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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세시봉 친구들'의 멋진 노년

이종호/논설위원

조영남. 1945년생. 그림.음악 등 다방면의 재주꾼. 자유분방한 삶 때문에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나뉜다.

 송창식. 1947년생. 나이 들수록 기인의 풍모를 더한다. 해학과 울림이 있는 노래는 여전히 매력적.

 윤형주. 1947년생. 바른생활 사나이. 윤동주 시인의 6촌 동생. 감미로운 목소리는 변함이 없다.

 김세환. 1948년생. 환갑을 넘겼지만 외모는 40대 그대로. 그 나이에 그렇게 천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세시봉' 출신 가수들이다. 이들이 함께 TV에 나왔다. 추석특집 MBC '놀러와'라는 프로그램이다.

 장안의 화제였나 보다. 진한 향수에 젖었다는 사람 옛 생각에 눈물 흘렸다는 사람 그들의 인간적 면모를 새삼 알았다는 사람들이 남긴 글로 인터넷은 도배가 됐다. 미국에서도 뒤늦게 불이 붙었다. 비디오로 인터넷으로 이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추천했다.

 1960~70년대 라이브 무대의 원조였다는 서울 명동의 음악 카페 세시봉. 거기서 시작된 40년 우정이 궁금했다. 프로그램을 찾아봤다.

 과연! 그들의 입담과 노래는 의식의 시계바늘을 순식간에 과거로 돌려놓았다. 그들과 함께 한 2시간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 나오는 세계처럼 또 다른 세상이었다. 두 개의 달이 뜨고 '공기번데기'가 숨을 쉬는 그런 곳은 아니었지만 추억과 낭만으로 가득찬 30년전 바로 그 세계였다.

  내내 즐거웠다. 쉬지 않고 웃었다. 그러나 분수처럼 흩어져간 속절없는 시간 때문이었을까. 웃고 있어도 왠지 눈물이 났다.

 청년은 미래를 부르짖지만 노인은 과거를 노래한다. 말에 꿈보다 추억이 많아지면 늙었다는 신호다. 그들이 그랬다. 요란 왁자한 분위기 속에서도 듬성해진 머리카락 굴곡진 얼굴 무심한 표정만은 숨길 수 없었다.

  나이를 먹으면 나잇값을 해야 한다. 나잇값이란 나이에 걸맞은 말과 행동으로 제 몫을 다하는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취를 이루고 인격에도 기품을 더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또 그들이 부러웠다. 저마다 개성과 치열함으로 대중과 함께 했고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지금 멋지게 늙어 가고 있다. 그들만의 모양으로 나잇값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조영남.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산다. 그래도 그의 음악 미술 책 어느 하나 얼치기는 없다. 끊임 없는 노력과 호기심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킨다. 그것만으로도 게으른 중년은 할 말이 없다.

  송창식. 괴퍅.괴짜.괴이. 늘 그를 따라다니는 말이다. 하지만 그가 이룬 음악적 성과를 보라. 그의 노래는 고집이 있고 철학이 있다. 일가를 이룬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윤형주. 매사에 모범적이다. 그래서 오히려 약고 세속적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하지만 자식의 장래 앞에 속물일수 밖에 없는 부모들도 그를 보면 고개를 끄덕인다.

  김세환. 산악자전거의 달인이다. 젊음을 붙들어 매는데 무엇인가에 빠진다는 것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 그의 무념무상 집착은 가장 높은 경지의 삶의 표현일지 모른다.

  세상은 넓고 누구에게든 배울 것은 있다. 4인 4색 이들에게서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빠르다. 오락 프로 하나를 보고서도 이렇게 나이듦을 생각한다.

 나는 늙어 되새김질할 추억거리를 만들기 위해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나는 훗날 함께 웃으며 얘기 나눌 친구 또한 전심으로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나이값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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