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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가정은 기적의 산실

모니카 류/암 방사선과 전문의

꼭 도둑 맞은 것 처럼 9월이 지나가 버렸다. 가을 빛이 완연한 10월이다.

한국에서는 10월을 상달이라 했는데 이것은 일년 동안 이룬 수확을 하늘에게 감사하고자 제사를 지내던 고대의 국가 행사가 가정 의례로 변모해 전승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농업이 주업이 아니다 보니 추수라는 것은 곡식에만 국한 되지 않고 다른 종류의 일들 즉 어른들의 사업 아이들의 학업이나 취업에 대한 성과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에선 10월이 상달이지만 미국에서는 '가정 폭력 예방의 달' 이다. 다시 한 번 가정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게 된다.

가정폭력 예방 캠페인은 가정이라는 특별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심각성과 이의 높은 빈도를 감안해서 이를 알게 하고 예방할 수 있게 하자는 캠페인이다. 여기엔 한인 가정도 예외가 아니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지 한인들의 가정 폭력 역시 타민족보다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몇 년전의 일이다. 당시 의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큰 아이가 전화를 해 왔다. 임상 로테이션중 정신과 병동에서 만났던 한 여인을 기도 중에 기억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녀는 열 살도 되기 전 친 아버지에게 정기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녀는 독설로 야단치는 엄마보다 그래도 성폭행 하는 아버지에게 숨는 것이 더 견디기 쉬웠다고 한다. 때론 자기 자신은 쓸모 없는 인간이니까 성폭행도 당연하고 엄마의 지독한 독설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녀의 부모는 제 명을 다 살고 죽었지만 자기는 40여년 동안 숨겨온 과거의 아픔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결국 정신과로 입원을 했다.

그녀의 사연과 정신병은 새파란 의학도를 혼동과 의혹에 빠뜨렸다. 나 또한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이 여인의 가족 관계를 두고 악연이라 하는가? 한국 속담에 악연은 무덤까지 갖고 간다고 했는데 말이다.

삶에는 두 부류가 있다. 가정이 주축이 되어 감사하고 어려워 보이는 일도 잘 헤쳐가는 삶이 있는가하면 가정 폭력의 피해자로 일평생 불행을 먹고 사는 삶이 있다.

가정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겼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언덕위의 집'이라는 노래를 즐겨 불렀다고 한다. '오 황소들이 유유히 거닐고 / 사슴과 소들이 노니는 언덕에 집을 주십시오 / 용기를 앗아가는 그런 말일랑 들리지 않는 곳.'

이 노래는 1800년대 후반에 이비인후과 의사였던 브루스터 히글리가 쓴 시에 그의 친구 대니얼 켈리가 곡을 붙인 것이다. 훗날 미국 서부의 국가라고까지 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고 캔자스 주의 주가(州歌)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가정은 사랑과 에너지의 근원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남편과 아내가 그 속에 있고 희망의 싹이 자라나는 공동체로서의 힘이 있다. 그래서 가정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샘물처럼 퍼 써도 마르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공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라면 학교를 다닐 필요도 없다.

용기를 앗아가는 그런 말일랑 들리지 않게 하는 것. 어쩌면 최소한 가정이 지켜야 하는 예의일지도 모른다. 가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많은 기적을 낳을 수 있는 산실임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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