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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민속예배'와 관용의 정신

이종호/논설위원

대학 선배 한 분이 작은 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그 교회의 '가을맞이 민속예배'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재작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번째라고 했다. 많지 않은 교인들이었지만 족히 서너 달은 연습했을 법한 솜씨로 초청자들을 맞았다.

무대는 전통 가락과 노래.춤으로 꾸며졌다. 해금 연주와 판소리.사물놀이.부채춤 등으로 이어진 공연은 진지했고 뜨거웠다.

군데군데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도 많았고 비기독교인이나 다른 교회에 다닌다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이것만 봐도 우리 문화를 알리고 2세들에게 우리 것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주겠다는 초대의 취지는 달성된 것 같았다.



그날 목사님은 이런 말을 했다. "기독교가 한국 땅에 전래된 지 100년이 넘었다. 그 동안 서양에서 전해 준 것들을 열심히 받아만 들였다. 이제는 본질은 지키되 정말 우리 몸에 맞는 옷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나는 이 말을 우리 DNA 속에 흐르고 있는 한국적 정서가 기독교에서도 제대로 발현될 때 절대자와의 만남이 더 잘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한국에선 이미 수십년 전부터 민속예배가 시도됐다. 1974년 강원룡 목사가 시무하던 경동교회에서 추석에 맞춰 민요와 민속놀이로 처음 민속예배를 드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 이후 가야금.장고.아쟁.대금 등 민속악기에 맞춘 국악찬송도 등장했다. 예복으로 한복을 입는 교회도 생겼고 성찬식 때 빵 대신 떡 포도주 대신 막걸리를 쓰는 교회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대부분 일시적이었거나 일부 교회의 작은 움직임에 머물렀을 뿐 널리 확산되진 못했다.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질서를 어지럽히는 골칫덩이 내지 전통을 깨트리는 이단으로 치부되는 법이다. 종교에서는 더욱 그렇다. 교회 역시 민속이니 토속이니 하는 것들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기엔 기성의 벽이 너무 높았다.

신앙심이 깊다는 사람일수록 타 종교에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경우가 많다. 요즘 테러와 전쟁이 화두가 되면서 종교간 이해와 대화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같은 종교 안에서의 화해와 일치가 더 급하다는 주장도 많다. 실제로 기독교와 이슬람 기독교와 불교간의 간극보다 기독교의 이쪽 끝과 저쪽 끝의 거리가 더 멀게 느껴지는 경우도 흔히 본다.

그저께 워싱턴 DC에 있는 '퓨포럼'은 미국인 3412명을 대상으로 종교적 지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의 45%는 영성체에 사용되는 빵과 포도주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또 개신교 신자 절반 이상이 종교개혁의 불을 붙인 마틴 루터를 몰랐다. 많은 신앙인들이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제대로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무지는 맹신을 낳는다. 강요된 신앙은 모른다는 것조차 부끄럽지 않게 만든다. 그릇된 확신은 배타성과 동전의 양면이다. 깊은 신앙심이 흔히 불관용과 동의어가 되는 것도 그래서다.

한인 이민사회는 기독교 비율이 유난히 높은 특별한 커뮤니티다. 미국의 한인교회 수만 4100개가 넘는다. 그만큼 동질적이지만 동시에 개교회주의에 빠져 한없이 배타적일 수 있다는 말도 된다.

모든 종교는 변화와 개혁으로 생명력을 유지한다. 반면 전통에 안주하고 인습에 붙잡혀 있을 땐 어김없이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런 점에서 한 작은 교회의 민속예배가 교계나 한인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가 않다.

그것은 바로 멈춰있음에 대한 반성이고 변화를 갈구하는 용기있는 실험이다. 동시에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관용의 일깨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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