그럼." 자기를 합리화시키면서 또 갔다.

"도박하는 사람들 심리는 똑같습니다. 멈추고 싶죠. 도박장에 가면서도 '아 이거 이러면 안되는데' 합니다만 이미 테이블에 앉아 있죠. 게임이 돌고 10분 지나면 저도 미쳐 돌아갑니다. 아무 것도 안보이고 생각도 안납니다."

-본전을 찾아야겠다. 한번에 왕창 딸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계속하게 되나요?

"5년 이상 했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냥 짜릿한 맛 혹시 아시겠어요? 돈 빌린 거 본전 이런 생각 없습니다. 그냥 정신질환에 걸린 겁니다."

-사업체도 있고 완전히 망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더 갔다는 말이군요.

"그렇죠. 비행기 타는 시간도 아까워집니다. 호텔도 필요없잖아요. 어차피 테이블에서 밤 새는데…. 그러다가 LA 인근 로컬 카지노를 찾기 시작합니다. 패가망신 문턱에 다다른 겁니다."

제프씨는 로컬 카지노에서 사채를 끌어쓰면서 남은 비즈니스와 집까지 전부 날렸다.

"제가 말씀드렸지만 평일 새벽에 로컬 카지노에서 동전으로 머신하는 분은 정말 막장입니다. 더 위험한 것은 부부가 함께 하는 겁니다. 하나는 중심을 지켜야 재기도 회복도 가능합니다."

부인에게 감사해야 하겠다고 하자 옆에 있던 부인은 "휴~"하는 짧은 한숨으로 그간의 고생을 표현했다.

"말로 다 하겠습니까? 이 사람이 중심 놓쳤으면 저는 뭐 이미 없는 인생이죠."(남편)

#도박에서 도망쳐 나오다

제프씨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치유센터나 교회 같은데다 '저 도박 끊고 싶은데 어떻게 하죠'라고 전화 한번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도박을 끊을 수 있습니다."

부인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시어머니가 남편을 끌고 치유센터에 갔죠. 그때부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어요."

제프씨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사실은…센터에 갈 때 '따라가주면 빚 좀 갚아주겠지. 잠시 안 하는 척하자. 작전상 후퇴다' 이런 생각이었어요. 제정신이 아닌 거였죠."

-그래도 결국 빠져나오는데 성공했군요.

"…도박장에서 인조이 한다와 도박한다는 차이가 없습니다. 결국 둘다 종착역은 패가망신입니다. 단 한가지 가족을 잃기 전에 나와야 합니다. 마지막 재기도 못합니다. 절대로…."

결국 제프씨도 스스로 빠져나오진 못했다. 어머니 부인 동생이 살린 셈이다.

그래도 아직 끝이 안났다.

#도박과 싸우다

완전히 끊은 거냐는 질문에 "이 싸움은 평생해야 할 겁니다. 근데 우리가 이기고 싶네요"라고 답한다.

지금도 짜릿한 기억들이 난단다. 온몸에 전기가 통했던 찌릿한 큰 판. 며칠 밤 새고 나왔을 때 두세시간 귀를 울리던 슬롯머신의 이명. 당구에 미친 사람은 누웠을 때 천장이 당구대로 보이는 건 아무것도 아니란다.

지금도 도박 중독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한마디를 던진다.

"제가 뭘 잘한 게 있어서 인터뷰 하겠습니까.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한 분들 도박은 정신질환입니다. 가족을 잃어선 안됩니다. 상담 전화할 용기만 있으면 도박은 끊을 수 있습니다. 도박에서 나와 재기하는 한인들을 많이 보시고 얘기도 듣기 바랍니다. 저도 기꺼이 도와 드리고 싶습니다."

만난 사람=천문권기자 cmk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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