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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그들만의 '공화국'

김완신/논설실장

'세습'은 재산.신분.업무 등을 호주가 되는 사람이 물려받는 것을 뜻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독점적이고 정체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남인 김정은에게 권력세습을 사실상 확정한 것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 10일 이례적으로 서방언론을 초청해 개최한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김정은 후계체제를 대내외에 공표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의 3대 세습과 관련해 "내 생애 이런 일은 처음 보며 마치 중세로 되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동양 역사에서 왕위세습이 시작된 것은 400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중국의 우왕은 순임금으로부터 왕위를 물려 받아 '하'왕조를 열었다. 당시만 해도 친자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고 덕과 능력을 갖춘 인물에게 왕위를 선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왕은 치수공사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뤄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우왕은 제위를 현자에게 선양하지 않고 아들 '계'에게 물려줘 최초의 상속 왕위제를 확립했다. 중국 역사에 최초로 왕위 상속제 국가가 등장한 것이다.

세습에는 장단점이 있다. 현왕의 장자가 왕위를 계승하도록 정해지면 후계를 노린 권력 다툼을 방지하고 통치 행위의 정통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같은 친자 계승은 국가가 안정적일 때는 가능하다. 그러나 선대의 정치가 잘못되고 사회가 불안정하면 혈통이 같다는 것이 통치능력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탁월한 지도자의 능력이 필요하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의 저자인 메이지대학 교수 사이토 다카시는 세습왕조의 폐단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로마제국의 멸망은 데오도시우스 황제가 두 아들에게 제국을 분할해 나눠준 것이 원인이 됐다.

또한 쿠릴타이라는 최고회의에서 후계자를 지명했던 원나라가 쇠락한 것도 후계 세습에 기인했다. 쿠빌라이 이후 능력이 부족한 왕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원의 지배력이 미치는 지역은 쿠빌라이 가문의 세습령으로 한정됐고 결국 나라는 100년을 못 넘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카시는 유비라는 걸출한 인물이 통치했던 삼국지의 촉나라가 멸망한 것도 그의 아들 선이 아버지와 같은 통치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까지 '3대 세습을 반대한다'고 언급하고 세계가 북한을 중세로 돌아간 21세기 유일한 왕국 쯤으로 생각해도 권력은 그들의 방식으로 세습되고 있다.

욕망은 끝이 없다. 자신이 가진 것들을 혈족이 아닌 남에게 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선대에서 이룬 재물을 남에게 양도할 때 결단이 필요하다. 하물며 국가 권력의 정점에서 욕심없는 퇴진을 결단하기는 힘들다.

욕망이 지나치면 개인에게 파멸을 가져오듯이 국가도 마찬가지다. 헛된 욕심과 미망으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 김정일 시대에 북한은 많은 고통을 감내했다. 수많은 주민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갔고 경제는 파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와의 단절 속에서 그들만의 '공화국'은 벽을 높이 쌓아가고 있다.

북한의 권력세습이 현대사회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세습'이라는 용어가 주는 전근대성을 거론할 필요는 없다. 또한 북한사회가 갖는 현실을 인정하고 체제의 특수성에 대해 외교적 월권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의 후계구도가 결정된 지금의 상황에서 권력세습이 주민들에게 가난과 고립을 또다시 세습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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