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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언어와 국경을 넘는 '시스템 포교'

안유회/문화부문 에디터

도올 김용옥은 저서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에서 숭산스님의 기억을 돌아본다. 그 중 마지막 부분이다.

"…어느 날 케임브리지 젠 센터에 오셔서 달마토크를 하시니깐 그 때 꼭 한 번 만나라는 것이었다. '쑹싼쓰님'의 달마토크 때는 하버드 주변의 학.박사들이 수백명 줄줄이 모여든다는 것이다…그의 달마토크가 다 끝나갈 즈음 옆에 있던 금발의 여자가 큰 스님께 질문을 했다. 내 기억으로 그 여자는 하버드 대학 박사반에 재학중인 30세 전후의 학생이었다. 그녀가 물었다. 'What is love?' 'I ask you what is love?…This is love…You ask me I ask you This is love'…그의 달마 토크는 이미 언어를 뛰어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국경도 초월하고 있었다. 오로지 인간 그것 뿐이었다."

숭산스님은 한국 불교 해외 포교의 선구자였다. 1970년대에 이미 해외 포교로 눈을 돌려 직접 혹은 제자들이 세운 사찰이나 선원이 32개국 120여 개에 이른다. 가주에 한국식 사찰 '태고사'를 지은 무량스님 등 한국불교에 출가한 외국출신 스님들은 거의 예외없이 숭산스님의 제자라고 볼 수 있다.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숭산스님의 노력은 개인적 차원의 포교였다. 최근 대한불교 조계종 미주지역 포교 대표단이 LA와 뉴욕을 방문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 획기적이다.



44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조계종의 지도부가 그대로 옮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제의 핵심도 해외교구청 설치다.

한국불교가 처음으로 종단 차원에서 해외에 눈을 돌리고 실행에 들어가는 해외 포교가 개인의 노력에서 종단의 화두로 그 성격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역사적인 행보였지만 대표단은 크게 서두르지 않는 듯하다. 14일 LA를 방문한 대표단은 2시간 넘게 이곳 스님들의 말을 경청했고 간담회 참석자들의 표정은 밝았다고 한다. 포교단의 대표단장인 혜경스님이 "중부와 동부 지역까지 의견을 듣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지금까지 이렇다 할 종단의 지원없이 해외 포교를 감당해온 현지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근 LA불교계의 교세는 그리 고무적이지 않았다. 입적한 도안스님의 빈자리를 얘기하고 구심점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종단의 지원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 포교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인 신자와 타인종 신자로 나뉜 두 갈래 포교도 종단의 지원없이 이루기 힘든 벅찬 화두다.

미국내 타인종 불교 신자는 자발적인 고학력 신자가 많은 편이다. 불교 문화 자체가 낯설어 대중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이 이유가 아닐까 추측한다. 그런 면에서 대표단이 소개한 사찰음식은 포교는 물론 한국문화 전파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사찰음식은 맛과 영양의 조화에서 전세계 채식 요리 가운데 최고의 수준과 노하우를 자랑한다. 친환경이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맞닿아 있다.

미국은 다양성의 나라이고 불교도 그 중의 하나다. 교세가 약하다 해도 불교는 한인들의 주요 종교다. 조계종의 미국포교 방침이 한인의 종교활동을 풍성하게 만들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교 포교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것이라 기대하면 안될 것이다. 종단도 신자도 그렇다. 한인 사찰과 스님 신자들의 바람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천천히 그러나 탄탄하게 가기를 바란다. 도올의 말처럼 "언어를 뛰어넘고 국경도 초월하고 오로지 인간 그것 뿐"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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